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이의겨울나기 2.

시련의 계절은 가고

by 김운용


길냥이 얘기를 쓸 때 첨엔 재미 삼아 읽으라 시작했지만 사실 그 배경엔 너무도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습니다.


원래 길냥이는 우리 아파트 단지인 카페 주변에서 생활하던 길냥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미와 같이 태어난 오빠는 죽고 혼자 남겨져 맘씨 좋은 카페 주인과 캣맘들의 돌봄으로 자랐습니다.


길냥이 길냥이 했지만 캣맘 모임에서 작명해준 공식 이름은 깜장입니다.


눈만 빼놓고 온통 새까매서 붙여준 이름이라는데 윤기가 흐르는 검은 모발 하며 유난히 뾰족하고 기다란 귀, 단아한 걸음걸이 등 깜장이는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자태를 갖추고 있어 다른 세련된 이름을 붙여줘도 좋았을 것입니 다만 소박하고 단순한 이름을 지어준 까닭은 아기 때부터 애정을 담아 키우며 붙여준 라벨이라서 였던가 봅니다.


글 마무리할 때 공개하겠지만 깜장이는 본래 족 보가 있는 품종으로 예쁘고 품격 있는 외모와 애 교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을 잘 따라서 모태 길냥이 었을지라도 주위의 눈길을 끌었고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어미와 오빠를 잃고 홀로 남은 깜장이에게 편안히 생활할 곳을 찾아주려는 캣맘들의 노력으로 몇 번 입양을 시도하려 했는데 어느 날 카페 주변에 불쑥 나타난 얼룩줄무늬 젊은 사내 길냥이와 하루 종일 쭐쭐 빨고 붙어 다니며 어울리더니 급기야 아파트 단지 바깥 세계로 외출과 외박을 밥 먹듯 서슴없이 즐겨하다가 홀연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얼룩줄무늬 젊은이도 앞글에서 묘사했지만 외모는 별로였으나 먼 나라에서 온 왕족의 후예 품종이 라선 지는 몰라도 늠름한 풍채의 소유자라 깜장이 와 가까이 지낼 때도 캣맘들의 호감을 적잖이 받아 왔는데 주위의 허락도 없이 갑자기 동반 사라져 다 들 실망이 컸습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겨울로 접어들 무렵 깜장이는 새끼를 가진 무거운 몸으로 자신이 살던 카페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자취를 감춰 실망이 컸었지만 역시 깜장이의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다들 그동안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따뜻하 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카페 주변 자신이 생활했던 하우스도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겨져있어 출산 준비도 무리가 없었습니 다.


그런데 평소 남다른 애정을 쏟았던 한 캣맘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길냥이를 발견하고 급히 병원으로 읆기게됐는데 치료를 받던 중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혼자서는 감당하 기 어려운 잔인하고 놀라운 사건이라 긴급히 대책 모임까지 가졌다고 합니다.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은 길냥이가 누군가로부터 잔인하게 폭행을 당해 유산을 하고 앞니도 두 개나 빠져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그야말로 금수만도 못한 만행에 격분해 cctv까지 확인했지만 범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잔인한 만행을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 단지 곳곳에 동물학대행위를 중 지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적어 작은 팻말을 설치하고 관리사무소에 안내방송까지도 요구했습니다.


주위의 관심과 보호조치로 곧 안정을 찾은 깜장이는 그 후 얼룩이와 다시 사랑을 이어갔으며 여름 무더운 날 저녁에 새로운 생명을 넷이나 낳았다고 합니다.


새끼를 출산하자마자 사람의 왕래가 잦아서 위험스러웠던 카페 주변을 떠나 보다 안전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던 깜장이는 단지 바깥 공원 숲에 벤치와 전등까지 설치된 안전지대를 보금자리로 마련하였습니다.


족제비와 또 다른 무법자 길냥이나 금수만도 못한 폭력집단의 시선을 피해 가며 야심한 시간에 한 마 리씩 새끼를 물어서 마침내 자유의 땅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깜장이와 새끼들, 방랑벽 심한 그 얼룩무늬 사내 냥이까지 같이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지내 게 되었습니다.


나와 깜장이 그녀 일가와의 만남은 거기서부터 시작돠었던것입니다.


온갖 역경과 시련의 계절을 이겨내고 안전지대에 정착했건만 웬 곰 같은 사내가 밤늦은 시간마다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채 불쑥 나타나서 아이들의 놀이터인 공원 벤치를 차지하고 앉아 담배연기만 뿜어대니 잔뜩 화가 나서 골 이난 표정으로 꼬나보며 경계 태도를 보였던 겁니다.


정작 깜장이의 사내, 얼룩이는 나를 만날 때마다 슬금슬금 자리를 뜰뿐 늠름한 풍채로 일가를 지키겠다는 그 어떤 행위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역시 모성이 강한가 봅니다.


어쨌든 상당기간 서로 경계를 하며 거리를 두었던 우리 사이가 적당히 가까워지기 시작할 무렵 맘 착한 캣맘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깜장 이의 파란만장한 역정을 알게 되었고 이후 난 깜장 이의 보조 후견 역을 맞게 되었습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겨울, 길냥이들에게도 겨울 은 시련과 고난의 시간이라고 합니다. 추위와 굶지 림으로 겨울에 많이들 죽게 된다고 합니다.


깜장이네는 특히 어린 새끼들까지 있어서 특별한 겨울나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집단 동사의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어 다 같이 힘을 모아 겨울나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현재 깜장이네가 머무는 공원은 겨울나기뿐 아니라 오픈된 곳이라 족제비를 비롯한 외부세력의 침입을 방어하기 어려운 곳이라 좀 더 숲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차에 최적의 장소를 발견하였습니다.


공원 주변 숲에 자라던 잡목을 잘라 숲 속 아래 경사진 곳에 수북이 쌓아놓은 곳인데 잡목 가지를 들어 속에 공간을 확보하고 합판으로 기둥과 내벽을 만든 후 캣맘들이 준비한 하우스를 설치하고 하우스 안에 담요와 손난로를 몇 개 넣어주었습니 다.


눈과 바람이 들이치지 않도록 하우스를 덮고 있는 잡목 나뭇단 위에다가는 공원 주변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서 모아둔 자루를 풀어 수북하게 덮어주었습니다.


출입구도 외부로부터 눈에 띄지 않도록 마감처리를 하고 재활용품 수집장에서 가져온 카펫을 제단해 깔아주었습니다.


본래 고양이들이 예민하고 냄새 반응이 심하다 보 니 새로운 보금자리로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했는 데, 깜장이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손으로 어린 새끼들을 강제로 옮기자니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사람 손을 탄 새끼는 어미 냥이들이 돌보려 하지 않는 습성이 있어서 인내심을 갖고 먹이와 관심으로 자연스레 유도하는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올해 들어 갑자기 추워진 11월 하순 어느 날인가 밤중에 깜장이네 하우스에 찾아가 보니 깜장이네 식구 모두가 오붓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깜장이와 그 가족들의 하우스에도 겨울이 이제 더는 시련의 계절이 아니었으며 조금은 따스하고 푸근한 훈기가 느껴졌습니다.


집에서 키우던 누렁이란 이름의 개를 아버지가 팔려고 해 팔지 말라고 떼쓰며 학교가 기를 거부 했던 어린날의 기억 외엔 동물과 특별히 가까이 지내질 않았었는데 사연이 쌓이다 보니 이것도 인연이라고 정이 꽤나 들었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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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끝으로 아래 댓글로 깜장이네를 소개합니다.


새끼 중 일부가 눈병이 나고 깜장이도 설사를 해 현재 깜장이네는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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