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 분홍립스틱3

by 김운용


몆일전 6년만에 마포 공덕동엘 갔었다.

추억이 지워지지나 않았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퇴직 후 조그만 사업을 준비중이라 도움을 받을 분을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악속장소를 추억의 공덕동으로 잡았던 것이다.


그분이 여의도에서 사업을 하시는데 시간이 되시면 내일 점심때쯤 찾아뵐까 한다했더니 좋지 하며 대뜸


'김선생 마포 오래있었잖아. 마포가 먹을데도 많고 그쪽에서 봅시다. 김선생이 장소를 정해요.'


일부러 날잡아 한번 둘러보려고도 했는데 마침 약속장소를 마포로 정하라해서 잘됬다싶어 얼른 자세한 위치를 알려드렸다.


기왕에 마포로 장소를 정했으니 명동칼국수 와 호수형님 구두가게로 해서 세무서 올라 가는 길 따라 추억을 더듬어보기로 했다.



일찍 잠이 깼다. 휴가를 냈지만 들러야 할일이 있어서 평소 출근하듯 채비를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일주일간 꽃병에 물주는 걸 잊어버려 혹 시들까봐 새 물로 갈아주고는

필요한 서류를 챙겨 나와 다시 6호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노선도를 찾아 계산을 해보니 15개 정류장 30분 거리밖에 안되는

같은 서울인데도 떠나고나니 마포를 찾아갈 일이 거의 없었다.



염리동 000-0번지.

본사가 있던 주소다.

공덕역 1번출구에서 나오면 7~8분도 안걸리는 길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변하지않아서 한편 반가웠다.


마포 굴다리 밑 갈매기살구이집들이 다 철거되고 그 자리에 빌딩이 들어선것 빼고는 거의 그대로였다.


눈에 익은 15층 본사건물도 주차장과 지하만 바뀌고 건물외형은 그대로 유지된 채 서있었다.

본사건물을 인수한 건물주가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 지은줄 알았는데 그대로 남아있으니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추억을 살리느라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나니 아직 약속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아 그리운 순서대로 명동칼국수부터 찾아가보기로 했다. 아직 장사를 할까 궁금했다. 명동칼국수가 입주해있는 건물 지하계단을 내려가는데 안내판에 그대로 명동칼국수가 있기는 한데 두근두근거렸다.


지하 식당가로 내려서자 파란색 명동칼국수간판이 보였다. 아직 있구나.



여름이면 늘 그랬듯이 식당문은 열려있다. 밖에서 들여다보니 내부도 그때 그대로다. 가만히 들어섰다.


" 어서오세요."


그녀 목소리다.

주방안에서 돌아보지도 않고 손님온줄 용케도 안다.


" 안녕하세요."


그녀가 주방안에서 돌아섰다. 서로 잠시 쳐다만 보다 내가 먼저 나알아보겠습니까.

했더니


" 아하 ○○○○ 오빠. 그분."


" 이제야 알아보네요."


식사하고 있는 손님이 몇분 있어 바쁜것 같아서 자리에 앉지않고


신경쓰지말고 음식준비하라고 해놓고 사진좀 찍겠다고 양해를 구한뒤 메뉴판, 우리가 자주 앉았던 마룻방을 찍은 뒤

주방안 그녀와 그녀의 맛깔나는 음식재료들을 다 찍었다.




약속이 있어 갔다가 다시 들르겠다고 하니 일하다말고 따라 나와 꼭 다시 들르라고 당부를 한다.


약속이 끝나고 2시반쯤 다시 명동칼국수에 들렀다.


" 점심드셨는데 커피드릴까요.

콩국수 좋아하셨는데 드실래요."


점심먹은지 두시간도 안됐는데 귀찮은데 일부러 만들지말고 그냥 둬요. 했더니


" 아니예요. 금방해요. 제가 맛있게 해드릴께요. 콩국수드시고 가요."


" 알았습니다. 식욕좋은건 아직 그대롭니다.

이왕이면 곱빼기로."


뚝딱뚝딱 금새 콩국수 한그릇을 만들어 식탁으로 가져왔다. 비쥬얼도 그대로 양도 그대로다. 원래도 소금간을 할 필요도 없었는데 역시 맛도 그대로 변함없이 맛있다.


6년전 그때처럼 곱배기로 가득하게 담아왔다.



얼음을 제외한 콩국수 한그릇을 깨끗히 비우고나니 식당안엔 둘뿐이라 한가한 틈을 타 추억을 교환했다.


내가 먼저 말문을 열려했는데 일하던 사람도 내보내 짬이 없다며 차라도 한잔해야하는데 아쉽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코로나도 그렇고 본사가 옮겨가는 바람에 손님이 많이 줄었고 그때부터 같이 장사하던 사람들이 이제 몇 안남았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결혼을 늦게해 아들이 대학생이라며 바쁜점심시간에 틈을 내서 식당일을 도우러온 아들을 소개한다.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쓰기시작했는데 허락도 안받고 명동칼국수얘기를 썼다며

그얘기도 해주려고 왔다 했더니 원래도 예술하는분처럼 보였어요 한다.


책을 내고싶은데 뜻대로 될지 모르지만 책이 만들어지면 꼭 보내주겠다 약속했다.


다른데 들를데가 더 있어서 다음에 또오겠다며 계산을 하라고 신용카드를 주었더니 잽싸게 빼앗아서 도로 내주머니에 강제로 넣어버렸다.


변한게 없다했더니 저도 내년에 환갑이예요 한다. 놀랐다. 여지껏 내가 대여섯살 위라 생각해 서로가 오누이처럼 대했는데 쿵 머릿속이 울린다. 갑자기 미안했다.


작은 충격을 간직하고 식당문을 나서 몇발자국 걷다가 돌아보면서 나도 호랑이띠다 했더니 따라나와 식당문앞에 선 그녀가 말없이 웃고만 있다.


우연이다. 6년만에 찾아왔는데 그녀는 여전히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덧붙임


이호수형의 구두가게는 찾아가보니 큰 건물이 들어서고 보이지않았다. 미처 떼어내지 못한 작은 입간판만 색깔이 바랜채 담벼락 모서리에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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