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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n 27. 2024

부동산 중개업소 신 부장

[연재] 91. 이혼 67일 차

91. 이혼 67일 차   


       

부동산 중개업소 신 부장     


2014년 5월 6일 화요일 맑음      


  꿈을 꾸었다. 

  정치인 정미홍 씨가 복권에 당첨되는 꿈이었다. 일어나자 ‘복권을 사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저녁이 되어 일기를 쓰다가 사러 나갔으며, 오는 길에 식당 [구이가]에서 육회도 포장해 왔다. 물론 접시를 가지고 갔었다.      


  직장인들이 꿈에 그릴 연휴다. 날씨도 매우 맑았다. 예년 같으면 그는 반포지구에서 파워 보트를 띄우고 놀았을 테지만 올해엔 그러지 못한다.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다. 그의 오락 에너지는 급격하게 다운되었다.      


  지하 홀로 내려와 프로젝터를 영화 스크린 방향으로 옮겨 장착하고 노트북을 연결했다. 음성 케이블을 발견해 앰프와 직렬 연결하니 영상과 음성 모두 지원되는 근사한 영화관이 되었다. 그러니 영화를 한 편 당겨야 했다. 그래서 본 영화는 [친구 2]였다. 영화는 무슨 대작도 아닌 것이, 이곳저곳 시대를 넘나들며 지랄했다. 그러함도 나만의 영화관 분위기는 마음껏 냈다. [부동산 중개업소] 신 부장이 방문할 때도 이때였다.      


  “사장님, 벌써 (빌딩) 가격이 올랐어요? 월세 2천은 나오게 하실 수 있죠?”

  “월세 2천 나오면 42억에 팔겠냐? 말 같은 소리를 해라. 그렇지만 기본 천오륙백은 찍는다. 입금 가 42억이다.”

  “내일 중개하실 분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그때 조건들을 협의해 주세요.”    

 

  그렇게 되어 11시에 만나기로 했다. 신 부장이 돌아가고 장 감독이 방문했다.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돈을 땡기든지 말든지 하지요.”     


  장 감독은 호구지책으로 에로 영화를 찍고 다닌다. 그도 영화판에 입성하려면 판돈이 시나리오 정도라는 것을 익히 읽었으므로 “시나리오는 한 달 이내에 만들어 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저녁은 여자가 가져온 열무김치로 해결하고 카지노 영화 한 편을 더 시청했다. 줄거리는 [프리스턴 대학] 수재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도박을 하던 중에, 사기도박으로 털려 코스타리카 서버 운영자를 찾아가 조직원으로 일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별로였는데 요트 신이 나와서 좋았다.   

   

  일기를 쓰다가 복권을 사러 나갔고, 육회도 포장해 와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때 드는 생각은 ‘이것저것 벌려놓은 것은 많으나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였다. 그러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에만 집중한다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리라 믿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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