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들의 합창 - 2 당현천의 매미들

by 김운용

서울은 북한산을 비롯해 도봉산 관악산 등 숲 좋고 산세 좋은 산들이 가까이 둘러싸고 있어 곳곳에 숲들이 많다. 숲들이 많으니 물이 마르지 않은 계곡들도 자연히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동북쪽 방면에도 높진 않지만 멋진 산, 수락산과 불암산이 있다. 그 두 산 사이로 남양주로 통하는 당고개가 있다.


지금은 고개 밑으로 터널을 뚫어 옛 당고 갯 길로는 차량은 잘 다니지 않고 고갯마루에 수락산과 불암산 사이에 등산로를 이어주는 통로가 있다.


이곳 불암산에는 옛날부터 성황당 등 당집이 많아서 당고개라 불렀다. 특히 불암산 쪽으로 등산로가 아닌 길로 올라가다 보면 지금도 당집이 있던 흔적이나 불상을 모신 토굴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불암산에서 당고개를 따라 한강의 지류인 중랑천까지 당현천이 흐르고 있는데 물이 고이지 않는 건천이라 십여 년 전쯤 전에 바닥에 방수포를 깔고 공사를 해서 지금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 바닥을 방수포로 덮고 인공으로 하천에 물을 흐르게 한 것을 가지고 환경문제를 들어 이러쿵저러쿵 논란도 많았다.



어쨌든 새들이 찾아오고 숲이 만들어져 자연환경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친자연적인 놀이터가 생겨 시끌벅적 왁자지껄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니 그것이 보기 좋았다.


물장구도 치고 분수대를 가로지르며 물에 흠뻑 젖어도 소리를 지르며 마냥 좋다고 뛰어다니는 천방지축 꼬마들의 놀이터에서 잠시라도 웃고 같이 놀아줄 수 있으니 환경문제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다.


산행을 마친 후 전철을 타지 않고 당현천 산책로 길로 내려왔다.


당현천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부터 매미 같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귓가에 쨍쨍 울린다.


텀벙텀벙 계곡물에 몸을 담근 사내 녀석들 그야말로 물 만났다. 물총에 튜브에 물놀이 기구로 신명이 나 괴성까지 지르며 난리도 아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여자애들이 매미채를 들고 조잘거리며 공원 숲길로 이어진 계단 위를 오르내리면서 나비잠자리 매미 등 곤충들을 쫒고 있다


사진도 찍을 겸 여자 아이들을 따라가 보았다. 친숙 해지기 위해 몇 학년이냐 물었더니 몇 학년이요 한꺼번에 합창을 해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학년별 선발을 거친 것처럼 학년별로 골고루 다 모였다.



매미 잡아 주세요. 할아버지.

나비요.

잠자리 날아간다.


야 이놈아 할아버지 아직 할아버지 아니야.


애들은 내 말 같지 않은 변명엔 관심도 없는지 저기 나무 위에 매미가 있다고 빨리 잡아달라 재촉이다.


눈도 좋다. 그놈들.


근데 갈등이다. 오늘 아침에 매미의 장렬한 죽음을 목격하고 나서는 매미의 기구하고 가혹한 일생에 대해 숙연해지기까지 했잖은가. 매미의 시신을 수습해 자연장까지 치러줘 놓고 매미 채집이라니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심에 상처 주지 말고 아이들의 곤충잡기 놀이에 발맞추어 나가야 하나 아님 아이들 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매미의 기구한 일생을 호소해야 하나 낭패에 빠졌다.


야아 언니야. 매미가 없어졌어. 날아갔어.

저기로 가보자.


할렐루야! 관세음보살! 애들아 잘 가.


위기의 순간 살았다.


매미 채집을 강요받은 짐을 벗게 되어 한결 가벼워지긴 했으나 애들하고 뛰어다녀서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그늘을 찾아 하류 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그늘이 많지 않은 게 당현천의 문제다.


하류 쪽에는 야외 음악행사도 하고 건강한 백세시대를 대비한 건강체조 레크리에이션 장소로도 이용하는 공연장이 있다. 지붕도 씌워져 있어 그늘도 지고 비를 피할 수도 있는 당현천 산책로길 중 가장 넓고 시원한 곳이다.



일단 쉬자 계단에다 배낭을 벗어놓고 아껴놓은 물병을 꺼내 거친 목을 적시고 나니 당현천 최고의 명물 분수대에서 하늘로 물길이 시원하게 치솟는다.


꼬마들이 분수 대속으로 깔깔거리며 뛰어든다. 옷이야 젖든지 말든지 볼이 통통하게 오른 막무가내 강심장 노랑이, 야무지게 생겨 옷 젖을까 봐 살짝살짝 쪼끔씩만 다가가는 빨갱이,

와 분수다. 근데 여자 친구들도 있네. 갑자기 얼어버린 철부지까지

애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애들 엄마들에게 직장 내 밴드에 사진도 올리고 글도 쓰는데 아이들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 양해를 구한 뒤 나도 분수대 물길 떨어지는 곳으로 쌩 달려갔다.


같이 놀자 이놈들아.

할아버지가 사진 찍어줄게.


친손녀 손자들하고 놀아주듯 들고뛰고 했더니 이내 지쳐서 쉬려고 그늘 밑 계단으로 나오는데 애들도 지쳤나 보다. 할아버지 부르며 따라 나온다.


저 녀석들 놀아준 값은 해야겠기에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 매점으로 가 폴○○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엄마들 것까지 열개나 샀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받아 들고는 지친 기색도 없이 다시 분수 대속으로 달려 나간다.



당현천의 매미들아. 이 여름 가기 전에 신나게 맘껏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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