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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Mar 20. 2022

작은 새들의 합창


[ 작은 새들의 합창 ]



비는 그쳤는데


새벽까지 내린 비를 밤새 꼬박 맞았나

구구구구 산비둘기 울음이 서글프다.


길을 잃은거냐

아니면 소박을 맞은거냐.

듣는 이까지 슬퍼지려 한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목매어 울진마라.

너만 아프다.


본래도 그리 듣기편한 소린 아니잖아.

길을 잃은거면

날 밝았으니 시력좋은 눈으로 찾아가면 될것이고

행여 소박을 맞은 거라면

얼른 돌아가 머리조아려 빌으렴.

비둘기라 고개 숙이는데 익숙하잖냐.


참새 딱새 파랑새 직박구리들

짝잃고 둥지잃고 날개꺾여도 새끼를 빼앗겨도 제대로 소리내 울지 못한다.



까치와 비둘기 너희들의 위세에 걔들은

힘도 없고 약하니까 그럴 자유도 못누리잖아.


그래도 위선적이진 않다.

내 먹이 아니면 탐내지도 않아.

남의 둥지 빼앗거나

무리지어 위협하지도 않지.


다시 길을 찾게되면


평화를 상징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먹이를 찾아내고 무리를 지어다니는

능력있다 과신하지마라.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니들 결코 평화롭지도 않고

배려심도 없다는 거 다 안다.

위선부리지 마라.


힘있다고 함부로 얕보지도 마라.

환경이 바뀌어 작은 새들이

갑자기 몸집이 커지고 힘이 세지면

너희들 비둘기도

배부르고 윤기나는 까치도

둥지빼앗기고 새끼마저 잃고

가슴칠 일 생길수 있다.


비는 그쳤으니

청승 그만떨고 돌아가야지.

아침 산길에

하고 비통해 서글피 울어대

잠시 멈추었다만

예서 발걸음 그리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다.


해뜨는 날 아침

작은 새들의 합창이 그립고 듣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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