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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Apr 22. 2023

나는 대중인데, 추모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아스트로 문빈을 추모하며 

가수 문빈이 세상을 떠났다. TV 채널, 유튜브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몇 번 본 게 다였는데, 죽음에 대한 생각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 이랬다면, 저랬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지난 십몇 년, 나를 춤추게 하고 흥얼거리게 하고 울고 웃게 한 가수와 배우, 연예인들의 죽음을 너무나 많이 목격해왔음에도 아직도 어떻게 하는 것이 잘 기억하고 잘 추모하는 것인지 모르겠다.잘 모르겠는 채로 많은 이들의 부고 소식이 '연예란'에 올랐고, 그러는 사이에도 나는 K-pop 플레이리스트를 흥얼거렸다. 때로 콘서트 직캠을 보며 그 완벽함에 감탄했고, 그들이 나온 예능을 보며 깔깔 거리기도 했다.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며 얼마나 더 많은  '공인'의 자살을 경험해야 할까. 


외신에서는 많은 가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k-pop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글을 내고 있다. 맞다. 맞는 말이다.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모르고 있던 이는 없었다. 그런데 하필 지금, 꼭 지금 비판해야 하나. 무대 위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춤을 추고 팬들과 소통하던 그들의 모습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매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근데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언제 비판할 수 있을까. 또 며칠 뒤 더 어려진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출근하게 되진 않을까. 


소속사는 문빈의 죽음을 두고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뭐가 죄송할까? 문빈의 죽음에 대해 왜 소속사가 팬들에게 '사과'를 하는 걸까? 10살 남짓의 어린아이들을 대중이라는 이름의 판옵티콘 감옥에 넣어두고 무자비한 스케줄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손가락질에 마땅히 버텨야 한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사과일까? 그들이 판매하던 상품에 대한 하자와 결함을 사과라도 하는 걸까? 뭐가 죄송한 건지 정말 진심으로 궁금하다. 


고인이 끝내고 싶었던 삶은 그의 것이었을까 그의 것이 아니었을까.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영원히 알지 못하는 TV 속 공인들의 죽음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의심스러운 회색 연기처럼 내 삶에 자꾸 스며들고 있다.


어머니의 생일 전에 자살한 것에 대해, 연예인 동생을 두고 자살한 것에 대해 죽어서도 손가락질하는 글을 보고서 "내가 선택한 직업이니 내가 감당해야지"라는 생전 그의 말에는 많은 것이 녹아 있구나 싶다. 그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모진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곳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내 존재 자체가 그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다. 나는 대중이다. 소식을 퍼 나르고, 이야기를 부풀리고, 온갖 추측을 더하는 게 돈이 되는 시대, 블로그에 접속하자마자 오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봤는지 확인부터 한 나는 그를 어떻게 추모할 수 있을까. 


뭐가 맞고 뭐가 틀린 지 모르겠다. 뭐라도 써야겠어서 쓰는데, 뭘 쓰는 지 모르겠다. 참사 때마다 한가득 써둔 글을 발행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뭐라도 하고 싶어서 발행해 본다.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인이 남긴 웃음과 생기, 열정 모두 유의미하게 이곳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선 어떤 속박도 없이 훨훨 나는 새처럼 자유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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