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 우산을 쓰지 않는다.

by 김운용


비오는 날에 우산을 쓰지 않는다.




비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


일기예보에 우산을 들라했지만


소리도 없이

발끝에 촘촘하게

맻힌 이슬비에


하늘이 쩍 갈라지고

벼락같은 폭우라 한들


우산은 쓰지 않는다.


지금 저 강 끝에서

바람이 몰고 오는 비는

아픔을 잊게 하고

멍든 곳이 아무는 단비


산을 넘어 구름을 품고

강을 건너 물을 먹어

여기 메마른 황토들판을 적시고


남은 비

촉 촉

거치른 내 온 몸을 적신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거리를 걷는다고

누가 웃는다

무슨 대수랴


흙먼지 묻고

오염에 쩐 내 몸을 씻으려는데


길가에 플라타너스 나무

홀로 이 비를 온 몸으로 맞아도

저리 뻣대고 서있는

이 비가 삼중수소 걸러낸

정화수보다 몇배나 좋은 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하늘을 쳐다본다.

물이

내 눈 내 얼굴을

깨끗이 씻어주니


비오는 날엔 절대로 우산을 쓰지 않는다




Keane 'Black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