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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May 30. 2024

"어디야? 언제 와?"

[연재] 78. 이혼 54일 차

78. 이혼 54일 차      


    

“어디야? 언제 와?”    

 

2014년 4월 23일 수요일 맑음      


  자정이 넘어 방배동 아파트로 왔다. 

  집에 올 생각은 반쯤 있었으나, 스터디 뒤풀이할 때 여자가 전화를 걸어와 낮은 목소리로 ‘어디야? 언제 와?’라고 물었기에 그랬다. 그는 오늘 하루를 정말로 전쟁같이 보냈기에 매우 피곤했다. 게다가 방금, 스터디에서 5월에 결혼할 예비부부의 주례 부탁도 받았다.     



  아침 식사는 냉동실의 치킨 몇 조각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고시텔 주방에서 퍼 온 밥이었다. 그런 후 대출을 위해 ㅇㅇ은행이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통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통장 거래내역을 엑셀 파일로 만들고 은행에 전화를 걸어 금융거래 내역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지점에 직접 내방하셔야 합니다.”였다. 그제야 지난 과거에 은행을 거래하며 겪었던 모멸감이 생각났다.      


  “이게 뭐야! 담보대출금액이 17억 원인 것을 보냈고, 임대 내역을 보내줬는데 금융 거래내역까지 원해?”     

  짜증이 난 그가 더 이상 자료를 만들지 않고 기존의 파일만 메일로 보내고 감정평가회사에 감정료 20만 원을 송금했다. 이 돈은 ‘대출이 실행되면 돌려받는다’라고 했다. 그러함에도 그는 은행이 서류를 더 요구하면 아예 대출받지 않고. 공사 잔금 지급을 준공 이후로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대출 이자가 연 12%의 고율이므로 빌리지 않는 것이 큰 이득이 된다.   


  

  KT 유선 수리 직원이 방문했다. 지하실로 연결되는 팩스 배선을 부탁했다. 직원이 빠르게 작업했으나 1층 식당으로 연결된 전화선을 절단하는 실수를 했다. 그러니 내일 다시 방문해야 할 것이었다.    


 

  ‘부동산 경매를 배우겠다’라는 고 사장 아들에게는 문자로 ‘핑크팬더’의 카페를 소개하며 “이 바닥은 사기꾼 천지이니 조심해라”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조심해야지요.”라는 답장이 왔다. 그러니 고 사장이 아들놈은 잘 키운 것 같았다.     



  노래방 기기 업체에도 전화 걸었다. 기존 견적에 천장 조명을 추가하고 SK브로드 밴드 사장을 불러 인터넷과 셋톱박스를 연결하도록 했다. 셋톱박스는 야구 경기를 프로젝트로 볼 수 있기에 그리한 것으로, 노래방기기 업체에도 필요한 케이블을 가져오도록 했다. 업체는 내일 방문해 설치하기로 했다.  


    

  옥션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테이블과 쟁반의 숫자를 줄이고 물컵을 포함해 결제했다. 의자는 방송대 [학발회] 스터디가 가지고 있던 28개를 개당 5,000원에 실어 오기로 했다. 또 드럼도 [i 드럼학원] 원장이 “학원에 들어오는 가격으로 7 기통으로 260만 원입니다.”라며 구해주기로 했다. 인터넷이 훨씬 저렴하지만 믿는 사람이니 금액을 송금했고, 세팅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홀의 조명이 너무 밝아서 몇 개의 전구는 단자 접지면에 화장지를 넣어 죽였고 창고의 철물이나 쓰레기 등도 주차장으로 꺼냈다. 또 옥션 장바구니에 담아 둔 물건들을 결제했고,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매물로 나온 업소용 냉장고도 매수했다. 파티용 술을 가득 넣어 두려면 냉장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카의 부동산 경매 투자도 정리가 될 것 같았다. 수원 영화동 물건으로, 지분권자가 전화를 걸어와 “얼마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우리도 대출받아야 합니다.”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전화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기에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오후 늦게 그렇게 했다.     


  “감정가격이 2억 4천이 조금 넘더라구요? 그래서 2억 원은 받아야겠습니다.”    

 

  이에 지분권자가 “1천만 원만 깎아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그래도 일단 실체를 보고 결정합시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조카에게 큰돈이 들어올 것 같았는데 그도 변호사 선임비 등 대납해 주고 결산하지 못한 금액이 5백만 원이 조금 못 되었다.    


 

  오후 들어 자리에 누웠다가 드럼학원 원장의 전화에 일어났다.      


  “금요일 날 배송이 됩니다. 일반 드럼들은 드릴로 조립해 엉망입니다. 괜히 핸드 메이드가 있는 것이 아니지요.”     


  원장의 넉살. 하여간 학원에서 드럼을 수령하고 확인해 주겠다기에 마지못해 승낙했지만 결국 랭글러 루비콘으로 실어와야 한다. 그리고 세팅은 금요일이나 토요일 날, 원장이 못 오면 “제자를 보낼 테니 한 오만 원만 챙겨 주세요.”라고 했다가 미안했는지 “업체에게 깎아 보겠습니다.”라고 번복했다. 그렇게 드럼이 설치될 지하 홀의 바닥 일부가 우레탄이 칠해지지 않았다. 



   방문해 보수공사를 하던 업체 사장이 말했다.      


  “이곳이 사장님 개인공간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언제 돈 벌어 이런 공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에 그가 “나도 이 공간을 가지려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틈만 나면 자랑했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하나를 이루었다. 그리고 더 큰 꿈을 꾸었다. 호텔을 건축하고 지하에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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