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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05. 2024

"너무 일만 하고 사는 게 아닌가?"

[연재] 80. 이혼 56일 차

80. 이혼 56일 차          



“너무 일만 하고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2014년 4월 25일 금요일 맑음     


  밤 10시가 넘어 [I 드럼] 학원에서 드럼을 싣고 오면서 전 원장과 처녀 한 명이 따라왔다. 조수석에 앉은 그가 룸 밀러를 보며 “무슨 일을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처녀가 말했다.     


  “너무 일만 하고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처녀는 ‘(드럼) 튜닝을 배워보고 싶다’라며 밤늦도록 그가 학원에 오는 시간까지 기다렸고 함께 빌딩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방금 전, [무빙 디장]인 팀과 완공을 자축하는 파티를 했다. [무빙디자인]은 술과 참치회를, 치킨과 족발을 준비했다. 그렇게 푸짐하게 한 상을 차리고 파티를 시작했는데, 정 대표 또한 흥이 많은 사람이었다. 여자가 전화를 걸어올 때도 이때였다.      


  그는 지하실 공사가 끝났는지 어쨌는지 말하지 않고 그저 “이리 놀러 와~”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여자가 방문했다. 그러니 분위기는 ‘썰렁’ 그 자체였는데, 그러함에도 일행은 잘 놀아 주었다.      


  파티가 다 끝나기도 전에 드럼을 인수하려고 그가 여자와 일어섰다. 여자가 운전하는 볼보 S-60 조수석에 앉아 아파트로 가서 랭글러 루비콘으로 바꿔 타고 장충동으로 향했다. 물론, 그는 음주 상태였으므로 여자가 핸들을 잡았다. 그렇게 드럼과 네 사람이 지하 홀로 오게 되었다. 바닥을 청소하던 베드로가 “실컷 놀고 갔습니다”라고 말하며 “조명이 고장 났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원장은 처녀의 도움을 받으며 드럼을 조립했다. 크롬도금의 스틸, 단풍잎 색깔의 고운 도색의 드럼이 자태를 드러냈다. 휑하던 무대 전면이 7구 드럼으로 인해 반짝반짝해졌다. 원장은 음이 완전히 잡히자 시범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회원님, 드럼 매트를 사야겠어요. 베이스가 밀려요”라고 말했다. 바닥에 데코타일을 붙인 한 탓에 킥을 밟아대면 베이스 드럼이 밀렸다. 그가 “내일 테이프 붙이죠, 뭐!”라고 쿨하게 대답하자, “아이, 회원님. 매트 사셔야죠.”라고 말했다.      


  그들도 치킨과 족발로 파티를 시작했다. ‘튜닝을 배우겠다’라고 따라온 처녀는 ‘내일 정읍에서 친구가 결혼식을 합니다.’라며 흐르는 시간을 불안해했다. 이에, 그가 말했다.      


  “본인이 신부는 아니 쟎어? 그럼 됐어! 어차피 신부는 정신이 없어서 누가 왔는지 잘 모른다구. 노래나 부르셔.”     


  처녀는 그의 신청 곡 ‘사랑밖엔 난 몰라’를 잘 불렀다. 조명에 비친 작은 몸이 노래와 어우러져 사랑스러워 보였다.      


  자정이 훨씬 넘어 두 사람이 떠나갔고 홀엔 서로의 몸에 익숙한 남녀만이 남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음악과 함께 섹스했다. 그리고 다시 아지트로 올라와 한 번 더 그렇게 하고 잠들었다. 그렇다고 그가 이렇게 놀기만 하고 섹스만 한 것은 아니다. 말일까지 지급해야 할 대출 이자를 일괄 지급했으며, 세무사에 부가세, 기장료 등을 송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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