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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엄마 편히 잘가.
친구 아내가 눈을 감다.
by
김운용
Nov 07. 2021
아래로
고향 친구 P로부터 늦은 밤 전화가 왔다.
다들 퇴근한 후에 어머니 초상화를 그려볼 생각에 사무실에 남아 준비를 하고 있던 터였다.
" ○○이다. 밤 늦게 전화하면 이유를 알겠지."
" 누구 喪났냐. "
친구 C의 아내가 방금 눈을 감았다며 자신들은 장례준비차 일단 오늘 갈거고 너하고 친한 O하고 K는 내일 저녁에 온다고 하니까 너도 내일오라는 친구 P와의 당부로 통화를 끝냈다.
자리로 돌아와 담배를 꺼내 사무실 옥상으로 올라갔다. 친구 아내의 사망소식에 서툰 그림 그리는 연습이 바로 손에 잡히지않았다.
스마트폰을 꺼내 절친한 고향친구 O와 K에게 카톡을 보냈다.
'낼 퇴근하고 가
야하
니
까
8시는 되
어
야 도착 예정. 그때보자.'
길건너 고가위로 눈썹같은 초생달이 가늘게
떠있다. 아직 젊은 나인데.
친구 C와는 절친은 아니지만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다. 아내하고 식당을 같이 운영했는데 지난 여름에도 직원들과 산행을 가면서 일부러 들러 점심식사
로
친구집 식당밥을 사먹었다.
두사람다 갖은 고생
해가
며 배운 솜씨탓인지 음식맛이 아주 좋다. 밑반찬이며 찌개맛들이 인터넷에 소개되는 이름난 맛집들보다도 훨씬 맛있다. 반찬도 먹다 부족해 더달라는 말을 하지않아도 될만큼 애초에 푸짐하게 담아준다.
친구 C보다 그의 아내와 더 친근하고 격없이 지내왔는데 ......
C의 아내는 남편 C보다 10살 가까이 어리다. 자세한 가정환경은 묻지도 않았고 중요치않아
알려고도 않았고 또
잘 모른다.
단지 집안형편이 어려워 학교진학을 포기하고 십대때 가출해 공장 다방 식당등을 전전하며 여성이 겪기에는 너무도 힘겹고 험한 일을
많이도 했는데
친구 C가 운영하는 식당 주방일을 하다
가
눈이 맞아 부부가 되었다.
워낙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험난한 생을 살아와서 그런건지 성격이 타고나서 그런건지는 몰라도활달하고 격도 벽도없이 사람들을 대해 쉽게들 친해진다.
나도 어려서 고향을 떠나 다들 아는 사이일지라도 친구들과의 사연이 적어 친구들이 지들끼리 추억을 화제로 이야기할때면 이방인 비슷한 처지가 된다.
그때마다 C의 아내와 고단하게 살아온 인생살이를 털어놓으며 소줏잔을 주고 받았다. C의 아내의 술실력은 대단하다.
남편친구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오빠하고 밤새 술이나 먹자던 그녀가 오늘 죽었단다.
" 서울오빠. 나 아퍼."
" 많이 좋아졌다더니 재발한거냐?"
" 응. 간으로 전이가 돼서 이제 식당일도 접고 입원해야되나봐. "
" 어이. 지난번에도 이겨냈잖아.별거 아닐거다. 힘내."
" 서울오빠. 아파서 힘들다.너무."
작년 여름 들렀을때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려는데 따라 나오는 그녀와 주고 받은 말이 생각이
났
다
친구 C는 지난 일년동안 새벽 네시에 가게에 나와 손님들 아침 식사
준비해놓고 10시쯤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 들러 챙겨주고나서 다시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식사 준비하고 오후에 병원으로 가 아내를 간호했다고 한다.
바쁜 식당일로 분주한 가운데에도 하루 세번을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 들러 간호를 했다고 한다.
일년넘게 병간호를 해온 친구 C의 얼굴도 몹시 상했다는 얘기를 아까 전화했던 P에게서 전해들었다.
그의 식당에서 병원까지 40여km떨어진 먼 길이다. 자동차로 사십분 정도 걸리는데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날엔 이십분이 채 안걸리게 차를 몰았다고 한다.
나중엔 자신도 너무 힘들어 간병인을 두기도 했다
가
불쌍해서 안되겠다며 이내 간병인을 보내고 다시 자신이 직접 간호했다는 상세한 얘기를 듣고 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나라면 감히 할수도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난 그녀와 대화의 수준이나 코드가 잘 맞았다. 그녀는 거리낌없는 언어구사와 솔직한 표현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곤 했다.
그래서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살줄 알았는데
입원중에도 병동의 환자는 물론 간호사들조차도 인정많고 솔선해서 다른
환자들을
챙겨주
던
그녀가 죽음이 가까워져 침대에 누워 의식을 잃어가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얘길 듣고 나도 울었다.
○○엄마. 편히 잘가
라
.
친구 C. 너도 고생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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