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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언제나 이별
by
김운용
Dec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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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떠남을 기념하자며 술잔 부딪는 소리가 쟁쟁 울리고 있다.
지금 내옆에도 떠날 사람이 있다.
떠나는 사람 남아있는 사람 아쉬움에 술잔을 부딪고 있지만 그누가 붙잡을수 있는가. 지멋대로 가는 세월을.
같이 있어도 몰랐던 속사정들이 헤어짐때문인가 술잔을 내려놓지도 못하
고
귀를 기울이게 한다.
옆자리 친구가 떠남의 술잔을 건네며 오랫동안 숨겨두었던 아픈 사랑 얘기를 슬며시 꺼낸다.
'퇴임식 하는 날 아침 아내의 구두를 닦았다. 아니 날마다 닦아준다. 아내에게 잘 갔다올께 인삿말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아내의 얼굴이 오늘은 더 생각난다. 그동안 고생많았어. 이젠 아침잠 깨지않아도 되니 편히 푹자라고 해주고 나왔지만 아내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그래도 아내는 내곁에 있어 난 아내와 함께 언제든 어디든 달려 간다.
육신은 죽어 보이지않지만 내맘속엔 저기 소파위에
서
웃고 있다.
5년동안 많이도 울었다. 우울증에 시달려
너무도 아팠다. 우리부부를 아는 친한 사람들이 건네는 이제 그만 아내를 잊으란 말에 화가 나 그후론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않았다.
아내를 지우라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내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친구의 못다한 순애보는 따로 듣기로 하고 그래 언제나 누구나 죽는날 헤어지게 되는 걸 굳이 잊으라 지우라 할 필요가 없었네. 친구. 한잔하세.
미안함에 술잔을 끌어당겼다.
떠나는 친구의 이별사가 이리도 애잔할 줄 몰랐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죽자사자 오늘 또 쓰린 술을 가슴속에 솓아붓고 전철역으로 가는길에서 난 언제나 똑같은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
나 죽으면 무덤가에 꽃한송이 심지마세요
시인은 왜 그런 매정한 말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전철 11시 10분
다들 일찍 헤어졌
나보다. 3-3게이트 열차칸 승객이 나빼고 두사람뿐이다.
연인인가 본데 마냥 즐거워 보인다. 저 둘은 이별하지 않길 괜스레 혼잣말을 한숨처럼 뱉었다.
월계역을 지나고 있다.
그래 공식적인 퇴임식이 있었지. 뒷풀이장소로 먼저 오는 바람에 다른 장면은 기억에 아예 없지만 거기서도 각자의 인연에 따라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꽂다발을 안겨주었겠지.
Vision.앞을 예측하거나 볼 수만 있다면 헤어짐을 따로 기록해둘 필요도 없을텐데
다들 서운한 맘이 많은가보다
오늘은 참 이별행사가 많다.
근무기간이 끝나 다른 곳으로 전보가는 후배들 그들과는 또 따로이 송별식을 가져야겠지.
어딘가
애매한 글만 두들기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전철역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길,
오늘은 비틀대지말고 똑바로 걸어봐야겠다.
이별엔 노래가 최고다.
헤어짐을 기념하는 행사때마다 혹 내게 한마디 하라 권하면 난 노래를 불렀었지.
'헤어져야 한다는 그말이 너무도 아쉬워
그러나 가신다면 그대 정을 어이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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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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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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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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