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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24. 2024

여자는 눈물을 훔치며 노래하고

[연재] 90. 이혼 66일 차

90. 이혼 66일 차          



여자는 눈물을 훔치며 노래하고     


2014년 5월 5일 월요일 맑음     


  옥탑방에 세 남자가 널브러져 자고 있다. 

  재ㅇ은 일찌감치 그의 침대를 차지해 잠들었고 그와 정 감독은 방바닥에 이불을 폈다.  

    

  “일어나라,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그가 사내들을 깨웠다. 그리고 [전주식당]으로 가 “선지 많이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영화 ‘시나리오가 생각났다’라며 바로 대박이 난 것처럼 조루적 행동을 한 어제의 기억이 밀려올 때도 이때였다. 지출도 막대했는데 120만 원 정도 쓴 것 같았다. 그러니 어떠해서든 ‘돈을 당겨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지트로 돌아온 그가 녹음기를 틀어가며 막바지 타이핑을 했다. 그렇게 대망의 [경매꾼 엑스]라는 시나리오가 완성되었고 장 감독에게 메일로 전달되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장은 “시나리오를 이렇게 쓰면 안 돼요. 제가 맛 대본을 보낼 테니 읽어보세요”였다. 그렇게 장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를 본 그가 외쳤다. “난 못하겠다. 누구 시키자.”     


  이때였다. 정진 감독이 말했다.     


  “형님, 애들 시키면 10만 원이면 써요. 지네들도 경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렇다. 그는 이미 제작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골 아픈 시나리오는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시놉시스만 제공하고 작가에게 쓰게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일 장 감독과 만나기로 했다.  

   

  “난 시나리오는 쓸 수 없어요. 내가 쓰는 글의 형태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 것은 같이 만나 만들어 가야죠. 돈을 어떻게 당겨오고 분배하고 그런 것도 함께요. 어쨌거나 이제 에로영화는 전혀 다른 줄거리의 드라마가 시작되는 셈입니다. 아시겠어요?”     


  그가 장 감독에게 호언했는데, 앞으로 영화가 만들어질지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륀이날인데 잘 지내나?”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몇 번의 문자가 오고 가다가 “우럭을 먹을꼬얌”이라는 답장을 끝으로 딸은 여자가 운전하는 볼보 S-60 승용차를 타고 빌딩에 나타났다. 녀석은 여전히 귀여웠다. 우럭회를 먹는다고 했기에 어디 횟집을 가나 고민하다 [새마을 시장]의 횟집을 가기로 했다.     


  “우럭 하나요.”     


  3만 원이었다. 잠시 후 씨알이 좋은 우럭회가 나왔고 한 판을 더 시켰는데 이번에는 좀 작다는 불평이다. 그래도 딸의 작은 배는 가득 찼는데, 찌그러진 냄비에 끓여 내온 매운탕이 매우 맛있었다.      


  “나는 먼저 가서 공부할래.”     


  딸이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노래나 한 곡하고 가”라며 피렌체홀로 내려갔다. 그러자 딸은 인테리어 공사에 대해 “에이, 알아서 잘했겠지”라고 미루어 짐작하다가 눈앞의 상황에 깜짝 놀라 아이팟을 꺼내 사진 찍고 “와 개쩔, 안 봤으면 어쩔.”이라고 외쳤다. 그런 후 이상한 노래를 한 곡 부르고 오만 원권 두 장을 받고 사라졌다. 이제 남은 사람은 그와 여자였다. 여자는 눈물을 훔치며 노래를 불렀고 그는 짐짓 외면하며 드럼을 연주했다.    

  

  “술 한잔할래?”     


  아지트로 올라와 옷을 벗고 잠을 청하는 여자에게 그가 말하며 냉장고에서 깔루아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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