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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May 11. 2024

여객선 세월호 침몰과 상량식

[연재] 71. 이혼 47일 차

71. 이혼 47일 차      


    

여객선 세월호 침몰과 상량식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흐림      


  여자는 그를 바라보며 고백하듯 말했다.      


  “사랑해!”     


  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껴안아 주었다. 그렇게 아침을 준비한 여자는 딸과 “아침을 먹어~”라고 말하며 가볍게 키스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그가 여자의 젖꼭지를 건드렸다.     


  “건드니 흥분하잖아.”     


  여자는 젖꼭지가 섰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그들은 모닝 섹스했으나 시원한 사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스트레스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늘은 당장 비가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흐렸다. 그래서 랭글러 루비콘을 운전해 잠실 빌딩으로 돌아왔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거실의 빨래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옥상에 말려두었던 숯불 통도 계단 참으로 들여놓았다.      


  또한, 부모님 생활비를 송금하고 미뤘던 글과 사진을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여섯 남자의 숯불 잔치와 방송대 출석 수업 이야기였는데, 일기를 바탕으로 포스팅하므로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인터넷 속보를 접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이 진도 해상에서 암초와 충돌해 침몰했다’라는 소식이었다. 탑승자는 3백여 명이 넘는다는데 지금까지 구조된 사람은 2백 명이 채 안 된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게다가 여객선은 선수 부분만 남기고 모두 바닷속에 잠겨 버렸다. 사고원인은 해도를 이탈해 운행한 선장의 책임이 큰 것으로 보였다.      



  은행에 들러 출금했던 입찰보증금을 입금하고 오는 길에 점심으로 먹을 햄버거 두 개를 샀다. 이 햄버거가 종일 속을 불편하게 했는데, 저녁때 베드로가 또 햄버거를 사 왔다. 그러니 햄버거는 먹지 않고 남겨두었다.      

  그가 베드로에게 채무자들의 사정을 설명했다.      


  “어제 박 사장을 만나서 대출에 대한 의견을 말했고, 오늘은 인천의 염 사장이 전화했네요? 만날 시간은 없는데 시간을 내 달라고 해서 모레 아침, 일찍 오라고 했습니다.”   

 

  이에 듣고 있던 베드로가 “염 사장도 뭔가 결정을 내려고 오는 겁니다. 한번 두고 보시죠.”라고 대답했다.           


  일찍 일어난 탓에 낮잠을 자려고 했으나 401호 임차인이 퇴실하는 날이어서 전기와 도시가스비를 정산하고 남은 돈을 입금해 주어야 했다. 전기와 도시가스비는 10만 원도 채 나오지 않았다.      



  북부지방 검찰청 수사관은 전화를 걸어와 쌍문동 채무자에 대해 “소송사기나 무고죄로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법원 서류를 등사해서 보내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이번 주는 공부 주간인지라 다음 주 월요일쯤 법원에 들러 등사 후 검찰청에 제출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안양 빌딩 건축 공사비를 ㅇㅇ저축은행에서 빌리기 위해 대출서류를 작성하고 시공사인 [야촌주택]에도 메일을 보냈다. 대출서류 중 ‘건축허가서나 도면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있기에 삼각대를 이용해 카메라를 고정하고 건축 관련 서류를 모두 사진으로 찍었다. 현장 소장이 전화를 걸어와 “사장님, 상량식을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을 때도 이때였다.     


  “나는 아직 돼지머리 놓고 고사를 지낸 적이 없습니다. 또 목조주택도 아닌데 무슨 상량식입니까?”   

  

  그가 일언지하 거절했는데, “그래도 고생한 인부들 술이라도 한잔하라는 의미이니 생각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다만, 평생 처음으로 5층이나 되는 건물을 신축하면서 ‘상량식’을 하는데 부를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를 슬프게 했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상량판에 (죽은) 아우를 위해 공사를 하는 내용의 편지를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스터디에 참석하기 위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리로 나섰다. 야구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야구 경기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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