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참 좋은 나무다

by 김운용


이러다 봄이 서둘러 오는건 아닌가 싶

무슨 겨울이 이렇게 푸근할까 했더니


어림없는 소리.

나 아직 살아있어.


겨울이 버럭 성을 내더니

참았던 시린 바람 쌔앵

한꺼번에 몰아쳐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푸르고 푸른 잎 뽐내던 큰나무

잎 다 지고 메마른 가지만 앙상하다


나무들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만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가 무척이도

힘겨워 보인다.


봄이 오려면 아직 먼데.

그새 모진 눈 찬바람 불어댈텐데


어제 서울에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라도 내리리라 은근 바랬지만

어설피 흩날리고 말았다.


함박눈이 소복히 쌓일걸 기대했는데

올 겨울도 글렀나보다 했는데 큰눈이 온단다.


사무실 담장 옆으로 키가 큰 나무가지

눈옷을 입겠지.

나뭇가지 끝에는 빨간 열매 아직 떨어지지않고 매달려 있는데

찬바람에도 아랑곳않고

아주 여물어 보인다.


볼품 없이 앙상한 가지에

빨간색 열매를 남긴 나무 너 참 신기하다.


잎도 다 떨어지고 가지도 말라 비틀어지고

열매가 열린걸 보면


멋을 아는 나무로구나

여유도 있고 배려심까지 많구나


겨우내 먹이를 찾아 헤맬

까치 까마귀 참새

새들을 위해 남겨놓은 걸 보면


나뭇잎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고 나서

빨갛게 열매가 달린다는 나무


낙상홍

너 참 좋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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