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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l 03. 2024

인간들은 어제 일로 오늘이 괴롭다

[연제] 94. 이혼 70일 차

94. 이혼 70일 차       


   

인간들은 어제의 일로 오늘을 괴로워한다     


2014년 5월 9일 금요일 맑음     

 

  11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하늘은 매우 맑았고 기분도 몽롱하게 좋았다. 샤워하고 세탁기를 돌린 후 은행으로 가서 원천징수 세금을 납부하고 [전주식당]에서 선지해장국을 주문했다. 뜨거운 국물을 식혀가며 천천히 먹었다.     


  “오랜만입니다.”     


  빌딩 지하로 이어지는 홀 입구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몇 년 전 구로동 아파트형 공장 채권 문제로 알게 된 사람이다. 아마 다시 베드로와 일을 해보려는 것 같았다.      



  통장의 현금이 말라가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공사비도 줘야 하고 채무 이자도 지급해야 하는데 말이다. 다음 주에 인천 채무자가 갚는다면 숨통이 확 트이게 될 것이나. 시간이 그것을 말해줄 것이다.      


  지하 홀에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어 그가 베드로에게 2만 원을 빌렸다. 그리고는 [새마을 시장] 족발을 파는 가게로 향했다.     


  “족발 만 구천 원어치만 주세요. 야채를 사야 하거든요.”     


  이미 익숙한 족발집 주인장이 ‘외상입니다.’라며 야채를 건넸다. 그렇게 세 사람은 족발을 안주 삼아 술자리를 이어갔다. 그는 숨쉬기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며 운동하리라 생각할 때도 이때였다.      


  ‘정말 살을 빼야 할 것 같다.’          



  고 사장이 어제 소개한 여자의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왔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오늘같이 일하기 아까운 날에는 무엇을 하나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첫 전화가 개통되었다. 그녀가 “학교에 강의가 없으면 거문고 연습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만나기에는 어디가 편한가요?”라고 되물었더니 “아무래도 강남이죠.”라고 대답했다.      


  고 사장은 “통통한 얘는 한복 드레스를 만들어, 가로수길에 가계도 있었는데 까졌지. 그런데 갸는 좀 순진한 면이 있다고 그러네.”라고 알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면 전화하십시오.”라고 말하자, “저 그런 거 잘못합니다.”라고 말했었다.      


  또 하나, 파쏘 사이트에 파워 보트를 팔겠다는 광고를 올렸다. 아무래도 올해는 보팅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나중에 큰돈을 벌게 된다면 24피트 하나 마련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사촌 ㅇㅇ이의 전화도 있었다. 사냥터에서 전화를 받을 땐 “이혼한다”라고 하더니 여자가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진행한 모양이었다. 갑갑한 소리를 하기에 “소장을 사진 찍어 이메일로 보내라”라고 말했더니 그것도 제대로 촬영하지 못하고 삐딱하게 보내왔다. 짜증 제대로였다.  

   

  이렇게 인간들은 어제의 일로 오늘을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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