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도 습관이다, 도파민과의 싸움!
절대 노는 시간의 법칙, 절대 게으름의 법칙 같은 게 있는 게 아닐까?
해일리와 카톡을 하다 나눈 얘기다. 예를 들어 어제, 5시 반쯤 일어나 하루종일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알차고 뿌듯한 하루를 보내...는 줄 알았는데 저녁에 침대에 누워 유튜브의 늪에 빠져 뒹굴거렸다. 뒤늦게 침대에서 벗어나 해야하는 걸 마무리하고 나니 새벽 2시. 잠드는 순간에 '뭘 한 거지' 하는 패배감과 실망감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아 몸을 꼼꼼하게 스트레칭하고 심호흡을 한 후 조금은 상쾌하게 잠에 들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편도가 많이 부어 있었다. 오늘은 정말이지 일이 하기 싫었다.
퇴근하고 기차를 타러 가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절대 게으름의 법칙 같은 건 없다. 그저 습관이었다. 게으름이라는 습관. 일은 무엇이든 빠르게 하려고 조바심을 내고, 쉴 땐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소비하고, 밥을 먹을 때마저 사 먹거나 배달 음식을 먹으며 설거지하는 필수 고통을 견디지 않아도 되니, 현대인은 도통 인내심을 발휘할 일이 없다. 그래서인지 작은 일에도 화를 낸다. 마음이 자꾸 작아지고 조급해진다. 요 몇 달 기상 시간을 조금 당겼다고 해서 몇 년간 자리 잡은 게으름과 나태함이 쪼르르 자취를 감추었을 리 없다. 새로운 모습을 위해 나아가려면, 새로운 습관들을 천천히 그리고 오래 쌓아가야겠지.
어려운 무게로 운동할 때, 숨을 꾹 참고 다이빙할 때, 새로 배운 동작을 멋지게 해내지 못할 때, 안 써지는 글 앞에서 그럼에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어야 할 때, 사실 힘들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 행복하다. 도파민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라고 느껴져서 행복한가 보다.
인간은 철저히 인간만을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서울에 산다. 베이징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의 도파민을 분출시켜서 일하고 물건을 사대고 누군가의 이윤을 창출하게 만들지 골똘한 고민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심지어 나도 IT 회사에서 사용자들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사로잡을까 고민하며, 도파민 분출에 기여하고 있지 않은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는 나의 취향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가득하고, 쇼핑몰은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상품을 내민다. 영어 회화를 보겠다고 들어간 유튜브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기괴한 콘텐츠를 마주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탈출하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긴 지금, 호흡이 짧은 경쟁과 성취,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욕심, 우선순위 낮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필요 없다. 대신 견디는 인내심, 내 안에만 집중하는 몰입의 힘을 기르고 싶다. 그리하여 과거에 머물지도 미래에 집착하지도 않으며 현재에 존재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렇게 현재에 머물다 번뜩 눈을 떴을 때 내가 있을 곳이 바로 내가 원하는 그곳일 테니까.
가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