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담력없으면 못해. 형.

by 김운용



한동안 연락을 끊었던 고등학교 후배가 두어달 만에 다시 연락을 해왔다.


형. 일자리 구했어.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


날씨도 쌀쌀하니까 동태탕 잘하는 집에서 만나자며 약속을 정하고 전철을 탔다. 후배가 연신내가 집이지만 내 사무실이 있었던 마포에서 주로 만났었다.


이전에도 가끔 만나면 공덕동에 있는 얼큰한 찌개전문 식당에서 소주 각 한병씩만 나누어 마시고 헤어지곤 했었다. 후배는 기분이 좋을때도 안좋을때도 2차는 절대 가지 않는다. 1차에 만나 소주 각 1병씩 마시고나면 에누리없이 자리를 일어섰다. 나나 후배나 주당은 아니다. 그래도 난 워낙 술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해 누군가 한잔 하자면 언제나 O.K 마다하지 않는데 후배와 만나면 늘 조금은 아쉬웠다.


싹수없는 놈아. 앞으로 일차로 싱겁게 끝낼거면 연락 하지마라.


통화가 끝날 무렵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듣기

싫은 소리 한마디 해주고 통화를 끝냈다.




약속장소인 동태탕 집까지 전철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10분이 채 안걸리지만 담배생각이 나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한갑 샀다.


동태탕 집에 들어가니 6시50분 아직 10분 남았다. 스마트폰을 뒤적이는데


" 잘있었수. "


후배녀석이 그새 들어왔다. 악수를 하고는 소주 한병하고 동태찌개를 주문했다.


" 그래 일자린 구했다며. 뭐냐? 뭐하는데냐? "

" 아, 몸좀 녹이고 합시다. 거 급하긴."


오늘따라 지가 더 너스렐 떨며 여유를 부리는게 아무래도 수상하다.


" 돈많이 버는 일이면 나도 좀하자. 난 요즘 재미가 없다."

" 배불러서 하는 소리요. 형. 나와보쇼. 찬바람이 휙휙불어. "


초벌로 끓인 동태탕을 우리가 앉아있는 탁자위 가스렌지로 옮기면서 주인아주머니가 바로 드셔도 되는데 곤이는 조금 더 끓이는게 좋다 하신다.


매운건 잘못먹는데 이상하게 동태탕은 얼큰한게 좋다.

소주잔을 건네며 오랜만이다 일단 한잔 마시자 완샷으로 술자릴 시작했다.




두어잔 들어가자 후배가 명함을 내민다.

장례지도사 변 기 용.


장례지도사?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별거 아냐 시신 닦는일인데 폼나게 장례지도사라 불러주는거야 라며 한잔달라고 소주잔을 내민다.


나도 한잔 자작으로 따른 뒤 다시 원샷했다.


" 힘든일 아니냐? "


힘안드는일이 어딨어 그냥 하는거지 일만 많으면 돈이야 벌지 근데 우리돈 벌자고 사람죽기를 바랄수는 없잖아. 형.

그말을 하는데 표정이 유쾌해보이진 않았다.


'알았다. 후배가 일자리 구했으니 오늘 내가 한잔 산다. 기념으로 한잔하자'며 후배 술잔에 술을 넘치게 따라주었다.


결국 오늘도 소주 각 1병씩 마시고는 일차만으로 술자리를 끝냈다. 변기용은 형 가요 뒤도 돌아보지않은채 손만 어깨위로 올려 좌우로 흔들며 지하철역쪽으로 훌쩍 가버렸다.


저런 싸가지없는 놈.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장례지도사란 장례 절차, 염습, 입관, 빈소 차림, 조문객 접대와 같은 장례의 전 과정을 총진행하는 사람이다.




변기용.

고등학교 2학년때 학년 전체 짱이었다. 키도 크고 훤칠하게 잘생겼고 아버지도 공무원이시라 집안형편도 나쁘지 않았는데 노는 애들하고 어울려 다니느라 공부는 전폐하다시피해 거의 꼴찌주변에서 맴돌았다.


태권도 3단이고 몸매도 근육형이라 키도 크고 빨라서 일대일로 맞붙어 싸우면 선방 한방으로 상대방을 거의 제압했고 잘 맞지도 않았다.

3학년중에도 노는 애들을 제외하곤 거의 선배취급을 안했던 요즘 말로 일진 중에 일진

진실로 이었다.


나하고의 인연은 특별했다.

고3때다. 음악다방에서 Dj보조로 알바할때였는데,

' 다음주부터 중간고사라 공부좀 해야하니 니들 보조들끼리 시간 좀 나눠서 뮤직박스 땜빵좀 해라'는 메인 Dj 준식이형의 지시를 받고는 4시쯤 할수없이 수업을 땡땡이쳤다.


혹시 선생님이 거기 뒤 빈자리 누구지라며 확인을 할 경우를 대비해 내 책상을 교실 맨 뒤 벽으로 붙여 주전자를 올려놓은 뒤 환경미화작품으로 위장해놓았다.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에선 볼수 없는 특이한 점이 꽤많은 학교다.

학교 한쪽면은 아예 담이 없다. 중앙국민학교와 우리학교 사이에 경사진 둔덕으로 연결되있어 맘만 먹으면 자유로운 왕래가 언제든 가능하다. 물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내다보고 있을 경우 나처럼 순간 스피드를 가지지못한 굼뜬 애들은 함께 땡땡이치다가도 적발되기 일쑤였다.



교무실 사각지대를 이용해 둔덕을 무사히 올라와 중앙국민학교로 내려가려는데 기용이와 똘마니 두세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나를 보고도 꼬불치려하지않아 선배체면에 못본체 그냥 지나치는게 쪽팔려서


" 담배들 꺼라 "

" X까구 있네 "

" 이새끼들 봐라 "

" 뭔데 "


옥신각신 하다 변기용이가 날 알아봤다.

어 정욱이형 친구아냐. 형 미안합니다.

머리를 살짝 숙이며 사과를 했다.


알았다. 선배앞에선 담배좀 꺾자. 놀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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