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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May 24. 2024

바람 피우기 좋은 날~

[연재] 77. 이혼 53일 차

77. 이혼 53일 차      


    

바람 피우기 좋은 날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맑음     


  모닝콜 음악 소리에 일찍 깨었다. 

  고시텔 공동주방에서 밥 한 공기를 퍼 와서 짜장에 비벼 먹었다. ㅇㅇ은행 가락시장 점의 서 팀장이 전화를 걸어와 “방문하겠습니다. 전입세대 열람과 주민등록 초본을 동사무소에서 발급받아 놓으십시오”라고 말할 때도 이때였다.


  이에, 그가 “대출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서류부터 준비합니까?”라고 대답하며 미적거리다 ‘일단 대출자서라도 할 생각’에 아지트를 나섰다.     


 

  “바람 피우기 조오은 날이다~~”    

 

  하늘이 맑았고 기분도 좋았다. 휴대폰을 열어 누군가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동사무소에서 돌아오는 길에 1층 식당 앞에서 기다리던 서 팀장을 만나 함께 아지트로 올라왔다.     


  “이자가 낮아져 연 2백만 원 정도 이익입니다. 또 10만 원짜리 적금 하나 들고~”     


  은행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스스로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갈아 태워줄까. 적금 타령하면서 30년 모기지로 다시 엮으려고 한다. 게다가 중도 상환 수수료까지 있다. 그는 어쩌면 ‘이혼’과 함께 아파트를 전세로 돌릴 수 있기에 대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후 순위 기업은행의 3억 원, 합해 6억 원을 빌려주면 되지만 말이다.     


  “집값의 50% 넘게 대출은 안 됩니다.”

  “그럼 안 되겠네요. 6억을 한꺼번에 대환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도 서 팀장은 “연 2백만 원 정도 이익인데요?”라고 설득했다. 그가 말했다.     


  “나에게 그런 돈은 의미가 없어요. 돈을 일시불로 갚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서 팀장을 보내고 와이셔츠 일곱 장을 들고 세탁소로 향했다. 그가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어제는 뭐 했는데 그래?”     



  한참을 통화하고 돌아오다 한 소장의 코란도 승용차를 보았다. 지하실은 아침 일찍부터 세 명의 부녀자들이 청소하고 있었다. 마무리 청소다. 그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 내려와 건물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사진들은 광고로 사용될 것이다. 그런 후 지하실로 내려가서 테이블과 의자도 자리 잡았다.    


       

  세무 최 실장의 전화를 받고 안양에 건축 중인 빌딩 세금계산서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고 [야촌주택]에 공사비 5천만 원도 입금했다. 다음 주부터 ‘석재와 내부 경량 블록이 들어온다’라고 전 소장이 말한다.   


   

  또, ㅇㅇ은행에 가서 이자소득 지급 영수증을 발급받았다. 2천만 원 이상 소득이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인데 50만 원도 채 안 되었다. 오는 길에 롯데마트에 들러 드라이진, 치킨 다리, 주스, 김밥도 사 왔다. 그것이 점심이 되었다.      



  오후 들어 낮잠을 자려던 중에 모녀가 방문했다. ‘다른 곳도 돌아보겠습니다’라며 물러났으나 계약하러 왔다. 실용음악과 진학을 위해 홍천에서 상경했던 참이었다. 엄마는 70만 원을 계좌이체하고 3만 원은 현금으로 지급했다.          


 

  영상 제작 P.World 멤버는 7시부터 아지트에서 편집회의를 하기로 했다. 또 고 사장도 아들과 방문하기로 했다. 그 사이 한투 조 과장의 전화와, ‘건물 감정평가를 한다’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감정평가료가 있습니다”라고 말하기에 사기라는 의심이 들어 조 과장에게 확인했더니 사실이었다.    

  영상 제작 멤버 중 3D 편집하는 주ㅇ 학우가 동참했다. 이들이 각자의 노트북으로 편집하는 시간에 그는 [효탄참치]에서 고 사장 부자와 술잔을 기울였다. 스물여섯의 아들은 아빠를 닮았다. ‘데려온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아들은 소주잔을 벌컥 들이켰다.     

 

  “부동산 경매가 전부가 아닌 투자의 마인드가 중요하지. 일기를 써 봐. 그리고 일하면서 틈틈이 경매 공부하면 투자의 실수를 줄일 수 있어!”     


  그는 진정으로 투자의 시장에서 오래도록 살아남는 법을 말해줬다. 그렇게 알게 된 고 사장도 그와 비슷한 마인드로 자녀를 키우고 있었는데, 딸은 ’ 실용음악을 한다, 한국종합예술학교’에 다닌다 ‘라고 했다. 이에, 그가 술자리를 마치고 지하 홀을 보여주었다. 이에, 아들이 너스레를 떨며 “곧 제 생일인데 한 번 빌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들 부자가 돌아가자 그가 아지트의 영상 편집 사내들과 합류했다. 그 사이, 작업은 어느 정도 끝난 듯했다. 이ㅇㅇ 학우는 “이럴 게 아니라 명함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각각 피디, 특수영상, 대표 등으로 직함을 나누었고 대표는 그가 맞기로 했다.      


  “밥 먹으러 갑시다.”     


  주머니 사정이 찌질한 사내들이 신천의 밤거리로 나섰다. 저렴한 밥을 원하는 듯해서, 그가 앞장서서 김치찌개 식당으로 갔으나 문이 닫혔다. 하는 수 없이 [청국장 식당]에 들어가 밥과 소주를 마신 후 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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