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감상

by 김운용


꽃이 피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무관심하게 살았습니다.

그동안 꽃에 대해 너무도 무관심했습니다.


좋아할 줄만 알았지 꽃을 알려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화려하고 예쁜 꽃을 보면 꽃잎만 꺾으려 했지 가꾸고 아껴야 하는 존재란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열매가 맺는 그 순서조차 외면하고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꽃줄기가 외줄기로 가녀리다고 얕보았는지도 모릅니다.


꽃피고 지는 게 진리요 순리란 걸 왜 몰랐던가 후회하고 있습니다.


꽃이 잎새보다 먼저 피어나는 이유를 예전엔 몰랐습니다.

꽃피고 진 자리에 잎이 나는 이유가 진리임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무수히 눈여겨보다가 꽃을 알게 되었습니다.


꼬박 한 달이 걸려서야 꽃을 좋아하는 법을 조금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해바라기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비붓꽃 꽃말은 행복은 꼭 옵니다.

옥잠화의 꽃말은 기다립니다.


꽃말이 지어진 속사정에 이리도 절절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계절 따라 다른 꽃이 피어나고 계곡마다 들판에 그 많은 꽃들이 모두 다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니 이제부턴 함부로 지나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꽃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생명의 이동 가루받이가 진정한 사랑인 줄도 몰랐습니다.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로 옮기는 일을 가루받이라 하는데


자기 꽃가루 받아 제꽃가루받이라 하고, 다른 꽃가루 받아 딴 꽃가루받이라 하고,

다자란 화분이 암술대를 뚫고 씨방 속의 밑씨와 합쳐져 밑씨는 씨가 되고 씨방은 열매가 된다는 꽃이 가진 대단한 힘을

이제야 알고는 흠뻑 반했습니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전령사로 새들도 있고 벌과 나비도 있고 바람도, 흐르는 물도 있었는데 여지껏 이조차도 몰랐습니다.


나비가 꽃과 가장 가까운 거야 예전에도 알았지만


나비가 꽃을 좋아하는 건 꽃술을 따먹으려는 욕망 탓인 줄로 알았습니다.


나비가 꽃잎 찾아 훨훨 날아다니는 건 배 고픔 때문인 줄 로만 알았습니다.


그저 꽃술이나 따먹는 욕정에 눈먼 난봉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꽃씨를 나르는 전령사였습니다.


꽃 본 나비 담 넘어가랴

꽃 본 나비 불을 헤아리랴


사무치게 그리운 여인을 위해 죽임을 당할지라도 나비는 꽃을 찾아가고


청산을 가다 저물거든 꽃잎 속에서 자고 꽃잎이 푸대접한데도 그냥 잎에서 자고 가는(나비야 청산 가자 시조 인용)


나비는 꽃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유일한

전령이었습니다.


이제는 꽃을 알아야겠기에

봄과 여름 사이 피는 꽃들은 이름을 죄다 적었습니다.


가을에 피는 꽃은 몇 안돼 꽃말까지 다 외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무례하고 무관심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연 -칠월 칠석