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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l 09. 2024

"마나님이 결제자라..."

[연재] 96. 이혼 72일 차

96. 이혼 72일 차          



 “마나님이 결제자라...”  

   

2014년 5월 11일 일요일 흐리고 오후에 비 


  여자의 몸은 뜨거웠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감겨오는 여자의 몸은 매우 뜨거웠다. “어젯밤에 했냐?”라는 물음에 “어머머, 화장지 붙어 있잖아.”라고 말했다. 정말로 여자의 사타구니에는 티슈가 붙어 있었다. 그가 일어나 주방으로 가더니 양손에 물컵을 들고 돌아왔다. 각자 벌컥벌컥 마셨다.      


  그가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고 물건을 씻었다. 여자도 “나도 씻고 올게.”라고 말하며 침대를 내려갔고, 돌아오자 이불을 젖히며 말했다.     


  “나에게 엎어져!”     


  여자가 그의 물건을 빨기 시작했다. 이에, “넣어줘. 뜨거움을 느끼고 싶어.”라고 말했다. 여자가 위에서 그의 물건을 잡아 옥문으로 밀어 넣었다. 뜨거운 체온이 전달되었다.  


         

  “아침은 못 먹겠지?”     

  커피를 마시고 빌딩으로 향했다. 부동산 중개하는 신 부장 방문 약속이 있어서 늦출 수 없었다. 신 부장이 “사장님, 이 건물은 게스트하우스로 바꿔야 합니다. 문화관광부와 일본, 중국 대사관에 등록만 하면 손님은 골라서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저에게 월급 150만 원을 주십시오. 청소부터 모든 것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

  그가 늘 꿈꾸던, 도시 여행자들의 쉼터를 꾸미고자 했는데, 지금 신 부장이 그 제안을 하고 있으며 매우 구체적이었다. 그가 말했다.     


  “뭐, 보고서라든지 한번 만들어봐. 말로 하는 것보다 그게 정확하쟎어?”

  “네 사장님. 화요일까지 만들어 제출하겠습니다.”     


  신 부장은 “(월) 50만 원짜리 방을 9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언어나 관리는 제가 다 하겠습니다. 저도 아내가 벌어오는 250만 원으로 살거든요. 고시텔 관리를 시작으로 작은 빌딩 몇 개를 더 (관리)한다면 수익이 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돌아갔다.    


      

  그가 한강으로 가서 파워 보트를 띄울 준비를 했다. 오후에 거문고 유 양이 연락한다고 해서 데이트도 생각이었고, 매물을 보러 온다는 남자도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회와 와인을 준비하자’라고 생각하고 이마트로 향했다. 그러나 오늘은 휴무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한강 반포지구 편의점에서 김밥과 맥주를 샀다. 요트 트레일러를 지프 랭글러 루비콘 히치 리시버에 연결하려는 찰나 한 남자가 걸어왔다.     


  “선생님 보트입니까? 이제부터 월정 주차가 안 됩니다.”

  “왜죠?"

  “곧 있으면 장마가 시작됩니다. 한강이 침수되면 여기의 보트나 트레일러들이 피해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저도 비만 오면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잠수교 화면을 보다가 위험하면 끌어내곤 합니다. 한강관리사무소는 소유자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으면 되고, 연락처가 없다면 ‘경고문’을 부착해 책임을 면책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아니하고 무조건 주차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원을 넣겠습니다.”

  “우리도 선생님과 생각이 같습니다만...”      

         

  바람맞은 그는 김밥을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유 양이 “오빠 미안한데,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서울에 나가기 힘들어요.”라고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파워 보트 매수를 희망하는 남자로부터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보트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한 번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점프선으로 랭글러 루비콘의 배터리와 연결하는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시동을 걸었다. 그러니 충전이 되도록 강물 위를 주행했고 ‘분당에서 출발했다’라는 남자를 반포 수상택시 정류장에서 태웠다.      


  “조정면허는 언제 취득하셨나요?”     


  그가 묻자 남자는 “2년 전에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잘 참으셨네요.”라고 되물었데, 걸음도 느렸다. 몇 방울의 비가 내릴 뿐인데도 우산을 받치고 천천히 걸어왔다. 열정이 낮은 남자란 뜻이었다. 게다가, “마나님이 결제자라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즉, 가족을 동행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그가 “나는 아내에게 허락받는 남자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의미를 알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었다. 때마침 검은 구름과 비가 몰려와서 더 이상 주행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트레일러에 파워 보트를 올렸다.    

 

  “날씨가 좋으면 아이들을 태워줬으면 했는데 아쉽습니다.”     


  그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그는 안다. 소유하지 않는 자는 누리지 않게 하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소유하지 않고 누리려면 비용을 내던지. 남자는 열정이 없기에 파워 보트를 소유할 수 없다. 그는 느릿느릿 배를 끌어올리고 지상에 계류시켰다.     


  “보트란 게 쉽게 소유할 물건은 아니지요. 그러니 꼼꼼히 알아보고 좋은 배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 사진은 저에게 메일 주소를 보내주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느긋한 남자의 가족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여자는 딸과 닭강정을 먹고 있었다. “비도 오는데 막걸리에 파전 생각이 나서.”라고 말하며 막걸리와 맥주가 든 봉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딸이 거실로 걸어 나오며 “둘이 아주 좋아죽네.”라고 말할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결국 감정이 격해지자 만취 상태로 빌딩으로 돌아왔다. 거리에는 비가 내렸고 눈앞이 침침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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