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편지

by 김운용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상처입지 않았는데도

눈물이 절로 흐르는 걸 보면


어쩌다 지나친 골목길 풍경

까닭 모를 이유로 꾀돌이 어린애와 실랑이하는 엄마

엄마야 그 소원 한 번만 들어주지


그리 너그럽지 않은 성품에도

아이 편에 서고 싶은 걸 보면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갑작스러운 작별인사에 뒤늦게 너무 놀랐습니다

기억을 되살려주며 붙잡고 싶었지만은

통화가 안되더군요

늦었지만 아련한 옛 추억 생각나 떠올려 보렵니다


굽이굽이 강물길 따라 배웅하듯 빙 둘러 서있는

산등성 너머로 빨갛게 물든 저녁놀

행여 놓칠세라 렌즈 앞에서 폼 잡던 젊은 어느 날


한잔 술에 젖어 홀로 걷다

밤하늘에 은은하게 번지는 달무리 너무 서글퍼

우수에 젖기도 했던 젊은 그때


억지 부리며 집요하게 쫓아다니다

어렵사리 만나긴 했어도 더 이상은 다가갈 수 없어서 숱한 날 가슴 아파했었지요


떠나기 전

처음으로 당신을 부둥켜안고 기뻐하며

달빛 환하게 내리비치는 강변까지

꽤 먼 길을 걸어갔는데

밤 달빛이 유난히 밝아

아직도 눈감고 리코딩하면 어제처럼 또렷이 떠오릅니다

달맞이꽃 노래도 불렀을 겁니다 아마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흘러간 시간의 두께로 두텁게 덮어져 버렸지만

오늘 아련하고 그리워서 추억으로 찾아낸 얼굴

생각하니 왠지 그립습니다

지금은 너무 먼 남인데도요


뒤돌아보니 어느새 다가와 건네준

꽃잎 같은 손수건

그 안에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잊지 못할

사연이 단정히 담겨 있었지요

소중한 꽃잎 편지라 또렷이 기억납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남이지만요


이젠 찬바람이 불지 않아도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외로웁지 않은 데도요


너무도 애절하고

슬퍼서 더 좋아했던

스콜피언스의 락발라드

듣고 또 수없이 들어도

눈물 흘리지 않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마음속 깊이 간직해둔 꽃잎 편지

다시 꺼내 보렵니다

그 속에 내 맘 속에 맺지 못할 사연

두고두고 아쉬워했었기에

세월 많이 흘렀어도 고이 남아있지요


흐르는 저 강물에

멀리 띄어 보낸 꽃잎 편지

세월이 또 흘러가면 더 멀어지겠지요.

그래도 잊을 순 없을 겁니다


눈물이 납니다

오늘은 울지도 않는데

왜 그런지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꽃잎 편지 따라서

하염없이 흘러가는 저 세월 따라서

우리 추억도 멀리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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