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씨를 뿌리면 땅속에서 뿌리가 뻗어나와 땅 위에 서있는 식물을 비바람에 흔들리거나 쓰러지지않게 지탱해주는 역활도 하고 땅속으로 스며든 물과 영양소를 흡수해 양분을 저장해 준다.
뿌리는 다시 자신이 빨아들여 저장한 영양분을 줄기로 공급해 꽃잎도 피우고 가지도 뻗고 열매도 맻게 하지.
아주 오래된 1977년 흑인들의 노예수난사를 다룬 미국드라마를 TBC TV방송에서 시리즈로 연속 방송한 적 있었다. 그때 아빠 가 중학교3학년때 였는데 거의 매번 빼먹지 않고 다 시청했었다.
주인공 쿤타킨테는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자유인 으로 살았는데 노예사냥꾼들에게 사로잡혀 대서 양을 건너 미국 남부에 있는 백인 농장주한테 팔려 노예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본래 자유인 이었던 쿤타 킨테는 목숨을 걸고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으 나 농장 주가 고용한 사냥꾼들에게 번번히 붙잡혀 와 더이상 탈출을 할수 없게 잔인하게 발목을 절단 당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자신을 돌봐주던 같은 노예와 결혼을 해 탈출의 꿈을 포기했지만 키지라는 자신의 딸에 게 아프리카로부터 온 자유인이었다는 확신을 어려 서부터 심어준다.
이후 쿤타킨테의 후손들은 자신들의 뿌리가 아프 리카에서 살던 자유인이었슴을 잊지않고 기억하며 결국에 자유의 땅으로 떠나간다는 이야기다.
아빠가 뿌리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뿌리가 있었슴을 확인할수 있어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가족묘로 새로 합장해 꾸미려는데 비석에 새길 문구를 알아보다가 족보까지 검색을 하게됬는데 난생 처음으로 할아버 지보다 윗분들의 이름을 알게되니 신기하기도하고 그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더라.
결론은 기대와는 달리 우리의 뿌리는 권문세가는 절대로 아니었던거 같다.
내세울만한 지위나 높은 벼슬을 하거나 한 분들이 눈에 띄지 않아 한편 아쉬웠지만 어째든 가족묘 비문에 뿌리를 찾아 새겨놓고 나니 한결 맘은 편하다.
예전에 아빠가 어렸을때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우리 들의 뿌리 얘기하나 전해주마.
우리 조상들에 관한 전설같은 이야기인데 너뿐
아니라 니 사촌형들도 다들 모를거다.
아마 조선시대말쯤이니까 왕조로 따지면 철종 고종 초로 추정되는데 너를 기준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아버지되시는 분들의 이야기다.
그분들이 젊었을때는 그 지방에서 그분들의 땅을 밟지않고는 타지로 나갈수 없을 정도로 부자였다고 하는데 땅은 있어도 집안에 내세울만한 벼슬을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제대로된 양반대접을 못받던 절뚝발이양반이라 삼형제분들이 함께 무과시험을 보게 되었다.
다행히 세분 모두 무과에 급제해 선달이란 직첩을 받았으나 벼슬은 얻지못해 삼형제가 번갈아가며 서울로 올라가 벼슬길을 찿기위해 연줄을 대려 했는데 그 당시 안동 김씨 풍양조씨 등 왕실의 외척 들이 권력을 쥐고 매관매직을 일삼던 시대였으니 강원도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 권력자에게 줄을 대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
객주에 방을 얻어놓고 몇달을 기숙하며 어 렵게 줄을 대긴했는데 사기꾼같은 왈짜패에 속아 돈만 주고 벼슬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하게되자 소개꾼 을 찾아가 따지며 돈을 도로 내놓으라며 패거리들 과 싸움이 붙었는데 맏형되시는 분이 싸움끝에 눈을 다쳐 벼슬 구하는 일을 아예 포기하고 일년여 만에 빈손으로 귀향을 했다고 한다.
맏형이 앞을 볼수 없는 상처를 당한 모습으로 귀향 하자 동생 두분도 더이상은 돈으로 벼슬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는데 재산을 그새 많이 탕진해 가세 가 기울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막내동생분이 어느날 갑자기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할아버 지의 아 버지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막내분이 성격 이 특히 더 괄괄해 평소에도 민란패얘기를 했었으 니 아마 민란패를 찾아 떠난것 같다 짐작하시더라.
벼슬을 구하러 다니느라 탕진도 했고 눈먼 형님의 치료등으로 가세가 기울어져 삼형제 분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어도 마땅한 묘자리하나 쓸 땅을 구하기도 어려웠단다.
효심이 지극한 아들 삼형제 중 남은 두형제 분이 어머님 묘자리를 찾아 다니다 마땅한 장소를 발견 하고 땅주인을 알아보니 동네 최고로 부자면서도 인심이 고약하기로 소문 난 사람의 땅이었는데 몇번을 할아버지 두 형제분이 찾아가 어머님묘자리 로 그땅을 쓰게 해달라 사정을 해도 박절하게 냉대 하는 바람에 할수없이 두형제분이 눈보라가 몰아 치는 겨울날 몇날 몇일 부잣집 대문앞 맨땅에 무릎 을 끓고 청원을 했다더라.
그런데 어느날 부잣집 대문이 열리더니 안으로 들 어오라해서 들어가니 부자양반이 두형제의 효심에 감복했다며 값을 치르고 묘자리를 쓰라고 허락해줘 두형제분이 나머지 재산을 처분해 묘자리가 있는 땅을 샀다는구나.
그 묘자리가 아빠 고향에 있는 그산이란다.
할머니라도 살아계셨으면 더 자세한 전설을 들을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암튼 우리의 뿌리를 대략이나마 알고나니 외국으로 입양을 가 고국에 돌아와 자기 부모를 찾는 시람들 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가 되지않냐.
내일이면 할머니가 할아버지곁에 묻히시는구나.
장례치르느라 너도 피곤할텐데 푹자라.
2020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