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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pr 25. 2024

내부의 적

[연재] 64. 이혼 40일 차

64. 이혼 40일 차,           



내부의 적     


2014년 4월 9일 수요일 맑음       


  아침에 눈을 떴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다시 몸에 이불을 감고 시간을 보낸다. 내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도 부족한데 한 여자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내부의 적이었다. 성문은 ‘외부의 공격으로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이 문을 열어 함락된다’라고 하더니 그의 꼴이 그랬다.   


   

  샤워하고 [야촌 주택] 공사비 5천만 원을 결제해 주고 입찰보증금 입금 및 북부지방 검찰청에 보낼 서류를 들고 아지트를 나섰다. [알파문구]에서 쌍문동 채무자의 소송 답변서 및 증거자료 전체를 복사했다. 또, 스크립 보드에 쓸 분필과 스테플도 샀다.      


  수표 입금 및 세금 납부를 위해 국민은행으로 가면서 오토바이 퀵 사무실에 전화해 기사를 보내도록 했다. 검찰청까지 요금은 18,000원이었다. 그러니 혐의를 벗는 비용은 복사비까지 22,000원이 든 셈이었다.      


  세금을 납부하고 오는 길에 [77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렀다. 사무실 문을 열며 뒤를 보고 “어여~ 들어와~”라고 말하자 여 실장이 “누가 따라와요?”라고 물었다. 이에, “아니, 복비 많이 들어오라고 복 끌고 오는 겁니다.”라고 대답하자, 야매로 입술 문신한 여 실장이 “푸하하하~ 하여간 사장님은 멋져!”라고 박수하며 커피를 한 잔 탔다.     


  “야, 베트남 국민 커피 G7이네.”

  “이 커피 아세요?”     


  그렇게 되어 부동산 매매에 대해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자료를 주세요”라는 말에 빌딩과 안양에 건축 중인 건물의 자료를 만들어 건넸다.      


     

  지하실은 [무빙 디자인] 사장과 한 소장이 파벽돌을 붙이고 있고, 다른 작업자는 바닥과 계단에 장판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소장이 “내일 몰탈 작업을 해야 하니 일주일 정도 들어오면 안 됩니다”라고 말할 때도 이때였는데, 작업은 거의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었다.   

   

  파벽돌을 붙이는 작업은 너무 정직한 직선이었다. 그가 장갑을 끼고 피벽돌을 쪼갰다. 


  “딱, 타-딱.”     


  그런 후, “사장이 떡밥(접착제)을 붙여. 내가 벽에 붙일게~”라고 말하고 깨진 파벽돌을 기둥 벽에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오래된 고성의 벽이 허물어진 느낌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그 결과 한 소장이 정직하게 붙인 파벽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났다.     

 

  “야, 이건 사장님이 훨씬 잘했는데요?”    

 

  [무빙 디자인] 정 대표의 말에 그가 말했다.    

 

  “한 소장이 홍대 나들이를 안 해서 그래. 내가 말한 게 이건대 말이야.”   


       

  점심은 라면 하나 끓여 식은 밥을 말아 해결하고 고시원 광고를 위해 사이트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여러 개의 사이트가 나왔다. 광고 내용과 방값을 검색하니 그의 고시텔 방값이 비싼 것은 아니었다. 따로 시간을 내 광고문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로 마음을 때도 이때였다.      


  방송대 스터디에 참석할 시간이 다 되어 이ㅇㅇ의 방문을 받았다. 어깨에 삼각대와 배낭을 메고 왔는데 촬영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가 “내가 토요일 영어학원 광고 촬영 스텝으로 참가한다”라고 말하자 “저도 갈게요. 언제까지 올까요?”라고 물었다.     


  “토요일 아침 7시 30분까지 이곳으로 와라!”     


  그렇게 말한 후, 함께 일어났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맥도널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ㅇㅇ이 “형님, 지하 파티룸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죠?”라고 조언할 때도 이때였다. 그가 “이미 복합문화공간 [피렌체홀]이라고 간판 작업 들어갔다. 파티 룸도 하면서 스냅사진 필요하면 돈을 받고 찍어 주면 되고, 단편영화를 찍는 공간도 되니 일단 물적 토대는 갖추어진 것이다.”라고 대답했는데, 이ㅇㅇ이 광주 출신이며 방송대 졸업생이기에 [피렌체홀]에서 스냅사진과 영상 제작을 맡아 활동하게 해 생계에 도움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두 사람은 지하철을 이용해 강남역 스터디 장소로 이동했다. 첫 시간엔 5명의 학우가 참여했고, 두 번째 시간 [대중문화와 영화비평] 과목에서는 더 많은 학우가 참여했다. 노 과장은 “제가 이제 총무예요”라고 말하며 4월까지 스터디 비를 걷었고, 지연은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 부분’에 합격해 ‘일하기로 했다’라기에 학우들의 부러움을 샀다.      


  스터디 후 뒤풀이는 없었다. 내일부터 이틀에 걸쳐 출석 수업, 다음 주에 시험, 그 사이에 중간과제물 제출이다. 그러니 술 마시고 놀기에는 부담되는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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