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친구가 장모님상을 당했다고 해서 춘천에 있는 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문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6시 조금 넘었는데도 겨울이라 경춘가도 옆으로 나란히 흐르는 북한강이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같이 문상갔던 친구들과 창동역에 주차하고 간단히 한 잔 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종까지 만들 며 기승을 부리니 후끈 달아오르는 알콜의 열기를 억누 르고 일차만으로 마무리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일찍 잠 에 들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마신 술때문에 목이 너무 말라 잠이 깼는데 스마트폰을 집어 보니 새벽1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습니 다.
그새 전화도 카톡도 두어개나 와 있었습니다.
- 시간나면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
전에 브런치에 글로도 소개했던 경비 삼총사의 첫번째 주인공 ○○○경비반장님이 보낸 카톡이었는데 밤늦은 시간엔 카톡을 보내지 않던 분인데 뭔가 급하게 할말이 있나 싶어
- 무슨 일 있습니까? -
답장을 보냈습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그냥 통화가 하고 싶어서요 라는 답 장이 곧바로 와 이번엔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 여보세요. 반장님. 오늘 야근이십니까?"
" 에휴! 아닙니다. 그냥전화했어요.
대답대신 긴 한숨부터 내쉬는 ○○○반장님의 목소리 가 힘없이 늘어져있어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구나 생각 이 들어
" 반장님.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어딨습니까. 말해보세 요."
" 위원장님 사실은 저 오늘 해고됬어요. 기분도 별로라 위원장님 밖에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 늦은 밤 연락드 렸습니다. "
그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더 힘이 없게 들렸으며 나 역시 도 해고란 말만 들으면 니일 내일 관계없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게 오래전 부터 몸에 밴터라 잠이 확 달아나버 렸습니다.
' 내년도에 근무할 재계약자 명단에서 자신만 제외하기 로 했다는 통지를 용역회사로부터 문자로 받았는데 순 찰을 돌아야 할 시간인데 RFID란 전자인식기에 확인이 안되 서 근무태도가 불량한 걸로 판단해 재계약을 않기 로 했다.'
그게 해고사유라고 용역회사에서 추가로 보낸 문자를 카톡으로 보냈으니 보시고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다음날인 일요일 낮 경비사무실에 들러 ○○○반장님 과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그간의 속사정을 자세히 들 을수 있었지만 경비실을 나오는데 입맛이 담배씹은것 처럼 쓰게 느껴졌습니다.
○반장이란 분은 ○○○반장님과 나이도 같고 경비근 무도 같은 시기에 해 절친한 사인데 안타깝다면서 내팔 을 끌며 경비실 바깥 흡연석으로 안내를 하더니 주위를 살피며 사람들이 있어 아까는 못한 얘기라면서 속 얘길 꺼냈습니다.
건물경비 원청을 준 회사에서 근무하던 간부가 퇴직하 면서 용역회사를 차렸는데 자신과 같이 원청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간부를 경비로 취업시키기 위해 누군 가 한사람을 해고시켜야 하는데 운이 나쁘게 ○반장이 걸린거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원청회사 건물에 2층 500평 전체를 임대하고 있는 기관에 속한 직윈이라법률적으론 경비 재계약문제에 관여할 권한이 내겐 없지만 ○반장님 의 어려운 가정 형편과 인간미 좋은 분이란걸 생각하면 반드시 도움을 주어야겠어서 법률적인 해결 방법과 그 외의 방법을 알아본 뒤 ○○○경비반장님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 접니다. 반장님.방법을 몇가지 찿았습니다. 내일 야근이시죠. 그때 얘기할까요?"
" 위원장님께 괜히 폐만 드렸습니다. 하루이틀 생각해 봤는데 다른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처음 해고통지 받았을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나서 위원장님하고 상의해 고용노동부라도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그래봐야 시간만 지나갈 거 같고 여기 아니면 갈데가 없나 그냥 잊어버리고 딴 일 준비하려고요.
위원장님. 그동안 여러모로 잘해주셨는데 어디가도 잊지않겠습니다. "
○○○씨. 경비반장이라고 내가 임의로 불렀던 거지 무력한 경비아저씨 일 뿐입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년 단위 계약직 비정규노동자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원청회사 지점장 출신이 퇴직후 자신이 다니던 회사 건물에서 근무할 경비를 자신이 만든 용역 회사를 통해 자신과 같이 원청회사에서 근무했던 간부 를 채용하기위해 선량하고 빽없는 사람을 약간의 하자 를 구실로 해고를 시킨 사건을 접한 후 받았던 그 느낌을 적은 것입니다.
지점장으로 근무할때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잘살아왔으면 서 약자들의 밥그릇마저 빼앗으려는 옹졸하고 비열한 자들을 향해 끝으로 한마디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