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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도미니까 수녀님과 사귀기
by
김운용
Jan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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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부터 방문 약속을 해놓고 이러저런 행사를 핑계로 미루다가 2021년 마지막날에서야 도미니까수녀님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도미니까수녀님은 성가소비녀회에서 운영하는 무료진료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총무일을 맡고 있습니다.
성가소비녀란 주님의 종이요 비복을 말하는 건데 수녀님들 스스로 그렇게 부르나봅니다.
무료진료병원은 가난하고 혼자서는 의탁할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진료와 입원치료를 해주고 있고
공동작업으로 수익도 내 복지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1940년 후반에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성가소비녀공동체라는 수녀회로 봉사활동을 시작했었는데
중간에 성가수녀회란 이름으로 바꾸었다가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종이라는 처음의 정신으로 돌아가 의미를 되살리자며 성가소비녀회로 명칭을 다시 바꾸었다고 합니다.
장애인 요양원 안나의 집, 결핵요양원 희망의 집, 나환자들의 정착촌 상록촌마을에 수녀를 파견해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도미니까 수녀님과
내가
처음 만난 건
불과
일년
전입니다. 지난해 겨울에 수녀님이 봉사활동하는 무료진료
병원
에 업무차 방문했었을 때였는데 첫인상부터 수녀같다는 인상이나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수식이나 꾸밈없이 자기가 필요한 말만 짧게 던지는 냉정하고 사무적인 느낌만 강하게 받았습니다.
우리가 아니 내가 머릿속에 상상해온 수녀의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라 적응이 안될 정도로 잠시나마 혼란을 주었던
성격때문에 일행들은 적지않은 오해도 했었습니다.
영화나 소설속 수녀님들은 주로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친절한 모습으로만 비쳐졌었는데
도미니까 수녀님을 만나면서 그 환상이 깨져 특유의 친화력을 가진
나마저도 처음엔
잠시 민망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래도 천성이 어디 갑니까. 도미니까 수녀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원래 겉모습이 딱딱한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은 따뜻하고 선하고 여리거든요.
도미니까수녀님도 예외가 아니란걸 확인하고나서
두번째 만나던 날 수녀님께 수작을 걸었습니다.
도미니까수녀님은 눈에 확 띄는 미모는 절대 아니지만 마스크로 다 가리지 못해 드러난 눈매를 살짝 살펴보면 경계의 눈빛속안으로 장난끼있는 눈웃음이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되었
거든요.
아래로 반원형처럼 둥그렇게 웃는 눈매가 볼수록 도드라져 나도 모르게 친하게 가까이지내야겠다는 작업본능욕구가 솟아났습니다.
후원하려고 가져간 물품상자를 옮겨놓고는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히려는 의도로 차한잔 안주실거냐며
말을 건네
나에 대한 수녀님의 반응을 살핀뒤 둥근 원판탁자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았더니
아. 차한잔 드려야지. 커피? 보이차있는데 보이차드세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커피를 잘 안마시니 보이차를 주시는거야 탓할일이 아니지만 기호를 먼저 물어봐주는게 예의고 더군다나 수녀님이라면 친절 다정다감해야하거늘 여전히 차갑습니다.
암튼 커피가 아닌 보이차를 주었으니 일단 한발짝 더 다가갈 이유도 생겼기에 내친김에 좀더 거리를 좁혀보기로 맘먹고
구수한게 꼭 숭늉맛같은 보이차를 한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으며 수녀님은 언제부터 수도생활을 하셨냐고 물어봤습니다.
숙녀의 나이
를 묻는건 예의가 아니라했지 만 그거야 고전 영화에서의 스토리일뿐이고 불필요한 예의를 따지며 점잖음을 가장할 필요가 없는 요즘 시대추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하니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 수녀님이 불순하고 예의없다 생각하고 정색할 경우를 대비해 다소 직설적 화법은 피한 것인데
" 내 나이가 궁금하신거죠?
수녀는 은퇴(정년)가 없어요 "
봉사만 해오셔서 사람의 맘을 읽는 능력이 남다른가 봅니다.
수녀님의 장난기가 잔뜩 묻어나는 눈웃음이 처음볼 때보다 그 곡선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아닙니다. 수녀님이 존경스러워서요."
총무일을 맡아 분주히 움직이던 움직임을 멈추고 원탁앞의자에 앉으며 존경스럽다고요? 내말이 그다지 웃어야할 만큼 재밌지 않았을뗀데도 도미니까수녀님이 활짝 웃었습니다.
" 40년 다되가나 보네요."
" 아 오래 되셨네요. 저도 내년이면 퇴직합니다. 만 35년이나 지났는데 세월 참 빠르죠."
말문이 열리자 궁금한 거 다 말해주겠다는 듯 수도생활의 이모저모를 작은 손을 흔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
도미니까수녀님의
매력이 점점 돋보였습니다.
수녀님 공무상 말고 개인적으로도 가끔 찾아뵈도 되죠 작업성 마무리멘트를 건네자
수녀한테 개인적인 볼일이 뭐가 있을까 입술을 삐죽거리며 또 웃었습니다.
수녀님. 제 연락첩니다. 무거운 짐질일 있을때 연락주십시요.
애프터를 기약하기 위해 명함을 건네면서 근데 저도 무겁고 힘들때 있을지 모르니 수녀님 핸폰번호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도미니까 수녀님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이후 공무상 목적을 앞세웠지만 사적인 이유를 포함해 몇차례 병원을 찾아 도미니까 수녀님을 만났습니다.
만날때마다 처음과 달리 수녀님은 깍쟁이처럼 말하다가도 순간순간 주위를 웃음소리나게 만들어버립니다.
곧 날이 밝아 올텐데
2022년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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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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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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