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삼총사 - 2 김태평 편 등

by 김운용

2-1 김태평 편


그 사건 이후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 갔다. 군중심리라고 할까 소문이 무섭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출퇴근 시 직원들이 경비아저씨들을 대하는 태도들이 달라졌다.


경비아저씨들도 나만 지나가면 엄지 척을 하며 싱긋이 웃는다. 김태평 경비아저씨가 나를 보자며 부른다.


" 역시 우리 김대장 님 당신이 최고십니다. "


" 어허, 아침부터 비행기 태우지 마시고 왜요. 할 얘기가 있으신 거 같은데 "


우리 같은 경비들이 하소연할 곳이 김대장 님 밖에 더 있냐며 연신 고맙다면서 내 손을 잡는다.


알았다며 손을 빼고는 돌아서는데 김대장 님

사교춤 특별 강습해드리겠습니다 외치는 우리 김태평 경비아저씨.



김태평


그는 눈이 큰데도 잘생겼다는 느낌보다 약간은 느끼한 인상이 강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때 영등포 금○○카바레를 주무대로 활약했던 알아주던 전직 춤꾼이었다.

그 세계 전문용어로 선수 출신이었다.


자칭 순수남이라며 자기는 춤꾼이라 스텝만 밟아줄 뿐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단호하게 말한다.

정통 춤꾼으로서 이제까지 자존심을 지켜왔고 자기는 여자 손님들을 팬으로 관리한다며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김태평.


무릎관절이 고장 나 더 이상 현역으로 활동하 기 어려워지자 아쉬운 무대를 뒤로 하고 은퇴를 결심했고 경비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과거 얘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잘 모른다. 큰 관심도 없지만 가끔 김대장 님 하며 붙들고 슬쩍 화려했던 조명 밑을 누비던 과거를 한 마디씩 내 무덤덤한 가슴에 안기는 바람에 익숙해져 그때마다

잠시 들어준다.


잔머리도 굴리고 암튼 인상이 호감 가거나 선한 인상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 대하는 태도가 살갑고 친근하게 느껴져 느끼한 인상을 커버해준다.


경비아저씨들이 직책을 부르지 않고 날보고 김대장 님이라 부르는 것도 김태평 경비아저씨가 첫 시동을 걸어서 퍼지게 됐다.


김대장. 그가 내게 선물한 내 별명이자 추가로 얻게 된 직책이다.


그는 야간근무 들어가기 전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나는 퇴근하러 나오다 마주쳤다.


김대장 님. 십 분이면 됩니다. 따라오라 손짓을 하며 경비 대기실 안으로 들어간다.

할 얘기가 또 있나 보다 일단 그 뒤를 따라갔다.


경비 대기실에 들어가자 십 분만 기본 스텝을 가르쳐주겠다며 오늘은 눈으로 보기만 하란다.


춤 중의 춤 지루박 여섯 박자를 시범만 보이겠다면서 남자는 왼발부터 움직이는 거고 삼각 스텝을 6박자에 밟으면 된다. 기본만 알면 나머지는 응용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한다.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니 그가 활약했다던 영등포 금○○카바레에서의 모습이 연상되어 웃음이 나왔다.


담에 합시다. 나 약속 있습니다 보는 눈도 있어 경비실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그가 선량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 인간적인 면모도 가끔 보인다.


경비아저씨들의 고용계약은 계약기간 1년, 매년 12월에 근무실적을 평가해 다음 해 2월에 최종 확정한다.


그날도 사교춤 한 가지 정도는 알면 좋다며 김대장 님 체격도 좋고 목소리도 성우 같고 남자다운데 손을 잡아끌며 아예 커플 스텝을 밟으려 해서


" 그만해요 별 재미없어 난 "


아저씬 꼭 할 말이 있을 때 춤 얘길 꺼내시던데

오늘은 또 뭐냐며 묻자 경비대장이 일부 경비들한테 재계약 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며 연장하려면 자기한테 5만 원을 가져오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요. 벼룩이 간을 내먹지. 일단 내일 확인 좀 해봅시다며 일어서는데 그 인간이 그런 일 없다고 오리발 내밀면 김태평 자기가 나서서 삼자대면이라도 하겠다며 평소 같지 않게 강한 톤으로 해결해줄 것을 주문한다.


출근하자마자 경비대장을 전화로 호출했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는 경비대장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동물의 왕국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점잖은 인상인데 행동하는 건 영 딴판이다.

간부들이나 사옥관리부서 직원들한테는 나이차에 관계없이 굽신거리며 비굴하기까지 한 태도를 보이면서 경비아저씨들한테는 아주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다.


휴게실로 이동해

경비대장님. 차 한잔 하실래요 했더니 이 인간 켕기는 게 있으니 벌써부터 안절부절 눈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린다.


" 경비대장님. 왜 그러셨습니까. 같은 동업자고 서러운 처지끼리 돕고 사셔야지요. 이번 한 번은 저도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이제까지 경비 근태 관리 담당자로서 단 한 번이라도 제가 억울하게 하거나 서운하게 했던 적 있었습니까. "


" 무슨 말씀이신지..... "


" 정식으로 절차 밟아서 확인해볼까요. "


앞으로 안 그러겠다며 열 살도 더 적은 내게 머리를 수그리는데 거의 먹지 않던 커피를 마신 탓인지 나 또한 입맛이 썼다.


김태평 경비아저씨. 지금은 뭐하시는지 궁금하다. 연세가 칠십이 넘었을 텐데 나 안 죽었어요. 아직. 혹 콜라텍으로 출근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 2 방명준 편


카톡!

