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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l 01. 2024

소개팅

[연재] 93. 이혼 69일 차

93. 이혼 69일 차          



소개팅     


2014년 5월 8일 목요일 맑음       


  알몸으로 아침을 맞이한 여자가 말했다.     

 

  “날마다 와도 돼.”     


  딸은 “샌드위치 사 먹을 거야.”라고 말하며 학교로 향했다. 그러니 이들은 한 번 더 폭발적으로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사정은 시원치 않았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이었다. [법무법인 ㅇㅇ] 사무원이 경매 진행과 관련해 전화를 걸어올 때도 이때였다. 일어나 샤워하고 콩나물국으로 해장했다.    

 

  “나, 간다.”     


  허약해진 체력으로 땀을 흘리며 빌딩에 도착해 첫 번째로 한 일은 경매 비용을 입금하는 일이었다. 1천1백만 원이었다. 인터넷 뱅킹으로 비용을 송금하고 신협으로 가서 9백만 원을 인출해 구멍 난 통장을 메꾸었다. 그리고는 SK주유소를 검색했더니 잠진 초등학교 근처의 주유소가 검색되었다. 어제 쓰지 못한 5천 원 주유상품권을 포함해 1만 원어치 기름을 넣었다. 상품권은 자동차보험 가입하고 받은 것인데, 기한이 있기에 부랴부랴 사용한 것이다. 고 사장이 전화를 걸어온 때도 이때였다. 


  신사동에서 모터사이클 수리점을 할 때 알던 사내로 그와는 동갑이다. 얼마 전에 ‘부동산경매를 배우고 싶다’라는 아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여자를 소개해 준다’라고 하더니, “나 여섯 시에 넘어서 넘어갈 거야. 소개만 해 줄 테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도 캐주얼 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썸 타는 것을 떠나 소개해 준 이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흰색 벤츠 C클래스를 타고 빌딩에 도착했다. 두 명의 여자와 고 사장이었다. 저녁 6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배고프다. 밥 먹자.”     


  고 사장이 말을 꺼내며 “회 같은 것을 먹자.”라고 덧붙였다. 그가 일행을 [새마을 시장]으로 안내했다. 그러니 우아한 여인네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는 그런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첫 만남부터 너무 저자세로 접대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이 피곤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에 그리했다.      


  고 사장이 “농어를 먹자.”라고 말하며 주문했고 뒤이어 녹두전, 우럭 회도 주문했다. 횟집은, 분위기는 험악해도 맛이 있는 곳이다. 특히 매운탕은 더욱 그러하다. 다행히 그녀들도 마음에 들어 했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봐야 한다. 고 사장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는 고운 피부에 통통한 맷집을 가졌다. 그리고 그 베프라는 여인네는 가냘픈 몸매로 미니스커트를 입었고, 벤츠 소유주다. 마흔두어 살쯤 된다고 했는데 기억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들에게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름을 검색하도록 했으나, 그녀들의 이름은 빌딩을 떠날 때 물었었다. 이에, 그녀는 기꺼이 이름을 말했는데 ‘유ㅇㅇ’이라고 했다. 떠나기 전, 일행은 지하 홀에서 노래 몇 곡도 불렀는데, 고 사장과 그녀들 모두 술을 못 한다. 어쨌거나 그들이 간 후 구글링하니 그녀의 말처럼 거문고 전수자인 것은 맞는 듯했다. 하여간, 심수봉의 [비나리]를 잘 불렀고 고사장도 곧잘 했다. 통통한 여인네가 그에게 “드럼을 잘 치시네요.”라고 말할 때도 이때였다.      


  그들은 9시가 조금 넘어 돌아갔다. 생각에 잠긴 그는 혼자서 드라이 진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방송대 스터디 문화부장이며 4학년 팀장인 함ㅇㅇ이었다. 전화를 받은 함ㅇㅇ은 새벽 한 시경 도착했다. 옆 건물 1층의 참치 횟집으로 향했다. 식당 주인장은 장사를 끝내고 계단을 고치는 중이었다.      


  “형님, 대학가요제 한 번 가야죠. 그런데 정말 (지하 시설) 만드시네. 장난 아니네요.”     


  그렇게 함ㅇㅇ과 허접한 이야기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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