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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r Man's Moody Blues

by 김운용


Poor Man's Moody Blues


92년 경기도 북부에 있는 소도시.

서울에 인접해있으면서도 그 도시는 지방에 있는 도시같은 분위기라 정겨웠습니다. 서울근교도시라는 이름에 어울리지않게 시내 곳곳에 로터리가 있는데 로터리를 끼고 육거리가 사방으로 뻗어있습니다.


서울의 북쪽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해있다 는 중요성때문에 군인부대 특히 미군부대도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부대찌개가 유명합니다.

방을 구하러 다니다 우연히 들른 부대앞 식당 부대찌개가 너무 맛이 좋아서 근처에 방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방을 얻은 곳은 그 도시에서도 가장 변두리에 속하는 동네입니다.

변변한 신혼살림도 없어 이사하는데 주저할것도 없었습니다.

큰길가에서 마을버스가 들어오는 이면도로를 따라 들어오면 주택들이 쭉 이어진 골목길 맨끝 3층 집 옥탑방, 거기서 아내와 갓 태어난 딸아이 셋이서 2년을 살았습니다


옥탑방의 좋은 점, 사방이 트여 전망이 좋고 특별한 일 아니면 옥상 전체를 독점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쁜 이유는 여름엔 옥상바닥 콘크리트가 뜨겁게 달아올라 후끈 뿜어내는 지열로 인해 지독하게 덥다는 점입니다.

겨울 역시 웃풍이 심해 난방보일러를 항상 틀어놓지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가진 돈을 다 털어 아내와 함께 두사람이 살아야할 옥탑방을 구했고 첫아이가 태어날때까지 거기서 가난한 젊은 2년을 보냈습니다.


웃풍이 심해서 혹 아기가 감기라도 걸릴세라 난방보일러를 하루종일 틀어야했습니다.


어느날 밤인가 아기가 자꾸 보채길래 끌어안고 달래주었는데도 요에만 내려놓으면 잉잉 울어대니 안절부절하다가 아래층 주인집 아주머니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잠옷차림으로 뛰어나오며 옥탑방으로 따라 올라오시더니 아기를 두텁게 덮어놓은 이불부터 들추더니


" 아이구머니나야. 아기등이 다 익었네. 아기가 뜨거우니까 보챈거구먼.

아가야. 엄마 아빠때문에 뜨거워서 울었어.

엄마 아빠 혼내줘야겠다."


주인집아주머니는 아기를 우리앞으로 돌려세우고는 이거보라며 눈을 흘기셨습니다.


아기의 등이 발갛게 변해있었습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 난방 보일러 온도를 낮춰요.

새댁! 요를 두껍게 깔아주고 수건을 적셔서 건조하지 않게 해주고."


며칠후 난 중앙시장에 들러 귤 한상자와 비닐 한다발을 샀습니다. 비닐을 크기에 맞게 잘라서 옥탑방에 달린 창문과 현관문에 덧대어 붙였습니다.


우리아기를 위해 단 하나의 바람도 스며들지 않도록 꼼꼼하게 방풍공사를 했습니다.


공사를 마치고 귤상자를 들고 아래층 주인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인집아주머니손에 귤상자를 건네며 감사인사까지 건넸습니다.


" 아기가 이젠 안보채고 잘잡니다. 감사합니다."


얼마후 옥탑방 임대 계약기간 2년이 다되 우리 세식구는서울로 이사를 하게됬습니다. 옥탑방을 떠나 이사하던 날 주인집 아주머니는 아내의 등에 업힌 아기의 손을 쓰다듬으며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 새댁, 민주아빠. 서울가서 집사고 잘살아."


승용차에 올라서도 아내는 주인아주머니를 쳐다보며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Poor Man's Moody Blues



이 노래를 듣다보면 옥슨80이 부른 가난한 연인들의 기도란 노래도 생각이 납니다.


제목도 거의 비슷하고 멜로디도 서정적인데다 장르도 넓게 펴보면 락발라드 계열이라서 곡 분위기도 유사합니다.

옥슨80의 리드보컬 홍서범씨도 노래를 부를때 특유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음색이

돋보이는 가창력을 가진 가수죠.


Poor Man's Moody Blues는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멤버교체없이 꾸준하게 활동했던 영국의 4인조 팝밴드 Barclay James Harvest가 부른 대표 노래입니다.


Barclay James Harvest는 사실

상업성보다 음악성을, 락보다는 클래식에 기반한 리듬앤 블루스를 주로 연주해와 실력에 비해 B급밴드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Poor Man's Moody Blues를 들으면 감성이 진하게 묻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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