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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08. 2024

"우리 이혼하는 거야?"

[연제] 82. 이혼 58일 차

82. 이혼 58일 차          



“우리 이혼하는 거야?”     


2014년 4월 27일 일요일 흐리고 오후에 비       


  그가 눈을 뜬 곳은 집이 아니었다. 

  아지트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그제야 조금씩 어젯밤의 일들이 떠올랐다. 시간이 많이 흘러 정신을 차렸다.      


  브런치는 햄버거였다. 샤워하고 세탁기를 돌린 후, 옥상으로 나갔더니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듯했다. 거실에 빨래를 널고 나서던 길이었다. 점심때가 다 된 시각으로 [다이소]에서 지하 주방에서 쓸 도마, 칼, 가위, 커피잔 따위를 사 들고 오며 그랬다.      


  저녁 식사는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었다. 여자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어제, 왜 갔어? 뭔 일 있었어?”     


  여자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이며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달라’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마는 거지. 뭘 말해달라고 그래? 그리고 특별한 것도 없었어.”라고 대답했다.    

  

  “그럼 왜 갔어? 회도 남아 있는데?”

  “뭔가 기분 나쁘게 했겠지. 나도 기억에 없어.”

  “우리 이혼하는 거야?”

  “그럼 이혼하지. 장난하냐? 이혼도 하지 않을 거면서 감정을 소모하고 그랬겠어?”

  “그럼, 여기 아파트를 2억에 전세를 줘. ㅇㅇ 시험 볼 동안만 살다 갈게.”

  “너는 어떻게 너 생각만 하냐? 이혼했으면, 나는 돈이 많아서 그 돈을 주겠어? 다 내려놓았다. 전세금을 못 돌려받을까 봐 그러는 모양인데, 그 정도로 후지게 봤다는 것이 슬프다. 6월 3일 날 돈 다 줄 테니 방 빼라.”     


  여자는 이혼 판결일에 ‘1억을 더해 2억 원의 현금을 받으며 아파트에서 살다, 딸이 학력고사 시험을 마치면 나가겠다’라고 하며 ‘2억 원에 전세 계약해 달라’라는 것이다.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5억 5천만 원이다. 그러함에도 그는 ‘3억 원에 살라’라고 베려했으나 여자는 2억 원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니 여자의 이기심에 짜증이 났다. 아이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3억 현금은 오히려 늦게 받아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답은 “대출받아서라도 그 돈은 줄 테니 방 빼!”였다.  

        

  이혼이라는 결정을 앞두고 많은 생각을 했다. 재산 분할금액 지급을 위해 ‘파산’까지 각오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다소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해도 이 고통을 감내하려고 한다. 돈은 어떻게든 생길 것이고, 그는 다시 태어날 것이었다. 그것이 그동안 그를 잠 못 들게 했는데, 오늘 또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지하실에서 드럼 연주를 한참 하는데 206호 입주자가 문자를 보내왔다.     


  “요즘 계속 음악 소리가 어디서 나는데 드럼 소리? 같은 혹시, 어디서 나는 건지 아시나요? ㅠㅠ 밖은 아닌 것 같은데~”     


  참 예민한 성격의 입주자다. 상업지의 소음이 얼마나 심한데, 아련히 들리는 음악 소리까지 궁금해하다니. 그가 “지하실입니다. 방음공사 했어도 진동 소음은 있네요. 늦은 밤엔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문자를 보내고 드럼 연주를 이어갔다.      


  ‘시끄럽다고 방을 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임대인이 ‘을’이 되는 쫀쫀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학원에서 배웠던 곡을 차례로 연주하고, 영상으로도 남길 생각을 했다.          



  “아저씨- 혹시 사무실 계세요? 401호 좀 보고 싶어서요-”   

  

  고시텔에 입주한 임차인이 풀옵션 원룸을 보고 싶어 했다. 한 달 전부터 말했으나 보증금 마련이 여의치 않았는지 오늘에야 연락했다. ‘빨래를 돌리고 올라갈게요’라고 말하더니 곧 방문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오빠가 결혼하는데 2천 빌려줬어요. 그래서 돈이 2천밖에 없어요. 방 좀 싸게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가 대답했다.      


  “오빠 결혼하는 좋은 일에 동생이 돈을 빌려줬으니 된 거지. 오빠를 위해 동생이 돈을 좀 써야지. 그러나 내가 오빠를 위해 돈을 쓸 수는 없는 거 아니겠어?”     


  그러함에도 입주자는 ‘오전까지 회사 일하고 힘들다’라며 넋두리했다. 자못 시간이 지루했기에 “칵테일 한잔할래?”라고 물었다. 입주자가 깔루아를 보더니 “아저씨, 제가 좋아하는 거예요. 아저씨, 멋지다”라고 칭찬인지 뭔지 모를 말을 했다.      


  그가 “기타나 가지고 와. 지하실 수리 다 되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보여주세요.”라고 나섰다. 그리고 지하실에 들어서서는 “와- 내가 고등학생이라면 이곳에서 보컬 연습을 하는 건데. 완전 스케일이, 이렇때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네. 다음에 다시 보여주세요. 사진 남겨야 해요.”라고 말하며 앰프 음질도 꼼꼼히 체크하며 “파티할 때 친구도 초대할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입주자가 돌아가고 그는 하던 작업을 이어갔다. 포토샵을 이용해 사진 위에 텍스트를 입력하는 작업으로, 포스터처럼 이미지 자체로 광고가 되는 방법이다. [i 드럼] 원장이 전화를 걸어올 때도 이때였다.  

   

  “그날 밤에 같이 간 여자 회원님이 밤늦게 간 것이 부담되나 봐요. 그래서 사진을 지워 달라고 하네요.”     

  드럼 튜닝 사진을 [음악학원] 카페에 게시했었다. 이때, 실루엣으로 살짝 보이는, 자신만이 알 수 있음에도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므로 원본 사진을 편집해 다시 게시했는데, 이런 경험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사진, 자신의 이야기만 글로 적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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