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실1

by 김운용


미술 교실 1일차


30년전에 네컷짜리 만평을 그렸던 짧은경험도 있었고 살아생전 불효막심한 아들이었던지라 참회의 의미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초상화를 한번 직접 그려보자며 맘을 먹고 한달전쯤부터 퇴근후 혼자 남아 사무실내 휴게실에서 무작정 그림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몇몇 후배직원들이 내 자리로 찾아와 자기들도 그림을 배우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재능도 없어서라며 아쉬워 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무심히 흘려버렸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퇴직도 1년 남짓 남았고 말년이라 시계바늘도 더디가 무료하던 차에 후배직원들과의 추억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마침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직원들도 있으니 미술교실을 여는게 좋겠다 싶어 먼저 직원들의 참여의사를 확인한 후에 절친한 후배중 이름이 꽤나 알려진 화가가 있어 즉시 연락을 해 미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후배는 요즘 그림만 그리다 굶어죽게 생겼는데 선배가 하라면 해야지요라며 무조건 OK 쾌히 승낙해주었습니다.


(김천일 작)



수강료 문제를 떠나 후배의 능력을 고려해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강의비는 미술학원 수강료와 비교해서도 직원들 입장에서도 섭섭치 않은 수준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림을 배우려면 미술학원을 일부러 찾아가야하는데 직장 사무실내에서 배우게되는 편리한 점도 고려했지만 화가후배는 광주항쟁걸개그림이나 최근엔 미얀마시민들의 항쟁화도 그렸던 운동권출신이라서 상업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왔으니 후원하는셈치자 했더니 직장후배들도 적극 동의해주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퇴근후 회의실에서 두시간씩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기로 하고 화가후배의 조언을 받아 미술재료를 구입했습니다.


비용은 추후 정산하기로하고 직장후배들의 수고를 덜어주기위해 대형문구점에 가 휴대용이젤, 화판, 스케치북등 미술공부에 필요한 재료를 일괄 구입했습니다.


재미도 없고 각박해져버린 직장생활 마지막 해를 그림그리기도 배우고 의미있는 일도 한 것 같아 34년 풍운의 직장생활에 있어 또하나의 추억을 쌓게 되었습니다.


직원들이 고생했다며 점심사주겠다고 하니

보람도 있구 미술교실을 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수업을 원래 12월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직원중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두주나 연기해 오늘 13일 첫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두시간 수업이라 수업전에 김밥등 간단한 간식으로 저녁식사겸 끼니를 떼우고나서

드디어 그림 그리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화가후배의 외모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옛날 극장에서 페인트통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영화의 한 장면을 그리던 간판전문화가의 모습 그대롭니다.


그림 그리는 기본지식을 10여분 말해주고는 선을 긋는 연습과 명암을 5단계로 구분해 칠하는 연습만

두시간씩이나 주문했습니다.


스케치북이 새까맣게 되도록

열나게 선을 그었습니다. 힘든것도 잊어버리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선긋기에 다들 몰입하다보니 두시간이 금새 지나가버렸습니다.


선만 긋느라 지루하고 힘들어하는 분위기를 감지한 화가후배는 잠시 시선을 보드판으로 모은뒤 앞으로 진행할 미술공부계획을 설명했습니다.


" 붓을 잡고 색칠하는 걸 배우려는게 목적이니 곧 스케치북에 색칠을 하게 될겁니다. 계속해서 선만 그으려니까 힘들고 재미도 없을 겁니다.


선을 긋는 연습을 하는 이유는 도형을 그리든 지붕을 그리든 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며 오늘 첫 시간 직선으로만 죽죽 그으면서 명암을 주는 연습만 했지만 담 시간에는 원기둥 원뿔 직육면체를 보고 원근감을 주는 선긋기 연습을 또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림 그리기에 기본이니까 조금 지루하고 재미없더라도 열심히 해야합니다."


미술공부 첫 수업시간 선만 천번 긋다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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