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만 Jun 15. 2024

"이혼 서류 접수하면 남남이 되어요"

[연재]  84. 이혼 60일 차

84. 이혼 60일 차        


  

“이혼 서류 접수하면 남남이 되어요”

     

2014년 4월 29일 화요일 흐리고 약간의 비      


  아침에 셋째 처형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노래방에서 전화했는데, 이제야 보고 연락을 한 것이다. 대화는 “ㅇㅇ 아빠가 다시 결혼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고, 또 결혼해도 성격 맞추기 힘든데 그냥 서류정리만 하지 말고 그대로 살면 안 돼요?”라거나 “이혼 서류 접수하면 남남이 되어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그가 “당연히 남남이 되지요. 그 정도 생각 안 하겠습니까?”라고 대답했으나, 대화가 길어졌기에 외출준비도 함께 했다.     



  안양역 앞에 지어지는 고시원 건물은 내부 ALC 블록 공사가 한창이었다. [야촌주택]은 공사비가 부족한지 그에게 자금 사정을 물었다. 슬프게도 은행 대출이 진행되지 않았기에 “기다려 보세요”라고 말했다. 노래방기기 업체 영사운드 양 부장이 고장 난 조명을 교체하기 위해 잠실 빌딩을 방문할 때도 이때였다. 다행히 베드로가 홀에 있기에 문을 열어줄 수 있었다. 양 부장 말에 의하면 ‘정전압 회로가 불량이 났다’라고 했다.      



  1호선 지하철의 냄새는 썩은 열차 칸처럼 역겨웠다. 불과 두 정거장을 가는데도 힘들었다. 그가 술을 마시고 지하철을 탄 것을 후회했다. 현장소장, 새시 업체 사장과 [콩나물 해장국] 식당에 들렀다. 후진 골목 안의 멋진 식당이었다.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책을 읽었고 잠실에 와서 이발했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모습으로 아랫배가 상당히 많이 나왔음을 알았다.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할 형편이었다.   


  

  저녁 식사는 베드로의 주선으로 ㅎㅈ와 먹기로 했는데 오지 않았다. ‘바쁘다’라고 말했기에 역삼동 사무실로 찾아갔다. 새로 얻은 사무실엔 직원들이 많았고, 업무 또한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ㅇㅇ 저축은행의 수탁업무까지 진출한 탓이었다.     


  베드로가 ㅎㅈ를 만나자고 한 목적은 그가 가지고 있는 근저당 채권을 담보로 돈을 융통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을 [질권설정]이라고 한다. 이미 ㅎㅈ와는 십여 년을 알고 지내서 서로 숨길 것이 없는 사이인지라 대화는 잘 되었다. 지번을 알려주고 일어섰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ㅎㅈ가 한 말이 자꾸 기억이 났다.   

  

  “형님, 고시원을 어떻게 하세요. NPL을 하셔야죠.”     


  ㅎㅈ는 그를 고시원 사업자로 격을 낮춰버린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돈이 필요하고, 그 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베드로와 저녁을 먹으며 “빌딩을 담보로 후순위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공사비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합의금을 줘야 하기에, 대출을 받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그러자 베드로가 “신협에도 한 번 넣어 보시죠?”라고 말하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강남역까지 함께 걸었다. 베드로가 말했다.     


  “사장님께 돈이 붙을 것 같습니다.”     


  물론, 듣기 좋은 소리인지 어떤 의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도 부인하지 않았다.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역에서 베드로와 헤어지고 방송대 스터디 운영회의에 참석했다. 오늘의 안건은 야유회와 체육대회, 스터디 수첩 만들기, 회원 결혼 화환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회의를 끝내고 뒤풀이도 거절한 채 빌딩으로 향했다.    

 

  택배로 도착한 마이크를 지하 홀에 설치하고 지프 랭글러 배터리 교환 작업도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배터리는 장착 위치에 딱 들어맞았고, 시동도 잘 걸렸다. 물론, 바로 작업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피곤이 겹쳐 쉬이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시간은 새벽 두 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노래방 도우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