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쓰레기 매립장과 소 | 제4회 카라동물영화제 <목우일기>
너무나 태연했다. 검정 비닐봉지를 여물 씹듯 질겅거리는 소의 모습이.
심각함을 강조하는 배경 음악도,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어두운 화면 처리도 없었다. 새들은 날개를 생동감 있게 퍼덕이며 쓰레기장을 찾았고, 소들은 태평하게 여물 아니 비닐봉지를 질겅였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나름대로 규칙있게 줄을 지어 이동하기도 했다. 소가 줄지어 서 있는 쓰레기장에는 또 다른 쓰레기 차가 쓰레기를 실은 채 들어왔다. 쓰레기 더미에서 생과 죽음이 자연스레 순환하고 있었다.
15분 남짓의 영화 <목우일기>를 보는 동안, 나는 이따금 목을 기다랗게 빼고 모니터를 가까이 바라봐야 했다. CG인가? 아... 이건 CG겠지? 비현실적인 현실에 좌절할 힘조차 잃었다.
죽은 향유고래의 배에서 발견된 100여 kg의 쓰레기,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의 코에서 나온 빨대 사진. 생각해보면 이런 장면은 차라리 현실적이다. 고통을 가늠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까.
생태계는 더 이상 쓰레기 하나하나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해있지 않다. 평화로운 표정으로 쓰레기 더미 위에 누워, 행복하다는 듯 쓰레기를 되새김질하는 소의 모습을 담은 <목우일기>는 완전히 새로운 재앙의 시대를 보여준다.
시놉시스
인도네시아의 한 쓰레기 매립지. 그 쓰레기 매립지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과 소들이 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