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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10. 2024

노래방 도우미

[연재] 83. 이혼 59일 차

83. 이혼 59일 차          



노래방 도우미


2014년 4월 28일 월요일 비      


  이틀 전 반포세무서 공무원의 전화를 받았다.      


  “주말에 쉬시는데 전화드린 이유는, 사모님이 낙찰받은 김포시 빌라말입니다. 건물만 낙찰받으시고, 나중에 대지도 소유권을 이전해 가셨는데 얼마에 샀다는 내용이 없어서 1시간 동안 찾아보다가 어쩔 수 없어 전화드렸습니다. 전 소유자 최ㅇㅇ씨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거든요.”     


  김포의 빌라. 1년 전 여자 명의로 4천8백만 원에 낙찰받았다. 재개발 바람이 불 때 2억 5천만 원까지 치솟았던 곳이다. 국내 최대 철거업체가 손을 댔으나 ‘재개발 반대파’가 제기한 소송에 패소하면서 사업은 정지되었고, 회사도 결국 파산했다.      


  “최 씨가 소유한 다른 빌라는 감정가격이 2억 4천만 원입니다. 그렇다면 사모님이 어느 정도 땅값을 지불했을 것 같거든요.”     


  빌라는 건물만 낙찰받았다. 즉, 집합건물이면 당연히 따라붙어야 할 대지권(대지 지분)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보면 대지권이 건물에 따라붙었다. 그러니 당연히 세무 공무원은 ‘땅값을 지불한 것으로 알고 토지 매입금액을 알려달라’라는 것이다. 그래야 매도자의 양도소득금액을 계산해 추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거 땅값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을 해서 가져왔지요.”

  “네? 한 푼도 땅값을 주지 않았다고요?”

  “그렇습니다. 집합건축물은 토지와 대지권의 분리를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선생님은 횡재하셨네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러면 나중에 팔 때 세금이 많이 나올 텐데요?”

  “양도소득세야 벌었으면 당연히 내야지요.”
   “하하.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소송 판결문 같은 거 가지고 계시는지요?”   

  

  마이클의 대답에 세무 공무원은 고민이 해결되었음에 좋아하며, ‘서류작성에 필요하다’라며 판결문을 팩스로 받아보기를 원했다.     


  “팩스 번호를 문자로 찍어 주면 월요일 날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되어 그가 판결문을 팩스로 보내주기 위해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들렸다. 박 실장이 빌라 분양 팸플릿을 보여주며 “사장님, 북향 땅 60평이면 돈 됩니다”라고 브리핑했다. 그렇게 되어 석촌역 근처 빌라를 보게 되었다. 내부 인테리어를 매우 감각적으로 잘했는데 분양 대행은 [119 부동산]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팩스도 송신되지 않았다. 베드로가 가져가더니 “보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이클도 법원으로 보정서를 보내려고 편지 봉투를 사러 문방구로 향했다. 여자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방을 얻으러 올 거야.”     


  여자 두 사람이 기다렸고, 203호를 계약했다. 급하게 방이 필요한 듯했다. 계약서를 쓰면서 “주차는 되죠?”라고 물었다. 대답은 “안 됩니다”였다. 계약을 마치고 [새마을 시장]에서 부침개와 막걸리를 사 왔다.      

  지하 홀에 술판을 벌였다. 채무자 박 사장도 한 자리 차지했다. 그리고는 “사장님, 모든 것을 내놓았습니다. (건축을 위해) 차고 가신다면 저는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그동안 그 땅을 매입하며 들어간 돈이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다. 박 사장이 “4억 5천 정도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것 경매로 진행해 내가 낙찰받을 테니 박 사장은 손을 드세요. 잘 되면 나중에 내가 좀 챙겨 드리리다.”     


  그의 주장은 박 사장이 토지 매입으로 들어간 돈을 포기하라는 말이었고, 건축 공사를 해 돈이 좀 남으면 ‘쥐어 주겠다’라는 말과 동의어였다. 그러니 박 사장은 동의하지 않았고 삐져서 돌아갔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403호의 천장을 뚫고 떨어졌다. 임차인 아주머니의 문자를 받고 방문했더니 주방 쪽 거실 바닥에 세숫대야를 놓고 있었다. 오후에 한 소장이 찾아와서 옥상 인조 잔디를 걷어 내고 크랙을 발견했다. 또 401호 원룸 쪽도 발견했다.     


  “일단 비가 멈추고 천장이 마르면 V자 컷팅하고 보수합니다.”     


  비는 계속 내렸다. 처남이 전화하기를 “생신이신데, 식사나 사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화물차를 타고 도착했다. 적재함에 막내처남의 공구를 실어주고 [구이가]로 가서 육회에 소주를 마시다가 고기도 구웠다. 그런 후 옆 건물 지하 [제니스 노래방]으로 내려가서 도우미를 불러 논 것 같은데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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