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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대중이 주인공이었다
전국노래자랑2
by
김운용
May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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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2
칼라tv가 안방에 놓여지고 아버지 어머니는
출력신호가 달라 전파가 좋아진 탓에 선명한 화질로 송해씨와 출연진들의 면모를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전제품 판매 대리점에서 직접 구매를 해 자신의 갤로퍼지프에 싣고 머나먼 시골 처갓집으로 득달같이 달려와 설치까지 해준
서울사는 둘째사위의 지극정성 덕분이었다.
뜻하지 않은 호사를 누리게 된 아버진 식전 댓바람부터 시장입구 공회당으로 출근해 윗동네 아랫동네 노인들이 진을 치고앉아 내기장기를 벌이는 장기판을 독점한 채 사위자랑을 안주삼아 막걸리잔치를 열었다.
" 우리 둘째사위 그놈이 말이야. 서울서 사업을 하는데 어제 칼라테레비하고 세탁긴가 빨래기계를 사가지고 와서 직접 설치까지 해주고 갔는데 말이야.
아 글쎄 용돈도 십만원씩이나 주면서 장인어른 친구분들과 약주 한잔하래네. "
" 야! 김가야.
이깟
막걸리갖고 되겠냐. "
" 그래요. 형님. 소주한잔 사슈."
좋지.
1.4후퇴때 오른쪽 다리에 총상을 입어 불구가 되었고 그 후유장애로 인해 한쪽으로 몸이 기울게 되면서 아버지의 걸음거리는 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워낙 기골이 장대해 삼판일이며 목수일까지 무난하게 해냈으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만큼 마음 한켠에 짙게 서린 그늘을 지우려 아버지의 밥상엔 언제나 소줏병이 올라있었다.
아버지는 불편한 다리에 한껏 힘을 주며 일어서 노인들을 이끌고 시장통안에 있는 단골 주점 실비집으로 자리를 옮겨 칼라TV설치 기념 자축연을 이어갔다.
TV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이나 의미까지 확대해 논하지않아도 적어도 우리가족에겐
일요일 오전 열두시.
전국노래자랑이 열리는 시간은
가족애를 나누는 소통과 화합의 시간이었다.
방송시간 내내 끊기지않는 박수와 웃음소리가 담너머로 넘어가 골목안을 들썩거리게 했다.
흥분과 찬사 아쉬움과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흥겨운 놀이 한마당이자 끈끈한 가족애를 확인하는 연대의 무대였다.
가족모두가 심사위원이 되어 돌아가며 심사평을 이어가고 급기야
가족대표를 선발해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보자는 제안까지 나올 정도로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우리가족의 관심과 열의는 남달랐다.
새색시인 나의 아내는
" 시집와서 처음에 온가족이 텔레비앞에 모여앉아 박수를 치며 웃고 열광하는 시댁식구들의 모습을 보고 엄청 놀랐
어요. "
훗날 어느핸가 성묘를 끝내고 형제들끼리 둘러앉아 준비해간 제수음식을 먹던 중 돌아가신 시부모님을 떠올리며 한마디 꺼냈었다.
자신의 친정식구들 가족분위기에선 상상도 못할 문화적 충격이었다면서 말이다.
나의 처가는 사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기독교가문이었고 장인어른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교회를 설립하셨고 몇몇 집안어른도 목회자라 집안분위기는 정적과 고요의 물결이 잔잔히 흐르는 강
물같다고나 할까.
장인어른은 서재에 들어가 언제나 성경을 공부하셨고 장모님 또한 성경책을 손에서 잠시도 놓지않으셨다.
평소에도 늘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내주를 가까이 하게함과 같은 찬송을 합창하면서 신실한 믿음이 흩트러지지않도록 경계했으며
일용할 양식을 주신 주예수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주 기도문을 암송하면서 철저한 계율에 따른 삶을 매끼니때마다 아멘으로 끝맺으며 굳게 서약했다.
전국노래자랑을 향한 우리 가족의 열광적인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라서 예배당에서 장인어른의 설교말씀을 듣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처가와 우리가족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경향이나 기질이 크게 달랐다.
북한에 부모형제 조카등 친척들을 남겨둔 채 자신의 직계가족만을 데리고 피난을 내려와 못내 한이 된 아버지는 선하고 자상한 성격이었으며 가족을 대할땐 언제나 비폭력(?) 평화주의노선을 견지했다.
단호하고 경우바른 원칙주의자였던 어머니는 능력있는 가장이란 기대에 부응하지못
한 아버지 대신 고단한 삶의 무게를 져야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 눌러놓았던 여자의 일생을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를 통해 들려오는
남인수와 이난영의 애절한 가락으로 달래고 있었다.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를 향한 우리가족들의 남다른 사랑
은 거창하고 전문적인 논거로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지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잘나가는 특정 일부 연애인들의 사생활 옅보기나 신변잡기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오락실이고 매스컴을 탈 기회의 장이기 때문에 박수를 치고 열광했던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의 주인공은 송해씨나 초대가수가 아니라 대중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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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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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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