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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18. 2024

직장인, 작가, 투자자로 사는 사내

[연재] 86. 이혼 62일 차

86. 이혼 62일 차          



직장인, 작가, 투자자로 사는 한 사내     


2014년 5월 1일 목요일 맑음      


  지붕 방수공사를 하기 쉽도록 햇볕이 짱짱하게 내리쬔다. 

  한낮엔 여름 날씨처럼 따뜻하다. 하지만 지하 홀은 냉기가 가득해 춥다. 그가 고시텔 공용주방으로 내려가 밥을 한 공기 퍼오며 김치도 한쪽을 담아왔다. 밥에 3분 짜장을 부었다.      


  식사 후 카메라와 소녀 모습의 피겨를 챙겼다. 지하 홀을 알리는 광고 사진을 찍으려는 것인데, 콘셉트가 ‘피겨 인형을 리포터처럼 등장시키자’라는 아이디어였다. 내일 모레면 50줄인 그가 얼굴을 내미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빌딩 전면을 사진 찍고 지 하홀 입구, 카페구 역, 무대 등 순으로 촬영했다. 또한, 영화관람이 가능하다는 콘셉트를 위해 스크린을 내리고 촬영하고 화면은 포토샵을 이용해 합성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로 접어들 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마흔 살 중반의 남자로 지하철 공사에 근무한다. 인터넷 경매모임에서 알게 되었다. [왕초보 부동산경매]라는 책도 쓴 저자로 닉네임은 [상식세상]이다. [상식세상]이 노래방 반주기와 드럼을 구경하며 “음치 탈출이라는 프로에 출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앰프를 켜며 “노래는 박자만 잘 맞추면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데, 박자가 어려운가?”라고 되물었다.      


  “박자뿐만 아니라 음정도 안 돼요.” 

  “그러면 음정이 낮은 노래를 선택해 부르라고.”     


  그가 함중아의 [안갯속의 두 그림자]를 선곡했다. 두 사람은 노래를 합창했고 잠시 후 드럼 연주도 곁들였다. 홀에 드럼과 노랫소리가 퍼졌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는 ‘결혼’과 ‘이혼’에 관해서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제 설정은 자신의 주변부로부터 시작되기에 그런 것 같았다.      



  “식사나 하러 가시죠.”     


  [상식세상]의 권유에 밖으로 나갔다. 오후 3시경이었다. 전화기를 넣어두고 문을 잠그는 바람에 들어가 가져올까 하다 그만두었다. 전화기는 다음 날 챙겼는데 여자로부터 여러 번 연락이 왔었다. 결과적으로 전화기를 챙기지 않은 것이 좋았는데, 그것은 두 사람이 룸살롱에서 놀았기 때문이었다.   

   

  낮술을 먹으려니 [오징어나라]도 [참치 횟집]도 오픈 전이다. 하는 수 없이 [태풍 횟집]으로 가서 회에 소주 몇 병을 비웠다. 그러는 사이 유흥 상무도 출근할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고 돌아올 때는 “잊지 말고 (남은) 술 챙겨라!”였다.     


  하지만,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어떻게 놀았는지는 기억은 없고, 옥탑방 침대에서 알몸으로 누워 자는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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