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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22. 2024

부동산 경매 에로 영화 시나리오

[연재] 89. 이혼 65일 차

89. 이혼 65일 차          



부동산 경매 에로 영화 시나리오     


2014년 5월 4일 일요일 맑음      

 

  한강에 요트 한 대가 떠 간다. 

  강변에 있던 남자가 강물에 뛰어든다. 요트의 남녀는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더니 이내 질펀한 정사를 시작한다. 그들이 한참 절정을 향해 달릴 때 저 멀리서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요트 안의 남자가 일어나 물에 빠진 남자에게 말한다.      


  그는 휴대용 녹음기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며 녹음을 시작했다. 그의 첫 영화 [경매꾼 엑스]의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시나리오는 말로 표현되고 녹음되기에 이르렀다. 글로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말로 하는 것은 쉬웠다. 그러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사도 읊고 마지막 엔딩 장면도 완성했다. 남자의 요트는 해양경찰에 의해 발견되고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구명조끼도 발견했으나 그것뿐이었다.     


  에로영화의 한 획을 긋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녹음을 마치자 뛸 듯이 기뻤다. 그동안 그를 둘러쌌던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이제 글로 타이핑만 하면 될 것이었다. 그가 장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한글파일로 해서 메일로 보내줘 보세요.”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스튜디오 촬영감독 정진이 찾아왔다. 얼마 전 만났을 때 “지하 홀 광고 영상을 만들어봐!”라고 한 말에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정 감독은 홀을 구석구석 촬영하더니 “출연할 사람이 없을까요?”라고 주문했다. 이에, 그가 학우 몇 명에게 전화했는데 “전 아르바이트 중이에요”라거나, “미용실에 가려고 예약했어요”라거나, “어쩌죠? 일하고 있어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니 그는 아직도 잉여적인 여배우 하나 섭외할 능력이 없는 미래의 감독일 뿐이었다. “그냥 찍자!”     



  지하 홀 촬영을 끝내고 한강 반포지구로 향했다. 파워 요트를 관리하지 않아 상태를 점검하고 갑판 밑의 물도 배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는 사이 동행한 정 감독이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2분짜리 영상으로 편집되었다.     



  빌딩으로 돌아와 저녁 겸 술을 마시기 위해 족발과 만두를 샀다. 정 감독은 술을 마시지 못한다. 그가 시나리오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때, 재ㅇ이도 합세했다. ‘배고프다’라는 재ㅇ의 성화에 [오징어 나라]로 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결국 강남 룸살롱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니 엄청난 돈이 깨졌다. 그러함에도 얻은 것은 있었다. 영화제작에서 “이번 영화는 너희 둘만 참여해라.”라고 정리한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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