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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pr 27. 2024

여인의 향기

[연재] 66. 이혼 42일 차

66. 이혼 42일 차     

      


여인의 향기     


2014년 4월 11일 금요일 맑음     


  창밖이 환했다.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늦잠을 잔 것 같아 벌떡 일어났다.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으나 눈이 침침해서 돋보기를 들이댔다. 등교 시간까지는 충분했다.     


  어제 먹은 족발은 아침까지 속을 든든하게 했다. 그러나 샤워하고 옷을 챙겨 입고 학교에 갈 즈음엔 배가 고파왔다. 신천역으로 가는 길에 [롯데리아]에서 아침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오렌지 주스와 라이스 샌드위치였다.      



  오늘도 수업은 3과목 3시간씩 9시간이다. 첫 시간은 [대중문화와 영화의 이해] 장ㅇ 교수다. 장ㅇ 교수는 동영상 강의에서 보듯이 강의를 잘한다. 수업을 마칠 즈음 옆에 앉은 연ㅇ에게 “교수님과 식사할래?”라고 교과서에 적어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징이랑에게 연락할까요?”라고 적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라”라고 답했는데, 교수님과 아이들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함이었다.      


  “내가 4시에 강의가 있어 어디 좀 갔다 와야 합니다.”     


  장우 교수가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제와 같이 넷이서 분식집을 향했다. 지ㅇ이 과목 수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꽤 오래 복도에서 기다렸다. 메뉴는 냉면이었다. 아침에 먹은 라이스 햄버거가 좀 느끼한 이유였다.     


  오후 첫 시간은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과목이었다. 강사는 1학년 때 [저널리즘]을 강의한 강사로 역시 달변이라 수강이 수월했다. 시험 출제 예상 문제는 [사이버커뮤니케이션의 정의] 등 3문제였다.      


  마지막 수업은 [한국사의 이해]였다. 교수님의 강의는 재미있지만 웃다 보면 내용이 남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시험 범위는 [한국사]의 ‘토착문화 공존과 조화’, ‘실천 주의에 대해 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시간의 수업을 받는 사이에 빌딩 4층 입주자가 주차 문제로 전화했으나 받을 수 없었다. 늦게 전화했더니 “옆에 공간이 있어서 나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행이었다. 그 외에, ‘명품전당포’를 하는 고 사장과 휴대폰 요금 체납 안내 전화도 있었다.      



  샤워 후 예상 시험문제를 타이핑하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진순대] 식당에서 순댓국을 먹은 후였다. 여자에게 “오늘 집에 갈 거다.”라고 말했다. 여자가 너무 그리운 탓이었는데, 수업 시간에 하필 화장을 곱게 한 여인네가 앞줄에 앉았는데, 블라우스로 비추는 브래지어 라인이 미치도록 여인을 그리워하게 했다.     

 

  내일 일산 [영어학원] 광고 촬영이 있기에 카메라 배낭에 노트북과 카메라, 스트립 보드를 챙겨 넣고 랭글러 루비콘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마트에 들러 맥주 3병을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 후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내일 벤츠를 타고 갈 생각에 카메라와 삼각대 등을 옮겨 실었다.     


 

  “어인 행차이십니까?”     


  그를 본 여인이 말했다. 회색 홈드레스 위로 젖꼭지가 드러났다. 뒤이어 딸이 라면을 사 들고 와 끓여 먹었다. 식탁에는 쌍문동 채무자가 제기한 ‘근저당권말소 청구의 소’ 판결문이 놓여 있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재판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판결문을 읽은 후 맥주잔을 앞에 두고 노트북을 펼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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