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by 김운용


봄이 오면



봄비가 촉촉히 내린다.

지난 겨울 유난히도 목마름이 심했던 터라

사뭇 반갑다


봄을 여는 소리라 하니

옷깃을 흠뻑 적신다 한들 싫을 까닭이 없다.


속이 들여다 보일 만큼

휑한 머리위로 방울 방울 쌓이다가

미처 머리카락 일랑 맺지 못하고

또르르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려

눈물로 변해버린 후

눈동자를 가득 적시며 앞을 가린다.


봄이 외롭다거나

서러워 할일도 없는데 빗물이 눈물처럼

얼굴을 적신다.


비맞은 매화나무

겨우내내 메말라 생사를 분간치 못하겠더니만

비내린 어느 새

망울이 트고 꽃잎이 열려

환하게 화색을 띄며 웃는다


이제 비 내리고 나면

백모시같이 새하얀 매화꽃

이 나무 저 나무 절정일텐데


꽃 좋아하는 직박구리

본디 철새였건만

매화꽃 향내 가득한 봄길을 따라

둥지를 틀겠지


시리디 시린 언 강을 건너다

꺾여진 작은 몸뚱이

찟긴 날개로 날라와


겨우

이 봄을 따라 살 곳을 찾았으니

때가 되면 새 살도 돋아날 터


매화꽃 가지위로

진실로 봄이 오면

서둘러 둥지를 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