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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pr 24. 2024

수원 법원 경매 입찰과 한강 보팅

[연재] 63. 이혼 39일 차

63. 이혼 39일 차,      


     

수원법원 경매 입찰과 한강 보팅    

 

2014년 4월 8일 화요일 맑음      


  수원지방법원 식당에서 원두커피 한 잔을 놓고 ‘털 없는 원숭이’를 다 읽었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객관적 관찰이 가능하도록 도움 주었는데, 그도 털 없는 원숭이의 생물학적 본성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다. 고시텔 공동주방에 가서 밥을 한 공기 퍼 왔고 육개장에 달걀을 풀어 성찬을 차렸다. 그리고 부동산 경매 입찰을 위해 수원으로 향했다. ‘아라미스’의 추천으로 알게 된 화성시 남양동의 대지(85평)로 유치권 신고 된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이다.     

 

  감정가격은 2억 4천이고 최저 입찰가격은 1억 2천7십만 원이다. 법정지상권과 유치권이 걸린 일종의 특수물건이기에 ‘단독입찰’을 예상하고 1억 2천1백6십만 원을 써 내 입찰하기로 했다.    

 

  “반환 보증금란에 도장을 찍는 거야?”     


  법원에서 입찰표를 쓰는 사내가 같이 온 사내에게 물었다. 그가 눈을 들어 “찍어도 괜찮아요.”라고 참견했다. 그러다가 사건번호를 보게 되었다.     


  “2013 타경 59688”     


  헉, 그가 입찰하는 사건번호였다. 그는 늘 그렇듯이, 선글라스처럼 렌즈 색깔이 진한 안경을 쓰고 있어서 어디를 쳐봐도 별문제는 없다. 지금 상대편 남자는 그가 입찰하는 사건에 입찰하려고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었고 입찰금액은 1억 4천4백4십만 원이었다. 그는 저 남자보다 2천만 원을 적게 썼으니 입찰에 떨어지는 것은 자명했다.    

  

  지금 적어도 한 명의 경쟁자 입찰금을 보았으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입찰금액을 높인 입찰표를 다시 작성했다. 금액은 1억 4천5백만 1천 원이었다. 입찰표를 접수하고 법정 밖으로 나왔다.     


  “이거 여왕벌 아니신가?”     


  그는 부동산 경매 낙찰 잔금 대출을 진행하는 이화란을 그렇게 불렀다.    

  

  “어머, 대표님은 오늘 왠, 오빠 패션?”    

 

  화란이 통이 좁은 청바지에 군화, 주황색 셔츠와 다운 조끼를 입고, 모자에 선글라스를 쓴 그를 보고 놀리듯 말했다. 아니, 오빠처럼 보일 것이라고 믿었는데, 화란은 미모의 무기로 여전히 낙찰자들을 어장관리를 하느라 바빴다.     



  “수원에서 2천만 원을 더 썼다면 먹은 거야.”     


  그는 입찰표를 접수하고 물건을 소개한 ‘아라미스’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말했고, 시간이 흘러 개찰이 시작되었다.     


  “가장 응찰자가 많은 사건부터 하겠습니다. 2013 타경 59688 사건은 스물아홉 분이 입찰했습니다. 입찰한 분들 앞으로 나오세요.”     


  집행관이 부른 사건은 불행히도 그가 입찰한 물건이었다. 경매 카페 [지신] 애널리스트인 ‘에이스’도 법대 앞에 섰기에 그가 아는 체를 했다. 그리고 이어 입찰표가 공개되었다. 낙찰금액은 188,888,888원이었다. 그러니 패찰이었다. 입찰보증금을 돌려받고 법정을 나섰다.     


      

  랭글러 루비콘이 지나가는 자리엔 벚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빌딩 아지트로 돌아오며 방송대 스터디 1학년 학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하냐? 배 끌러 가야지. 몇 시까지 올래?”

  “저 준비하고 그러려면 두 시가까지 갈게요.”     


  민이다. 1학년 학우로 여학우들 사이엔 ‘도민준’이라고 불리는 잘생긴 녀석이다. 녀석은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는데, 기다리다 지친 그가 라면을 끓여 먹은 뒤였다.      


  “점심 안 먹었다고?”     


