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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경비반장님께
by
김운용
Dec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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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짜리 선물에 뭐 감격하시고 그러십니까.
점심먹고 담배한대 피우러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오르다보니 순찰체크기가 눈에 들어오는데 반장님이 갑자기 생각납디다.
괜시리 감상에 젖어
담배한대 피울거 두개피나 피웠습니다.
그냥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사무실로 돌아와 코트를 걸치고 마트로 갔는데 둘러봐도 마땅한게 없어 딴 곳으로 가려고 나오려는데 마트입구 행사장에서
목도리 장갑등을 판매하는
판매
원 아주머니가
" 사장님 코트가 멋지네요. 스카프 하나 둘
러보세요."
멋지다는 그말에
난
자동으로 고개가 돌아가버렸고
자석에 끌리듯이 행사장안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반장님 잘아시다시피 제가 인정에 살고 인정에 죽는 사람아닙니까.
이것저것 집어보다 반장님이 올 겨울을 더이상 춥지않게 보
낼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 인조지만 모가 굵은 짙은 밤색스카프를 만지작거렸더니
"사장님 그거 인기상품입니다."
라며 행사장 판매원 아주머니가 내 생각은 고려도 하지않고 단호한 한마디로 고뇌하는 나의 판단력을 흔들어 지워
버렸습니다.
" 그래요. 전문가시니까 틀림없겠죠. 이거 주세요."
사무실 내 책상에 돌아와 A4용지를 두장꺼내 손편지를 썼습니다. 키보드로 타이핑해 인쇄하는게 더 편리하지만 손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연필을 잡아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미안합니다. 필체가 괴발개발 지멋대로라서. 해독이 어려우면 연락주세요. 번역본 보내드리겠습니다.
반장님.
잊어버리세요. 비열하고 나쁜 인간들과의 인연 대신 반장님을 위로하고 같이 고민해주는 따뜻한 인연얻으셨잖습니까.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도 있는데 기왕지사 두어달 쉬시면서 다른 일자리 찾아보시고 건강도 챙기시구요.
요즘은 주말마다 퇴직후 준비하느라 일이 바빠 산엘 못갔는데 산에 가게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매일 출퇴근하며 나누었던 인연의 끈 앞으로도 이어가십시다. 좋은 글있으면 카톡보내주시고요.
마지막 근무끝나는 날 얼큰한 해물탕에 소주한잔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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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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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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