방명준 경비반장님이 하루에 두세 개씩 카톡을 보내준다. 58년 개띠라서 그런가 재주도 많고 부지런하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자료를 받아 오는지 보내준 성의를 생각해서 꼭 읽어본다.


전직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했는데 속칭 떴다방으로 한창때 돈 좀 벌었는데 긴 한숨으로 종종 아쉬워한다.


오산 택지 개발할 때 세상 태어나서 돈 구경

그렇게 많이 해본건 첨이라며 오만 원권 지폐 나오기 전인데 만 원짜리 돈다발을 그랜저 트렁크에 박스로 싣고 다녔다고 자랑이다.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입맛을 쩝쩝 다신다.


인물 언변 몸매도 어디 가도 빠지지 않을 정도니까 돈 많은 유한마담들 고객으로 유인할만한 기본 조건을 갖춘 편이다.


키도 크고 타고난 건지 운동으로 만든 건지 나이에 비해 후리후리하게 잘 빠진 몸을 가졌다.


거기다가 매너 좋고 인정 많고 의리 있는 사람이라 만난 지 얼마 안 됐어도 좋은 사람들 목록에 적어놓은 사람이다.


냉커피 한잔하러 오세요. 방금 전 도착한 카톡이다. 이 양반이 시도 때도 없네.


" 일 좀 합시다. "


그가 근무하는 경비실에 들어가니 특별히 맛있는 커피라며 얼음도 띄워 건네준다.

난 커피를 원래 잘 안 마신다. 거부하거나 반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런데 방명준 반장이 타주는 커피는 일단 마신다.

담배를 끊은 지 두 달을 넘긴 터라 허전하기도 하고 원활한 대화를 위해 커피가 적격이라 더러 마신다.


얼핏 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이해인 시인의

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 눈물 한 방울 채워주지 않거늘 등의 시를

자주 카톡으로 보낸다.


거기다가 근무 끝나고 퇴근할 때 사복으로 갈아입은 복장을 보면 그 나이에 기가 찰 노릇이다.


일부러 찢어 패션이 된 빈티지 청바지에 이만 원주고 홈○○○에서 샀다는 새 파란색 캐주얼 운동화를 신었다.


언제 입어보겠냐며 나 보고도 과장님도 틀이 좋으시니 잘 어울릴 거라며 사 입으란다.


퇴근하면 그때부터 또 바쁘다며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질 않는다.

이 집 저 집 선후배 집을 돌며 동네 고장 난 물건이나 수도 전등 보일러 수리도 무료로 해준다. 특히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을 방문해

사회복지사 역할도 하는 만능맨 방명준 반장.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관계로 아직 진지하고 서로 인간미를 느끼게 할 만큼 사연을 많이 쌓진 않아 이야기 분량이 많지 않다.





2 - 3 유명호 편


삼사 년 전이다.


" 저 반장 됐습니다."


재활용 물품 버리는 날이라 퇴근하자마자 물건을 담은 박스를 들고 분류수거장소인 관리사무소 앞으로 갔다.


유명호 경비아저씨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어깨에 붙여진 견장에 박힌 줄이 그러고 보니 세줄이다.


축하합니다. 이제 경비아저씨가 아니라 반장님으로 불러야겠습니다 축하를 해주니까


예. 고맙습니다.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한다.


유명호 경비반장.

목소리가 하도 작아서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땐 무슨 말 하는지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경비란 직업이 여기저기 눈치도 봐야 하고 타고난 성품도 말수도 없고 조용한 편이고 소심한 성격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착하고 성실한 분인데 이 양반도 가슴속에 두고 내뱉지 못한 말들을 가끔 슬그머니 꺼낸다.


그때는 담배를 끊기 전이라 담배를 피우러 정문 앞 흡연장으로 가는데 마침 바닥에 떨어진 꽁초들을 줍고 있다가

나를 보자 대뜸

"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출마하시죠 " 한다.


" 무슨 말씀을요. 난 그런 거 안 합니다. 남 앞에 나서는 거 관심도 능력도 없어요. 자격미달입니다. "


" 잘하실 거 같은데..... "


" 그런 거 안 해도 문제 있으면 얘기하세요. 그런 일에는 감투 없어도 알고 있는 한 모른 체 안 합니다. "


말을 할 듯 말 듯 주저하다 나중에 얘기하겠다 해서 내려온 김에 담배 한 개비를 더 피워 물었다.


나중에 들으니 길고양이 문제로 입주자 대표와 부녀회가 둘로 갈라져 시끄럽고 갈등이 심해져 다툼까지 벌였다는데


발단은 캣맘들이 단지 안에 있는 길냥이들한테 밥도 주고 하우스도 만들어 환경이 나빠지고 혐오감마저 든다며 부녀회 장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아파트계의 권력자 부녀회장이 길냥이들 물건을 아파트 밖으로 내다 버리라며 경비아저씨들한테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힘없는 경비아저씨들이 이쪽저쪽 눈치 보느라 힘들어 결국 계약기간도 못 채우고 두 사람의 경비반장들이 자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길냥이들과 친해져 길냥이를 돌보던 캣맘들과도 친분이 생겼는데 그분들도 선생님 같은 분이 입주자 대표로 나서야 된다며 주문을 하지만

단호히 거부했다.


아파트 비리, 주민들끼리의 다툼으로 집단 폭행까지 벌어져 서로 고소하고 그런 복마전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아서 고사를 했다.


못내 아쉬워하는 소심 남자 유명 호반장의 표정이 걸리지만 집에서만은 의협심을 접어두고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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