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차례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시도되었다.
온건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까페주인 부부가 먼저 고양이를 폭행했던 모자를 까페로 불러 편안하게 차한잔 하자면서 얘기를 꺼냈다.
" 많이 힘드시죠. 괜한 소란으로 동네만 시끄러워지고 이웃들끼리 불편해지고.
저희도 까페앞에 고양이들이 찾아오니 외면할수도 없어 챙겨주다보니까 고양이 싫어하는 주민들한테는 죄송하기도 하죠."
까페 주인 부부는 예의 성품대로 차분하게 분위기를 유지하며 대화를 꺼냈다.
고양이 폭행 당사자 모자는 별반응없이 듣기만 하다 바쁘다며 자리를 일어서면서
" 아파트가 깨끗하고 조용한게 우리만 좋자는 것도 아닌데 동물도 생명있는데 잔인하다느니 심하게 반응하시니까 불괘해요."
취업준비중이라는 서른 남짓 아들도 엄마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한마디 거들었다.
" 동물보호도 좋은데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면 안되잖습니까. 혼자만 사는 데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말이죠.
차라리 단지 바깥에서 밥을 주든 뭘하든 맘대로 하세요. 말안할테니까."
그리곤 두 모자는 까페를 나갔다.
이후에도 생명파쪽에서 주로 퇴출파쪽으로 분쟁 조정을 위한 대화요구를 몇차례 더 시도했다.
한번은 관리사무소 소장에게 젊은 새댁과 장수할머니가 중재를 요구해 관리사무소에서 협상이 열렸다.
생명파쪽에선 젊은 새댁, 장수할머니, 까페부부, 미대생 등 핵심 멤버들이 거의 다 참석했고
퇴출파쪽에서도 선글라스 노인, 꽁지머리헬스맨, 고양이 폭행 모자, 전직 부녀회장 트리오외에 현직 입주자대표와 고양이 폭행 당자자 모자가 살고있는 동 대표등 말빨좀 한다는 인물들은 전원이 참석했다.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그을뿐 한시간 가까이 대화를 건네 보았지만 좀처럼 좁혀지지않고 대립만 격화되고 있었다.
나는 퇴근후 곧장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젊은 새댁의 연락을 받고 다른 약속도 취소하고 바로 달려왔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꽁지머리 사내를 필두로 폭행 모자 선글라스노인등이 번갈아가며 자리에서 일어나 험한 소리를 내뱉으며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어갔다.
장수할머니도 이에 질세라 홀로 일어나 기세에 눌리지않겠다는 듯 팔소매를 걷어붙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다못한 생명파의 젊은 혈기 미대생이 일어나
"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사람들이 힘없는 고양이를 몽둥이로 두들겨패고 결국 새끼까지 죽였잖아요. 그게 사람이 할짓이예요? "
라 다소 격앙된 어조로 항의를 하자 퇴출파 꽁지머리 사내가
" 이거 아래위도 없구만. 어린것들이 싸가지도없이 할아버지뻘앞에서 말야."
쿵소리가 나도록 탁자를 치며 소매를 걷으며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거칠게 뒤로 밀어버렸다.
순간 분위기는 격전의 한복판으로 돌입했다.
꽁지머리 사내는 자기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앞으로 고양이새끼들 단지안에서 내눈에 띄면 밟아버릴거야. 그만들 나대셔 라며 안하무인에 폭압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었다.
난 몆번이고 일어설까 말까 망설였다 이런분위기에서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발언을 한들 필시 불상사가 일어난다는걸 경험으로 체험한 바 라
오늘만 날이 아닌지라 끝까지 인내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푸들미대생과 장수할머니가 앉았던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나며 당신 깡패야. 뭐야. 어디다대고 함부로 협박이고 쌍소리질이야 소리치자
고양이 폭행녀의 아들이 꽁지머리사내를 두둔하며
" 당신들이 이 아파트주인이야. 집값 떨어지면 당신들이 책임질거야. XX.!"
그때였다.
뭐라고요!
젊은 새댁의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가 비명처럼 들려왔다. 복마전같은 전쟁에 괜히 몸을 담궜구나 후회도 되고 꽁지머리사내가 비위를 상하게 만들때도 애써 참으며 눈을감고 졸듯 맨뒷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젊은 새댁의 외침에 눈이 떠졌다.
- 누가 고양이를 죽게했나요? 당신들 누구도 고양이를 죽일 권리없어요. 불쌍한 새끼가 엄마뱃속에서 죽었잖아요. 이렇게 잔인할수 있나요 -
젊은 새댁은 내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금껏 한마디도 안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뭔가를 적고 있다가 갑자기 격분한것이다.
그동안 지켜봤지만 젊은 새댁의 성정상 나올수 없는 최고조로 흥분한 모습을 지금
이순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임신을 못한 자신의 처지와 새끼를 잃은 어미 고양이의 처지를 연상해 북받치는 설움을 토해내고 있듯이 말이다.
그만들 하십시다. 네발달린 고양이가 지맘대로 돌아다니는건데 안전하게 살수있게 방법을 같이 고민해보자고 모인건데 욕설이나 폭언들 자제합시다.
고양이때문에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걱정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수 있는데 고양이문제로 전가하는건 너무 옹졸한 처삽니다.
말을 이어가면서 꽁지머리를 쳐다보니 몸을 움짝거리며 내말을 끊으려하는 태도가 눈에 들어왔지만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가자 예측한대로 꽁지머리사내가 허리에 손을 올리며 기라도 죽이겠다는 자세로 한마디 내뱉는다.
" 어이. 훈계하지 마. 당신이 감독이야. 당신만큼 우리도...... "
" 내말 끝나지 않았으니까 조용히 하고 들어."
뭐! 꽁지머리가 탁자를 돌아 내게로 달려오더니 머리를 갖다붙이며 시비를 걸어왔다.
지금껏 잘 참아왔던 자제력을 잃고 순간적으로 난 꽁지머리의 허리춤 깊이 손을 넣고 꽉잡아 비트는 동시에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아래위를 붙들린 꽁지머리사내가 내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용을 써보지만 놓아주면 분한 기분에 더 날뛸게 뻔해
양손에 더욱 힘을 주어 압박을 가했더니
놓고 하자며 꽁지머리사내와 양쪽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뜯어 말리기에 떠밀듯이 밀며 꽁지머리를 잡은 양손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회담은 그걸로 쫑났다.
꽁지머리는퇴출파사람들에 끌리듯 나가며 너 이새X! 고소할거야 소리지르며 떠났다.
단지밖 공원으로 가 담배를 몇개 피웠는지도 모르게 피웠다.
젊은 새댁이 다가와
"선생님 미안해요. 저때문에 싸우셨는데."
" 한 두번 인가요. 꽁지머리하고는 한번은 부딪칠 줄 알았어요. 괜찮아요. "
"고소한다잖아요."
" 내가 본래 관운은 없어도 관재수하나는 넘치게 경험해봐서 별일도 아니니까 염려하지말아요. 그나저나 새댁이 놀랐겠네."
오늘은 편하게 생각하고 쉬자며 새댁을 들여보내고 발밑을 내려다 보니 담배꽁초가 네개나
떨어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