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 단 둘이 빵도 굽고 군옥수수도 팔며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에 끌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들러 붕어빵 맛을 봅니다.
가게에 들를때마다 붕어빵집이라 부르지않고 종합가공식품업체라 불러주니
천원에 2개인 붕어빵을 종이봉투에 한개씩 더 넣어줍니다. 덤을 노린 불순한 의도가 아님을 아빠와 딸도 알고 있어 결국 천원어치 더 달라니까 붕어빵으로 끼니때우실거냐며 아빠사장이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듭니다.
똑같은 상품을 파는 동종업종의 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어도 손님들이 몰리게되는데는 나름의 까닭이 있습니다.
손님을 대하는 분위기가 좋고 친절한 건 기본이라 그것만으론 손님을 끌 직접적인 동인은 안되고 손님이 원하는 바를 미리 확인하고 조치해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식사를 하러갔는데 사장님 반찬좀 더주세요 하기전에 주인이 좌석으로 다가와 빈그릇의 반찬을 먼저 챙겨다주는 친절한 센스,
또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때 삼겹살 1인분을 손님손에 쥐어주는 섬세한 애프터서비스.
이 두가지 방식의 친절서비스만 갖추고 있으면 영업실적의 급증 무조건 장담 합니다.
아빠와 딸의 붕어빵집이 자랑하며 내세우는 대표상품은 역시 붕어빵입니다.
와플도 많이 팔리긴 하는데 붕어빵이 곱절은 더 많이 팔려 나갑니다.
국화빵 문어빵 잉어빵 등 유사품들이 끊임없이 자리를 넘보려 하지만 겨울철 길거리 식품의 대명사로 머릿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풀빵계의 제왕 붕어빵의 자리를 감히 넘보기엔 역부족입니다.
찬바람 씽씽 불어대는 날 뜨거운 붕어빵한개 집어들고 뜨거워 꼬리만 살짝 집어 호호 불며 한입 물어대는 젊은 연인들의 알뜰한 장면도 가끔 볼수 있는데 그런 풍경을 보는 맛도 붕어빵집을 찾는 이유입니다.
붕어빵집의 특별한 서비스 또 하나 있습니다. 20년은 족히 지났을 스테레오 방식의 낡은 카세트에서 울려퍼지는 7080 그 시절에 유행하던 포크가요나 팝송이 시장안 골목을
아나로그틱(?)한 과거로 되돌려놓습니다.
낡은 카세트는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오천원주고 구입했다는데 음량이 수십만원대 LP플레이어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아빠사장이 과한 허풍을 떨지만 그리 틀린 말도 아닙니다.
아빠 사장이 한가락 날렸던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리면서 붕어빵 틀을 뒤집을 타이밍도 잊어버린 채 열변을 토하기 시작하면 손님들이 붕어빵 탄다며 제지해야만 끝이 납니다.
사실 붕어빵은 조금은 타야 더 고소합니다.
철저한 분업시스템에 따라 딸내미 사장은 와플을 주로 담당합니다 서른살이나 됐을까 짐작하는데 그나이면 친구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쇼핑도 하며 자유롭고 싶을텐데 아빠옆에 붙어서 콧등에 밀가루 반죽이 묻은 줄도 모르고 와플구이판을 뒤집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양해를 구하고 측면 사진을 찍었습니다.
종합식품가공업체답게 구워내는 품목도 다양합니다. 붕어빵, 와플이외에도 버터를 바른 군감자와 옥수수, 군고구마와 꼬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노란 술빵,
이렇게도 많은 상품의 재료를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짐작하면 아빠와 딸이 잠은 언제나 잘까 오지랍넓게 걱정이 생깁니다.
나물, 빨랫 비누, 생감자들도 좌판은 펼쳐 놓았지만 주요 품목이 아니라서 별로 판매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가게 위에 커다란 프래카드가 걸려있고 주요 상품이름과 가격이 붙은 작은 간판들은 아빠사장이 자신의 손으로 합판을 사다 제작한 것인데 글씨가 수준급실력이라 솜씨가 눈에 확 띄입니다.
아빠사장님의 첫인상은 무뚝뚝한 모습에 호감이 선뜻 가지않는데 5분만 지나면 금새 반말을 주고 받게 될 정도로 재미있는 성격입니다.
나와는 미국의 포크락밴드 Kansas의 Dust in the wind라는 노래가 마침 카세트에서 들려와 음악을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다 즉석에서 친구하기로 한 사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