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피는 꽃

가족

by 김운용


때가 때인지라 사랑의 결실이 맺어졌다는 소식이 요즘 자주 들려온다.


지난주에도 지인과 직장 후배로부터 각각의 청첩장 카드를 카톡으로 전달받았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저희 두사람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어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몇줄 안되지만 머리를 맞대고 초대의 글을 짜내느라 애썼을 젊은 원앙들의 성의도 성의거니와 그들의 아버지들과 얽히고 섥힌 오랜 인연을 부조금 몇푼 보내는걸로 체면치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별수없이 참석하겠노라고 답장을 보냈다.


바쁘시더라도 자리를 빛내달라는 염려섞인 부탁을 했지만

' 바쁠 일 하나 없는 자연인 신분이니 걱정붙들어 매게나.반드시 참석하겠네.'


답장을 보낸 후 일정표에 ○○ 자녀 결혼 필참 이라 메모를 하고 저장버튼을 눌렀다.


MZ세대들의 결혼식 풍경은 볼때마다 짧은 시트콤을 보는 것 마냥 재미가 있어 예식이 거의 끝날때까지 자리를 차고 앉아 있었다.


옛날 옛적에도 혼례가 있는 날엔 마을 잔치가 열린다며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한바탕 놀이마당으로 어우러져 하루종일 들썩거렸다고 했다.


남자와 여자가 한가족을 이루는 경건한 의식의 날이요 기쁘고 흥겨운 경사스러운 날이라 그옛날사람들은 혼주들뿐만 아니라 하객들도 함께 기꺼운 마음으로 흥을 돋구어주는게 도리라고 생각에서 였을거다.


예식장 대여시간에 쫒겨 식도 끝나기전에 우루루 피로연장소로 이동해야만 하는 아쉬운 점만 아니면 요즈음의 결혼식도 제법 잔치분위기가 느껴져 좋았다.


카렌다를 닫고 스마트폰 앨범을 열어 오래된 결혼식 사진 한장을 클릭해보았다. 엄숙하고 경직된 표정을 짓고 뻣뻣하게 서있는 나의 결혼식장면이 어쩐지 낮설었다


고등학교때 배운 윤리교과서의 한 단원을 낭독하는것 같았던 재미도 하나 없고 지리하게 길기만했던 주례사는 지금도 특별히 떠오르질 않는다. 짐짓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

나의 얼굴, 삼십년이 지난 사진속 그날 그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어째든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함께 하라는 성혼 선언문 낭독이 끝나고 남자와 여자가 반지를 끼워주며 혼인서약을 하는 걸로 가족은 만들어진다.


팔십년전 어느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곰본지 째본지 서로의 얼굴 한번 제대로 못보고 혼례를 올렸다.


가난의 질곡속에서 일평생 자신의 가족만을 부양하고 자녀를 양육하고 가사와 노동을 하며 살아왔다.


올망졸망 새끼들은 성장하면서 차례로 자신들의 가족을 이루게되자 부모의 울타리를 훨훨 떠나가 버렸다.


지금까지는 혼인으로 이루어진 혈연관계만을 가족으로 규정해왔었는데 최근 10년간 1인 가구와 친족이 아닌 사람들이 동거하는 비혼인가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어

전체 가구수의 약 3~40%나 된다고 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을 고려해 혼인을 해야만 인정했던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벗어나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자는 법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결혼을 하지않고 가족을 이루고있는 한부모 가구, 비혼 동거 가구, 동성 부부 가구, 장애인그룹홈같은 공동체, 등 함께 생활하는 동반자에게 혼인과 차별없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도록 하자는 게 취지라고 한다.


서울시도 시의회에서 혼인 관계로 이뤄지지 않은 사람들이 생계를 함께 유지하는 형태의 공동체를 사회적 가족으로 인정하는 조례를 만들었다고 한다.


프랑스나 네덜란드같은 나라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결혼없이 가족을 이루는 사람들을 위해 파트너쉽 등록제도를 만들어

사회적 가족 공동체를 시행하고 있다.


저명한 공산주의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그의 불후의 저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사유재산이 생기면서 남성에게 생산수단이 넘겨지자 여성은 남성의 욕망의 도구가 되어 일부일처제가 생겨났다고 저술 했다. 사유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가부장제와 일부일처제를 강제해 여성을 억압한다는 계급적 관점에 입각해 자본주의 를 비판하고 있다.


물질만능에 찌들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로 지식의 깊이가 깊지않아 전문적 논거를 자신있게 밝히진 못하나

고개만 들면 직면하게되는 무겁고 고단한 현실이 떠올라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흔쾌하지많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수억원씩 뛰어오르는 콘크리트덩어리일뿐인 미친 놈의 아파트,

바늘구멍보다 더 비좁게 만든 취업의 문,

남다른 스펙과 경쟁력을 쌓기위해 소모되는 시간과 열정과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나의 딸과 아들을 비롯한 수많은 젊은 꽃들이 피기도 전에 시들지나 않을까.


젊은 꽃 그들은 오월에 활짝 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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