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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사랑도감
매미들의 합창 -1. 여름이 간다
by
김운용
Aug 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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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이 깼다.
창문을 열면 아파트 뒤편에 바로 작은 야산 이 붙어 있어 매미소리가 스테레오같이 아주 가까이서 들린다.
산행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라 어차피 일찍 일어날 거였지만 더 이상 잠자리를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매미들이 집단으로 울어대는 울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이미 매미들이 일과를 시작한 마당에 어차피 몇 분 더 누워있을 수도 없어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니 밤나무 아카시아 상수리나무 사이에서 가수 지망생들의 반복적인 샤우팅처럼 신나게 울어대고 있다.
수컷들이 짝짓기를 위해 암 매미에게 보내는 구애의 노래라 해서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꼭 저렇게 요란스러운 방법밖에 없는지 야. 니들은 꼭 이렇게 요란스레 사랑해야겠냐 매미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호감 가는 목소리로 매너 있게 배려하고 고백을 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맘을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저런 융통성 없는 방법으로 목 터지게 외쳐댄들 가능할까 나의 경험으로는 절대로 쉽지 않았다.
그저 종족 본능을 위한 의식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같은 동물류의 입장에서
볼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앞으로는 수컷 매미들의 사랑 찾기 방법에도 개선이 필요한 거 같다는 문제의식을 방충망을 열고 전해주려는데
방충망 위에 매미 한 마리가 날아가려 하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매달려있다.
넌 왜 조용한 거냐
그래도 반응이 없길래 손으로 바람을 내 움직이게 해도 요지부동이다.
죽었구나.
수컷은 짝짓기만 끝나면 바로 죽는다더니
종족번식이란 일차원적인 임무를 충실하게 마치고 죽은 것이다.
땅속에서 수년간에 걸친 모진 수모와 고난을 견뎌가며 그토록 염원하던 지상으로 날아 올라왔건만 단 한 번의 짝짓기를 위해 십여 일간 목이 터져라 구애의 노래만 부르다 생을 마감해버린 매미의 일생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자 잠시 숙연해졌다.
아무리 종족 번식을 위해서라지만 매미의 일생이 참 기구하고 가혹하다.
매미가 울기 시작할 때부터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선선해지고 한낮엔 뜨겁다. 그새 여름이 서서히 가고 가을이 오기 시작한다고
어려서 곤충 채집하러 매미채를 들고 아버지 뒤를 따라나설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하신 말씀은 전혀 아니겠지만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가 며칠 전에 지나갔고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횟수와 양이 많이 줄어든 듯도 했다.
요 며칠 열대야도 한풀 꺾인 듯 한걸 보면 매미들의 합창이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구애의 노래만이 아닌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예종 소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멀리서 오고는 있나 보다
.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도 하늘 빛깔도 달라진 것 같았다.
방충망에 매달린 수컷 매미의 의미 있는 장렬한 죽음을 그냥 무시할 순 없어서 시신을 들어다 밤나무 숲 아래 본래 있었
을 것 같은
자리로 데려다주었다.
저 넓고 장구한 자연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 인생도 현실에서 보내는 이 100년이 매미가 지상에서 보내는 십여 일처럼 짧은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를 일이다.
백 년을 산다 칠 때 이제 겨우 절반을 조금 넘게 살았는데 애써 자위해보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의 변화를 대하는 느낌이 조금씩 달라졌다.
마초 기질이 강했던 젊은 난 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었는데 지금은 그 예봉이 꺾이고 사색이 많아져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
산행을 나서는데 아파트 뒤편 숲에서 여전히 매미들의 사랑노래가 들려오고 있다.
아까와는 의미가 다르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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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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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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