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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03. 2024

인생에서 이룬 '꿈' 하나

[연제] 79. 이혼 55일 차

79. 이혼 55일 차         


 

인생에서 이룬 ‘꿈’ 하나    

 

2014년 4월 24일 목요일 맑음      


  세월호 선사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아해’라는 예명을 가진 억만장자였다. 

  그는 70세가 넘는 나이로 사진작가 놀이했다. 세상은 세월호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정치색을 띠는 자들의 선동으로 노란 리본 운동이 일어나는데, 그에겐 ‘아해’라는 존재만 부각 되었다. 그랬다. 그는 냉혹한 자본가이며 잘 노는 놈이었다.   


   

  잠실 빌딩 지하 40평의 공간은 그의 스튜디오이며 음악실이고 파티 공간이다. 6천 톤급의 세월호 선주는 아니지만, 19피트의 파워 요트 선주다. 그리고 사진과 영화를 찍는다. 사이즈가 다르지만, 그도 ‘아해’다. 그들은 그렇게 공통점이 있었다.    

 

  그는 어젯밤과 아침. 두 번에 걸쳐 질퍽한 정사를 벌였다. 그리고 여자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는 아이를 한 번 안아준다. ‘이혼’으로 잊고 지냈던 삶의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2호선 만원 지하철을 타고 빌딩으로 돌아와서 노트북과 카메라, 커피를 챙겨 지하 ‘홀’로 내려갔다. 노트북에 유선 인터넷을 연결하니 연결되지 않았는데 와이파이는 작동했다. 배선이 문제인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는데 200인치 프로젝터에 텔레비전 화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인터넷도 정상 설치가 된 것 같았다.      

  지하 사무실에 쓸 탁자가 배송되었기에 자리잡고, 업소용 냉장고와 노래방 설치 기사들도 도착했다. 냉장고는 배달 업자와 함께 들고 내려와 끝났지만, 노래방 기기와 프로젝트 설치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     

  두 사람의 출장 설치비가 30만 원이기에 직접 설치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들은 전문가답게 각이 나오게 설치했다. 한 소장이 자투리 나무판으로 짠 앰프를 넣을 상자도 맞춘 듯이 들어맞았다. 또 노래방 기계와 호환되는 조명은 음악의 강약을 인식해 광량을 조절했다. 작업이 끝나고 260만 원을 송금해 주자 그들은 철수했다.     



  인생에서 하나의 꿈이 이뤄졌으므로 ‘파티’를 하기로 했다. 청소를 마치고 술과 음식을 사러 [새마을 시장]을 다녀오려고 하니 베드로도 따라나섰다. 치킨과 족발을 주문하고 소주와 맥주, 음료수도 샀다. 그러고 보니 지하 홀에서 쓸 컵도 없고 오프너도 없다. 그렇게 모든 것이 미비했지만 파티는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 정말 건달 같은, 며칠 전 ‘순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라는 신랑도 참석했다. 그도 베드로처럼 술을 마시지 못했다. 하여간 그렇게 세 남자가 조촐한 파티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금영 노래반주기의 명성이 그대로 확인되었다. 방음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틈새가 보여 재고로 남은 스펀지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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