  그가 라면을 한 봉지 끓였다. 식사를 마치고 랭글러 루비콘에 태우고 파워 요트를 정박해 놓은 [클럽제페]로 향하려는 찰나에 베드로를 만났다. 그래서 세 사람이 동행했다.          



  “사장님, 인천이 백기를 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베드로가 물었는데, 인천의 채무자는 ‘투자자를 끌어들여 그의 채무를 상환’하려고 했으나 그게 여의치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그도 채무상환이 쉽지 않을 것은 알았다. 왜냐하면, 인천에서 6억 가까운 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기를 들어도 그냥 가야죠. 하는 수 없잖아요? 손 든다면 우리가 만들어야 후환이 없을 테니 (빌라를) 지어야겠지요.”     


  그가 대화 끄트머리에 그렇게 정리했다.          



  남양주 [클럽제페]에 도착했다. 최 사장이 “애들에게 (보트) 청소 한번 하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트레일러 샤프트에 그리스도 주입했어요?”라고 묻자 “아뇨, 넣어야죠”라며 리플을 챙겼다. 그가 5만 원권 7개를 건넸다.      


  “이번에 가져온 놈입니다.”   

  

  최 사장이 4륜 바이크를 소개했다. 트렁크에 엽총을 넣을 수 있는 집이 장착된 제품이었다. 겨울 사냥에 딱 일 듯했다. 그래서 “나를 태워주면 사진은 찍어주겠어!”라고 말하며, 올해 사냥을 함께 하기로 했다.      

또, 최 사장은 ‘가평에 바지선도 만들었다’라며 오픈티켓을 건네며 “오셔서 사진 좀 많이 찍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랭글러 루비콘 히치 리시버에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한강 반포지구 관리사무소에 수상레저 활동 신고했다. 슬로프에는 두 대의 자동차가 있었는데 제트스키가 먼저 실려 나왔다. 그도 능숙한 솜씨로 파워 보트가 실린 트레일러를 강물로 밀어 넣었다.      


  “틱, 틱, 틱!”     


  엔진 스타터 모터가 회전하지 않았다.      


  “내가 이래서 모터를 교환하라고 했는데 수리하더니 이 모양이야.”     


  그가 서브 배터리를 꺼내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다시 시동키를 돌렸다.     


  “크루르르엉엉엉---”     


  3,000cc 4 기통 엔진 시동이 걸렸고, 세 남자를 태운 베리나이 너 영프린스호는 한강을 가로지르면서 잠실로 향했다. 민이는 말할 것도 없고 베드로 또한 뒷좌석에 앉아 뜻밖에 찾아온 즐거움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잠실에 도착해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다시 반포대교로 돌아오니 분수가 작동 중이었다. 주위로 갈매기도 떼 지어 날아올랐다.     


      

  “여기 북부검찰청 수사과입니다. 쌍문동 조ㅇㅇ씨 아시죠?”     

  검찰 수사관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쌍문동 빌라를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린 채무자가 고소했는지, 아니면 자기 아들을 고소했는지 알 수 없었다. 수사관이 “채권을 변제했다는 내용, 현금이 오간 내용을 팩스로 보내주십시오”라고 말하며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사실대로 대답하며 “내일 오전까지 자료를 팩스로 보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수컷 세 명의 단조로운 보팅을 끝내고 슬로프로 돌아왔다. 트레일러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일행이 가로막고 있었다.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자동차가 4륜이 되지 않아 슬로프에서 자꾸만 미끄러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랭글러 루비콘이었으므로 문제없었다.   

   

  안전하게 파워 요트를 계류하고 빌딩으로 돌아온 일행은 ‘김치찌개에 소주’를 합의했다. 베드로가 추천한 식당으로 돼지고기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맛있었다. 소주 한 잔을 비우며 영화 이야기를 시작했다. 베드로가 “나중에 봐도 부끄럽지 않을 영화를 만들어야죠?”라고 조언했다. 옆에 앉은 민이도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제가 형님 블로그를 보고 방송대에 왔잖아요. 그리고 어제 다른 일로 검색했는데 형님 블로그가 나온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께도 보여 드렸더니 재미있는 분이래요”라고 말했다. 홀어머니와 사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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