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만 Apr 30. 2024

남자, 이혼을 할 수는 있을까?

[연재] 68. 이혼 44일 차

68. 이혼 44일 차          



남자, 이혼을 할 수는 있을까?     


2014년 4월 13일 일요일 흐리고 오후에 비       


  날씨는 흐렸다. 

  빨간 스포츠카는 아침 공기를 가르며 올림픽 도로를 달렸다. 지붕이 열린 자동차 안으로 흐릿한 공기가 맘껏 휘돌았고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기에 사진을 한 장 찍기로 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잠실 종합운동장을 돌아, 노란 개나리가 울타리를 이룬 입구에 다다랐으나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출입구 앞에서 유턴했다.     



  “짜-짱!”     


  게이트를 막 빠져나온 은색 아우디 Q7 운전자가 경적을 눌렀다. 그가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붕을 열어 놓은 상태였기에 경적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 탓이었다.      


  ‘내가 저놈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도록 했나? 아니면 횡단보도를 불법 횡단했다고 훈계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꼬마 쟁이가 타는 차로 보여 무시한 것인가? 내려 조져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그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백미러로 뒤차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붕이 열린 빨간 스포츠카 운전석엔 군모를 쓴 남자가 앉아 있다. 그는 주행할 생각을 하지 않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백미러로 자신을 보고 있다. 그는 왜 가지 않는가? 내 경적 소리에 기분이 나쁘다는 것인데!      

  얼마 후 빨간 스포츠카가 움직였다.           

  아우디 운전자는 멀찌감치 떨어져 오다가 자기 갈 길로 갔다. 그가 그는 집에서 피렌체로 오는 길이었다.           


  아침에 여자가 말했다.      


  “쓰러워 죽겠어. 오늘은 안돼!     


  어젯밤에는 ‘당신이 사정할 때 정말 뜨거웠어. 그런 느낌 처음이야.’라고 말하며 좋아했으나 모닝 섹스는 ‘살을 찢는 고통’이라며 거절했다. 적당한 숙취와 몽롱한 기분으로 하는 모닝 섹스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하지만 여자의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사실, 어젯밤도 막 사정했을 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상위로 시작해 여자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삽입했더니, 내일 모레면 50인 여자가 엉덩이를 활처럼 휘며 뒤로 내밀었다. 그것이 귀두를 압박하게 해 사정에 이르렀고, 위에서 내려다본 그가 웃음을 터트렸었다.     

 

  어쨌거나 여자의 거부에도 그는 혀로 젖꼭지를 살살 말아 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여자가 ‘살을 찢는 고통’을 감내하며 다리를 벌렸다. 그런 후 그들은 침대 위에서 나체로 커피를 마셨다.          



  빌딩 현관의 할로겐전구가 고장 난 지 며칠이 지났으나 학교에 다니느라 어쩌지 못했다. 곧바로 목장갑과 테스트기 등 장비를 챙겨 수리에 들어갔다. 배전반 덮게를 열어 타이머로 들어오는 전압을 측정했더니 정상이었다.      


  결론은 안정기 불량으로 판정했고 옥션에 접속해 두 개를 주문했는데, LED 전구는 일반 안정기와 다른 듯했다.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실에 들렀더니 바닥 미장이 완성되어 굳어가고 있었다.      


     

  방송대 중간과제물 작성을 시작했다. [생명과 환경] 과목을 시작했고, 힘들면 [동서양 고전의 이해] 과목으로 넘어갔고, 또 막히면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과목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어쨌거나 시작만 하면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을 알기에 시작이 중요했다.     


  군 생활 중인 아들은 주둔지로 배치되기 전에 사회 공기를 더 쏘여보려고 제 엄마에게 면회를 요청했다. 여자가 은색 볼보 S-60을 타고 부대로 가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고 좋아하는 두루치기를 만들어 배가 터지도록 먹였다. 그러함에도 일부 음식은 아이스박스에 담겨 그에게까지 배달되었다.     



  여자가 아들을 부대에 귀대시키고 음식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챙겨 빌딩을 찾아와 말했다. 

    

  “아들이 당신에 대해 많이 물어봐. 무슨 말했어?”     


  그도 아들의 전화를 받았었다. 하지만 집에 가면 하루를 허비할 것 같아서 공부했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다. 여자는 아이스박스를 열더니 한우 사시미를 꺼냈고 그가 한 점을 먹을 즈음에 냄비에 고기를 볶기 시작했다.      


  쌉싸름한 소주잔을 꺾다가 와인을 꺼냈다. 아래층 아주머니가 준 것인데, 술을 마시지 않는 가정인 탓에 조금 오래된 듯싶었다.      


  두 사람은 고기를 안주 삼아 와인을 비웠고 저간의 앙금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깊은 대화는 서로 피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뜨거운 사랑을 하기 시작했는데 전화벨이 울릴 때도 이때였다.     

 

  “놔둬. 받지 않을 거야.”     


  남자는 행위를 계속하고자 그렇게 말했으나 여자가 “방을 구하러 오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받아봐.”라고 재촉했다. 전화를 한 사람은 강 교수였다.      


  “지금 한 참 떡 치고 있는데 전화질이냐.”     


  강 교수가 미안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여자가 돌아가고 그가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내일 형님 뵈러 가도 될까 해서요.”라고 말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당신을 경외한다고 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