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은 기덕이다.
달빛강에서 나고 자란 올해 나이 방년 4살, 혈기방장한 청둥오리계의 훈남 오리다.
형제는 무려 열둘이나 되는데 모두다 한날 한시에 태어났고 난 그중 젤 먼저 어머니품안에서 부화한 덕분에 장남이 된 첫째 오리다.
달빛강엔 청둥오리들의 집단 서식지가 여러 군데 있다. 천적들의 공격을 피해 주로 다리 밑이나 하수구에 둥지를 마련하는데 우리 가족은 달빛강에서도 가장 수심이 깊은 달빛교 교각아래 둥지틀 틀고 살고 있다.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 물고기 사냥이 어려워 다른 오리들이나 비둘기들도 별로 선호하지않는 터이다보니 나의 아버지 덕오씨는 손쉽게 둥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청둥오리답지않게 점잖고 과묵한 성격탓도 있지만 성치않은 한쪽다리때문에 젊어서 오리들의 짝짓기 경쟁에서 밀려나 한동안 외로이 지냈다.
어린 날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은 수달의 습격사건때 모두 다 한꺼번에 목숨을 잃어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었다.
아버지 역시도 수달떼의 난데없는 그때의 습격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걸음걸이가 많이 불편하다.
가뜩이나 뒤뚱거리는 오리류 특유의 행보를 고려하더라도 보기싫을 정도로 비틀거려 숫오리는 물론 암오리들로부터도 이유없이 외면을 당해온것이다.
자신의 몸이 다른 오리들로부터 놀림감이 되자 아버진 홀로 사냥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짝짓기이외에 오리가 가져야할 능력과 실력을 소리없이 키워 나갔다.
비록 짝짓기경쟁에서 전혀 관심을 받지못하는 외롭고 서러운 처지였지만 나의 아버지 덕오씨는 물고기사냥이나 비둘기들과의 다툼에서 몸을 사리지않고 누구보다도 앞장서 싸우며 용맹을 떨쳐 지위높은 오리들로부터 대단한 칭송을 듣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해 한파를 피해 북쪽지방에서 오리떼들이 집단으로 이주해왔다. 같은 오리지만 북쪽에서 온 오리들은 달빛강에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기존 오리들한테서 환영을 받지못해 자리를 잡는 일이 쉽지않았다.
자리를 잡지못해 강물을 떠도는 이주오리들을 보다못한 아버진 이주오리들 틈으로 접근해
자신의 둥지가 있는 달빛교 아래로 둥지를 잡으라고 제안을 했다.
북쪽에서 이주해온 오리무리중 나이든 지도자격인 오리는 아버지의 제안을 받자 수면위로 솟구치며 요란한 날개짓으로 자신들의 무리를 향해 아버지를 따라 이동하게끔 신호를 보냈다.
달빛교 아래에는 교각이 다섯개나 되기때문에 수십마리나되는 이주오리들의 둥지로 부족함이 없었고 달빛강 터줏대감들인 기존 오리들도 탐탁해하지 않는 곳이라 텃새를 염려할 필요도 없었다.
아버진 이주오리들의 정착을 위해 물고기 사냥에 적합한 지역이며 천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위험구역까지 상세하게 안내해주며 성심껏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이주오리들의 지도자인 연배있는 오리와는 긴밀한 친분을 유지하였다. 가족이 없는 아버지로선 정이 그립기도 했지만 지도자의 딸이자 나의 어머니가 될 도순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났기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짝짓기 한번 해본적없는 쑥맥 노총각 오리 아버지는 북쪽 넓은 습지에서 이주해온 늘씬하고 맵씨있는 도회지 오리처녀를 마주 대하던 순간부터 한 눈에 뿅갔던 것이다.
사냥솜씨가 좋은 아버진 어머니 도순씨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텃새심한 이웃오리들의 강가로 이동해
맛좋은 어종의 물고기도 잡아다 주곤했다.
아직 이주오리들은 물고기의 흐름이나 지역사정에 어둡기때문에 아버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헌신적인 구애의 노력끝에 결국 아버진 나의 어머니 도순씨와 둘만의 사랑의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렇게 싹튼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의 결실로 나와 한날 한시에 태어난 형제들이
무려 열두마리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