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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송별식
by
김운용
Dec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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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장님 저녁식사나 같이 하시죠.
반장님을 좋아하는 직원들 몇몇도 불렀어요. 21일날 저녁 근무끝나고 ○○갈비로 오세요. 그때 뵙겠습니다."
8년을 정이 들었는데 그냥 보낼수는 없어 경비반장님한테 카톡을 보냈다.
출퇴근때마다 정문앞에 서서 웃으며 인사해주던 맘씨좋은 경비반장님과 친하게 지내던 몇몇 후배직원들한테도 같은 내용의 카톡을 보냈다.
'경비반장님 송별식을 21일 저녁 6시 퇴근 후 ○○갈비에서 간단히 하려하는데 시간이 되면 참석해주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필참.
직원들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다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같은 소속도 아니고 용역회사 비정규직원인 경비아저씨가 퇴직한다는데
소주라도 한잔하자는 선배의 요구에 쾌히 응해주는 의리들이 너무 고마웠다.
지인으로부터 사과 두박스를 선물로 받았는데 양이 너무 많아 후배들 집으로 가 나눠주다보니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을거 같아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
○○이 집에 들렀다가느라 조금 늦는다. 반장님이랑 먼저 식사하고 있어라."
6시 15분 약속시간보다 15분 늦게
사무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갈비로 갔다. 전○○후배와 반장님 둘이서 불판에 갈비를 올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안오냐고 물으니 출장갔다 마무리하고 곧 올거라며 후배가 고기굽던 집게를 놓고 술잔
에 술을 건넸다.
돼지갈비가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술잔을 오래 비워두는 것도 예의가 아닌지라 건배를 제안했다.
" 첫잔은 빈속에 마시는게 예의라네요. 반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 한잔 받으시죠."
" 이렇게 송별식까지 만들어주시고 고맙습니다. "
고기굽는 후배의 잔에도 술을 따라주고나서는 원샷 했다.
지나간 추억을 안주 삼아 술잔이 두어잔 돌고있는데 젊은 후배직원이 손을 부비며 식당안으로 들어서면서 늦어서 죄송하다며 자리에 앉았다.
30대 초반인데도 그나이 또래와 다르게 인간미도 있고 다른 직원들 문제도 앞장서 챙겨주는 의리남이라 아끼는 후배다.
고기를 굽는 선배의 집게를 빼앗듯 가져가더니 가지런하게 배열하며 고기를 굽는데 찬바람 맞고 출장을 다녀와 손등이 빨갛게 언 게 애처로워
" 집게 줘라. 서○○씨, 우린 먼저 요기했으니 집게 나 주고 고기좀 먹어."
" 선배님, 반장님, 많이 드세요. 제가 잘굽습니다.
좀 있다 이○○대리도 온다고 했습니다."
집게와 가위를 들고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반장님과 나 그리고 전○○후배앞에 놓여있는 야채접시위에 몇개씩 올려주었다.
고생하신 반장님 한잔 드리겠다며 술병을 들고 맘씨좋은 경비반장님한테 먼저 술을 따르고 나와 전○○후배한테 차례로 잔을 채워주고는 떠나시는 반장님을 위해 건배제안해도 되겠냐며 자리에 일어섰다.
녀석.
그래 멋진 건배사 한번 들어보자며 맞장구를 쳐주니
" 반장님. 사랑합니다. 반장님도 한말씀 하셔야죠. "
술기운이 도는지 내친김에 아예 송별식 진행 마이크를 잡고 맘씨좋은 경비반장님을 팔을 잡아 일으켰다.
새삼 감회가 북받쳐오르는지 안경을 벗어 탁자위에 놓으며
" 다들 고맙습니다. 일개 경비원이 퇴직하는데 송별식자리까지 만들어주신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잊지않을 겁니다.
겨울가고 봄이 오면 여러분을 위해 자리한번 만들겠습니다. "
경비반장님은 눈물을 글썽였다.
뒤늦게 찾아온 후배 여직원이 반장님 또 보게 되겠죠? 마지막 술잔을 건네며 박명준경비반장님의 소박한 송별식은 끝이 났다.
경비반장님과 악수를 하는데 그의 머리위로 노란 달이 웃으며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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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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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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