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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May 13. 2024

"결혼도 해 보고, 이혼도 해 봤다."

[연재] 72. 이혼 48일 차

72. 이혼 48일 차        


 

“결혼도 해 보고, 이혼도 해 봤다.”     


2014년 4월 17일 목요일 맑음 흐리고 오후 늦게 약간의 비     


  아침 식사는 베드로가 가져온 맥도날드 빅맥버거였다. 

  고시텔 공동주방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고 401호를 청소한 후 네이버 키워드 광고에 접속했다. 공실이 7개나 되므로 [무빙디자인] 정 대표의 조언대로 네이버 광고를 다시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 광고비 50만 원을 가상의 계좌로 송금했다. 그랬더니 바로 한 남자가 입실 문의했고 방문으로 이어졌다. 그때 그는 [새마을 시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점심때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다. [더 치킨맨]에 후라이드치킨 반 마리를 주문하고 [할인마트]에 들려 캔맥주 여섯 개와 토닉워터 몇 개를 집었다. 그러니 아지트 옥상 야외 테이블에는 치맥이 차려졌다. 베드로가 방문할 때도 이때였는데,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그만 맥주를 몇 캔 마셨다. 



  오후 늦게 비가 살짝 내렸다. 센치해진 기분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가끔 들여다보는 블로그를 클릭했다. C.F 영상 작업하는 ‘장 감독’의 블로그로, 마흔을 넘긴 나이에 벤츠 SLS AMG를 지르고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라며 약사인 아내와 잘 먹고 잘 노는 사람이다. 그런 성격 탓에 아내와 노는 사진을 정성스레 올리곤 했는데 사진이 삭제되어 있었다. 마치 그의 블로그처럼.      


  느낌이 확 왔다. 그래서 글을 더 찾아 읽었더니 ‘서른에 결혼도 해보고 마흔에 이혼도 해봤다’라는 글이 있었다. 최근에 이혼한 듯싶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남자의 빨간 벤츠 스포츠카를 아내가 가져가 가버린 것이었다.     


  그러니 장 감독은 다시 포르쉐 터보를 타야 했으므로, 할리 모터사이클을 판 2천만 원을 종잣돈 삼아 ‘중국 선물시장 프로그램 매매에 뛰어들었다’라는 내용을 소상하게 알리고 있었다. 이렇게 장 감독은 매우 유쾌한 남자로, 이혼했음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잘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장 감독과 그의 행동은 유사했다.     



  6시가 조금 넘어 아지트를 나섰다. 대학로 삼성 [영프라자]에서 지난 토요일 날 찍은 영상 편집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카운터에서 원두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재ㅇ과 한ㅇ 학우가 먼저 와 있었고 허ㅇ 학우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합류했다.      


  “아이들이 돋보이게 화면의 화려함을 배제하는 것이 어떨까요?”

  “바로 그런 지적이 좋아.”     


  그런 식의 회의였고. 스튜디오를 마련하거나 출장 촬영에 대한 향후 계획도 논의되었다. 뒤풀이는 [포크랜드]의 솥뚜껑 삼겹살이었다. 적당히 취했다. 전철 막차를 타고 아지트로 귀가하다가 [효탄참치] 횟집으로 들어갔다.      


  이때였다. 주인장이 “오늘은 제가 쏩니다!”라고 나섰다. 이에 그가 말했다.      


  “그럼, 내가 사장 부부 사진을 저기 광고사진처럼 크게 하나 뽑아 준다. 그걸로 술값은 퉁 치자!”     


  술자리에는 길 건너 [BAR] 주인장도 자리했다. 그래서인지 좀 과하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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