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by 김운용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 - 유치환」



비오는 바위위를 오르내리며 두시간 동안 파도 바다 갈매기 하늘을 담은 사진만 이백장이 넘게 찍었습니다.


파도만 두시간동안 계속 쏘아봤더니 정신이 멍해지 고 마치 태초의 세계에 와있는 듯한 착시까지 생겨 살짝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갑자기 시커멓고 거대한 비구름이 몰려와 대낮인데 도 어둠이 짙어지니 대자연을 배경 으로 한 재난영 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좀더 가까운 곳에 들어가 바다가 몸부림치는 역동 적인 모습을 찍으려고 커다란 바위 위에서 파도가 부딪치는 작은 바위로 옮기 려 건너뛰다 물때가 끼 어 반들거리는 바위 에서 미끄러져 몇번이나 넘어 져서 바닷물에 빠질 뻔 했습니다.


비가 안와도 바닷가 바위위는 위험합니다.


모래사장으로 자리를 옮겨서 신발을 벗고 바다로 들어가 파도 한가운데 서서 제대로 찍고 싶었으나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몹시 추워 포기했습니다.


대책없이 차를 몰고 생각없이 나선 길이라 외투도 얇고 속엔 반팔 티셔츠만 입고 있어 겨울도 아닌데 도 많이 떨었습니다.


추운 곳에서 자랐고 원래 체질도 여간해서 추위를 잘 타지 않았는데 이젠 조금 늙었나 봅니다.


치환선생이 쓴 그리움이란 시의 배경이나 사연하 고 제가 파도 바다 사진을 찍어댄 이유와는 연관성 이 별로 없습니다.


절친한 친구가 퇴직하고 고향인 강릉에서 혼자 지 내고 있다해서 예고도 없이 찾아가 소주한잔 한 김 에 감상에 젖어 외로운 느낌의 장면을 찍은 겁니다.


학창 시절에도 아침 등교길에 멀쩡히 학교 를 향해 가다가 갑자기 발길을 학교 정반대 방향으로 돌려 땡땡이 쳐본 전력이 자주 있었는데 나이먹은 지금 도 아주 가끔 그런 욕구가 불쑥 일어나곤 합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배뇨감은 커져만 가고

화장실은 멀기만 하니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나는 어쩌란 말이냐.


청마선생님. 죄송합니다.



파도그림을 그리는 작가님과 제가 찍은 사진을 보 시고 극찬해주신 작가님들을 위해 파도 사진중에 좋은 걸로만 뽑아 특별 서비스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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